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잃어버린 영혼을 위무하고 인간성의 상실을 은유적으로 복원해 주는 잠언성의 언어 묘사를 발휘한다면 르 클레지오는 신화적인 요소와 인간의 회귀성을 자아내게 하는 묘미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일전에 <허기>라는 작품을 통해 그의 문체와 인간이 갖고 있는 허기를 채워줄 요소들을 간파하였는데 이번 <사막>을 통해 나는 머나 먼 사막 위를 대상들과 함께 신의 존재를 찾아 떠나고 방랑하는 가운데 발견하는 갖가지 사물들과 마주치고 만나는 낯선 이들과 스스럼 없는 따뜻한 얘기,전능하고 완벽한 신에게 갈구하는 마음 등이 인간성의 회복과 동시에 각박하고 척박한 세상에서 위무와 희망을 안겨 주기에 족하다.

 

누르와 랄라,하라타니 등이 거칠고 모래바람이 휘날리며 일교차가 심한 모래땅 위에서 만나 한 조각의 희망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작가만이 갖고 있는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치밀한 언어적 묘사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문학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음을 실감케 한다.때는 20세기초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 이집트는 영국이 점령하고 모로코는 프랑스가 다스리면서 중부 아프리카 수단지역은 기독교군이 공격해 와서 유목민과의 전쟁을 불러 일으키고 사막에서 해안까지 성채(城砦)를 구축하는 바람에 유목민들은 생명의 생명의 근원인 물을 찾아 나서야 하고 허기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야 하고 식량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제국주의의 횡포와 폭압은 유목민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기아와 죽음으로 몰아가고 그래도 살기 위해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누르,랄라,하라타니는 기약도 여정의 끝도 없는 지평선 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느리고도 여유 있는 인간 냄새가 나는 사막의 대상의 행렬이 맑고도 서정적으로 다가온다.한줄기 바람 앞에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귀머거리 하라타니에게 보여주는 이해와 배려 등도 쫓겨나는 유목민들의 동료의식을 진하게 보여준다.

 

또한 신화적인 요소도 짙게 드리운다.모래사막은 일교차가 심하기에 낮엔 한증막과 같은 불볕 더위로 굶주림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길을 잃고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하면 그대로 죽게 되고 시체는 모래 속에 파묻히며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나라는 모든게 다르고 태양도 사막 위의 태양과 똑같지 않다고 한다.그 태양은 더욱 강렬하게 타올라 어떤 남자들은 얼굴을 데고 눈이 멀어 돌아오기도 한다며 밤이 되면 너무 추워 미아가 된 사람들은 괴로워 비명을 지르고 그 추위는 뼈를 바스러뜨린다고 한다.남자들도 사막을 걷는 남자와 같지 않다고 한다.

 

주인공 랄라는 누군가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푸른 베일을 쓴 사막의 투사인데 그녀를 어루만지고 을씨년스러운 고원까지 그녀를 오게 했던 것이다.그리고 그 투사는 그녀의 곁에 다가오고 단지 시선으로 말을 건네는데 그간 황량한 모래바람과 그녀를 공포로 몰아가게 한 두 남자의 죽음을 피해 달려왔던 끔찍한 순간들이 한 순간에 그녀의 아픈 여정을 몰아내게 하고 그녀의 가슴을 느리고도 아득하게 두방망이질을 하게 할 뿐이다.그리고 랄라를 비롯한 유목민들은 붉은 산 기슭에 자리잡은 수많은 흙집들이 대도시의 천상의 모습처럼 그들을 반겨 주고 피난처를 마련해 주는듯 하며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사막과는 대조적으로 그 흙집들은 꽃가루마냥 신비로운 구름 속에 포근하게 감싸여져 있다고 가슴 설레인다.

 

랄라는 이제 노예선을 타고 프랑스에 안착하면서 폴 에스테르라는 남자를 알게 되고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 및 동유럽 사람들과 뒤섞이면서 마르세유 교외의 빈민가에서 똬리를 틀고 이민자로 생활하게 된다.그리고 랄라는 자신의 조상은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를 되뇌이면서 그녀만의 뿌리를 찾게 되는데 그녀의 조상은 청색 피부를 갖고 있는 사하라 사막의 투사들이다.허름한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하기도 하고 잡지의 표지 모델도 되기도 하면서 이미 그녀는 임신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녀만이 갖고 있는 종교적이고 귀소본능이 강렬하게 작용하면서 그녀가 태어나고 성장한 사하라 사막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제국주의의 피정복민이 되어 사막을 유랑하고 한때 귀머거리 하르타니를 사랑했던 순수한 심성의 랄라는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일종의 유배지인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그녀가 갖고 있는 향수와 종교적인 마음,뿌리인 조상를 찾아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이어가고 싶은 의지와 열망이 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1909~1912년 사이의 랄라의 운명과도 같은 모래바람과 변덕스런 날씨,따뜻한 인간미와 노예선에 실려 이국 프랑스에서의 지저분하고 거칠며 밑바닥 생활을 접고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살아있는 인간의 존재와 자유로운 영혼을 그린 걸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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