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세상은 남과 여가 공존공생하면서 문화와 문명을 엮어 나간다.일국의 미모와 지략,색공 등을 겸비해 불세출의 인물로 오래도록 후대에 전해지는 인물 가운데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오는 미실(美室)의 삶과 이력,풍모와 지략 등은 비록 소설이지만 생생하게 재현되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뒷마당 대숲의 댓잎들이 바람에 휩쓸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도 귀에 거슬릴 정도로 당대의 고위 진골들과의 스캔들과 비화는 읽으면 읽을 수록 감흥과 신비,격정과 요염함 등이 저절로 머리 속을 휩쓸고 지나간다.

작가 김별아의 작품은 고전을 바탕으로 남과 여의 성욕 장면을 생생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으며 절제된 고전적인 묘사가 마치 시대극을 연상케 한다.일반 백성들이야 지체 높은 분들의 내외를 알리가 없지만 연꽃 봉오리 같은 얼굴에 옥으로 빚은 듯한 손과 채발이 고왔다고 한 미실은 정령 사대부들의 가슴을 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겉으로 보여지는 미와 내면의 지모는 당연 그녀와 함께 했던 남성들에게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 주고 후원자가 되기에 족했던 것이다.

2세 풍월주 미진부의 딸이고 1세 풍월주 위화랑의 딸 옥진의 손녀였던 미실(美室)은 이름이 말해주듯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궁방을 연상케 한다.신라 중반기(550~612)는 진골과 성골이라는 엄격한 신분제가 있었다.또한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을 화랑도에 들어가 학문과 무예를 겸비케 하기도 했다.그녀는 화랑도를 장악하고 최후엔 권력의 중추에 오르기도 하는 등 그녀는 미와 지략을 겸비했던 인물이다.

신라라는 국명의 유래가 재미있다.지증제의 거대한 음경과 연제황후의 커다란 배설물이야말로 날로 새로워지고(新) 사방을 망라하는(羅) 나라를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증거였다. P41

미실과의 관계를 맺었던 당대의 인물들은 세종전군(사다함),진흥왕,동륜태자,진평왕,설화랑 등이다.농밀한 색사는 지후태후의 귀에 들어가 무자비한 설시(舌矢)를 맞아야 했고 결국 출궁을 당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단지 그녀의 임무가 낭군들의 옷과 음식을 거두는 일이었지만 미모 앞에선 어느 남성이라도 양기가 꿈틀거리지 않을 수가 없기에 그녀에겐 가해진 배신감과 상실은 무엇보다도 컸다고 생각된다.하지만 그녀만이 갖고 있는 소녀와 같은 청순함과 수줍음,생기,요염,열망은 그녀를 내버려 주지는 못했다.

또한 무녀들로 하여금 양이 강해 음이 쇠하여 가기에 음을 돋구기 위해 무녀들로 하여금 신령과 교접하며 영신을 했다.무녀들이 지닌 음력의 발산을 통해 신령을 위로하고 천기를 다스리려 했고 그녀의 말년엔 설원이 그녀를 대신해 죽은 정인이었기에 설원의 관에 자신의 속옷을 벗어 마지막 선물로 대신하기도 한다.

미와 지모,예참(豫讒)을 두루 갖추고 전주(殿主)의 자리에 오르고 지밀(至密)로서 군주의 뜨거운 애욕을 불사른 여걸 미실은 불세출의 인물이고 전통적 여성상을 뒤집어 놓았다.그녀가 갖춘 아름답고 당당한 자태에 신라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지고 그녀의 내면의 속살과 관능미를 느끼게 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