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산문집, 개정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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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도 절제되며 늘 사유와 사색에 빠져 있을거 같은 여류작가 신경숙의 산문집은 동세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삶의 근저와 여정,생각의 힘 등은 어디에서 샘솟았는지 궁금했다.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 그녀는 밥먹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책과 함께 하는 삶이고 그게 그녀의 전부인거 같아 멀고도 험하지만 그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여성적이면서도 속삭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생각의 그릇을 종이에 담아 독자들에게 살며시 다가오는거 같다.

 

그녀의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과 가족과의 일상,고(故)성철스님의 마지막 길을 떠나보내려 달려가는 마음과 박경리 작가,오정희 작가 등과의 만남 등이 그녀의 기억과 추억의 앨범으로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특히 성철스님이 남기신 마지막 열반송이 가슴에 크게 와닿는다.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오욕칠정보다는 노자의 순기자연(順其自然)이라는 말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올 수가 없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 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그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P54에서

 

성철 스님은 법정스님과 검박하고 단초로운 생활이 대동소이한거 같다.작은 한 공기의 밥과 잘게 썬 솔잎 한 종지,당근 몇 조각,누더기 한 벌 등이 속세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자식들 잘 키워 한 집안의 돈과 명예를 대대손손 향유해 나갈 것인지를 머리를 싸매고 오늘도 내일도 정신과 몸이 망가져만 가는 세태이기에 종교인의 참된 가르침과 실천행위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한다.

 

오빠 둘,농부인 부모님들의 내리 사랑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작가는 하얗게 세상이 변한 함박눈을 아버지께서 외출하는 길,샘으로 가는 길,뒷간에 가는 길을 대나무 비로 싹싹 쓸어놓은 모습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힘세고 무서운 오빠를 둔 덕분에 남자 급우들의 놀림 대상에서 제외가 되었던 일,막걸리를 처음 입에 대고 붉게 달아오르던 이야기 그리고 박경리 작가와 오정희 작가와의 만남에서 글을 쓰는 후배에게 던져 주는 조언 등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향수와 추억을 달래고 있다.

 

어둡고 아픈 구석을 들추어 내어 세상에 하소연이라도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고백일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숙작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평이하고 두드러지지도 않지만 수줍은 소녀의 연애고백담과도 같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한국인의 의식과 심성을 잘 전달해 주는게 매력이고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그녀와는 일면식도 없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언어와 문장이 낯설지 않은 친밀감을 강하고 짙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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