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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모모이 카즈마 지음, 조찬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가슴이 미어지고 슬픔이 가득 밀려오면서 회한과 아픔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소위 '미운 정,고운 정'이 들었기에 순망치한(脣亡齒寒)과 같을 것이다.또한 사랑은 화덕에 올려진 찌개와 같이 끓었다 금방 식어 버리는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적금을 붇듯,가랑비에 옷젖는줄 모르듯 조금씩 쌓여져 가는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이기에 온유한 뭉근 불과도 같다.
내가 태어나 한 집안의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벌써 5명이나 머나 먼 곳으로 갔다.자연적인 죽음이지만 급작스런 병과 장기간의 병으로 나의 곁을 떠나고 추석 명절이나 가끔씩 죽은 식구들이 생각이 날때면 너무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철이 없던 시절,내가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모르던 시절에 죽은 여동생과 청년이 될무렵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버지의 죽음까지 생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바짝 마른 나뭇가지와 같이 앙상하기 그지 없고 입관을 하는 동안은 온통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고인의 넋이 좋은 곳으로 가주기만을 빌고 빌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두부 뇌출혈로 쓰러지고 운명을 달리할 때까지의 숨막히는 열흘간의 병상 일지가 빼곡하고도 정연하게 기록되어 있어 읽는 내내 조바심과 긴장감이 맴돌았다.아침밥 잘 먹고 "잘 다녀 오겠다"던 사람이 급성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있다면 보호자이고 사랑하는 남편(혹은 아내)라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고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갈구할 것이다.인공 산소호흡기를 끼고 전혀 반응이 없는 식물인간과도 같은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암담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지주막하출혈'이라는 병을 얻고 혈압저하와 동공이 열리면서 열 흘만에 운명을 달리하고 그녀와의 이승에서 사반세기의 만남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나도 처형이 6년 전 급성 뇌동맥 출혈로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수술도 못한 채 세상을 달리하고 온가족과 친지들의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안겨 주었다.특히 큰 딸에게 기대가 컸던 장모님은 몇 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병원 약과 주위 사람들과의 게이트 볼치기 등을 통해 조금씩 안정과 평온을 되찾으려 하고 계신다.
이 세상 온갖 만물이 소생하여 성장하고 언젠가는 하나 둘 스러져 간다.나이가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죽음이라는 문제도 멀리 있지 않기에 나와 함께 하는 가족과 친지,친구들에게 못된 사람이라는 지탄만은 받고 싶지 않다.자연에 순응하고 탐욕을 멀리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기쁨과 행복,삶의 의미와 가치도 차곡차곡 쌓여져 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