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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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살기가 힘들어도 절망과 탄식에서 벗어나 무엇인가를 하려고 찾고 노력하며 세상과 소통하다보면 헤어나기 힘든 늪에서 살아갈 방도와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현재 한국의 2,30대는 어린 시절부터 비싼 사교육에 천정부지의 대학등록금을 내고 4년제를 나와도 어서 오라는 곳이 없을 만큼 살아가기가 힘든 실정이다.정부는 매년 몇%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일자리는 얼마만큼 창출한다고 떠들어 대지만 실제 청년들의 적성과 능력,비전이 있는 직장에 가려면 '바늘 구멍보다도 더 좁다'는 생각이 든다.또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정규직과의 갈등과 대립,불신이 증폭되어 가기만 하고 비정규직이 받는 급여는 생활하기도 빠듯한 형편이다.이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결혼은 무망이고 미래에 대한 설계도 불투명하기만 할 뿐이다.기혼이든 미혼이든 생계를 위해 '투 잡'을 해도 손에 들어오는 것은 생활비,공과금,자녀교육비,경조사비 등을 빼고 나면 마이너스만 아니면 다행일 정도이니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회구성원들간의 위화감 및 이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문단의 등용문이라고 하는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내내 내 마음과 가슴을 후벼내는 동병상련의 친근감과 서글픔,연민,동정,희망의 끈 등을 읽어 내려 갔다.주인공 도랑씨는 그다지 부유하고 화기애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거 같다.마치 모래알과도 같이 뭉치기 어려운 부모 형제들을 두고 그는 혈족과도 가까이 할 수 없이 다른 세상을 방황하는 청년과 같은 인생의 언덕을 어렵게 살아간다.그래도 그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긍정의 의식'으로 험난한 세파를 수용하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현실을 직시하면 건실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청년의 일상이다.

 

내게도 청년시절 방황했던 적이 있다.첫직장에서 모은 돈으로 일본 여행 겸 아르바이트(지인 일본인의 초청)를 하면서 일종의 꿩먹고 알먹기식의 일본 견문이었다.낮에는 호텔지배인이 제공했던 숙소에서 쉬고 오후1시부터 저녁 11시 정도까지 그릇닦기,튀김 만들기,서빙 등을 했다.무덥고 습기가 많은 섬나라 일본의 분지였던 교토에서의 3개월은 내게 많은 생각과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손님을 절대왕으로 생각하는 일본인의 사고 방식과 질서 의식,혼네와 다테마에(속마음과 겉마음)의 차이 등의 그들의 의식 구조와 깍듯한 인사성과 배려,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지향하는 그들의 삶 속에서 나름대로 배울 점도 있었다.나는 교토 생활을 마무리 하기 1주일을 남기고 내가 가고 싶은 도쿄와 히메지성,시골 마을 등을 신간센과 전철을 이용하면서 자가체험을 하기도 했다.다행히도 일본 친구는 나와의 석별의 정을 나누고 싶다며 나라와 재일교포가 거주하는 오사카의 재래시장 등도 안내해 주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집 한 채값보다도 더 비싼 개를 산책시키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불판으로 사용했던 기름때 찌든 불판을 닦아내기도 하는 도랑씨의 아르바이트는 구차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삶을 꾸려 가야만 하는 삶의 무게를 겸허히 받아 들이면서 누구와 대비하지도 않는다.다만 그는 친하게 지내던 전회사 여직원(진주)에게 회사의 비밀자료를 빼주었다며 스파이로 몰려 불명예퇴직을 당하면서 인생의 고배를 마시고 루저가 된다.그가 힘들게 번 돈은 백만원을 조금 넘지만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 힘을 쓴다.

 

'용기는 절망에서 생긴다'

'사실이 때로는 진실이 아닐 때도 있다'

'유혹과 협박은 친밀한 얼굴로 다가온다' --- 펄벅 P25

 

그가 묵고 있는 고시원의 단칸방은 퀴퀴하지만 그에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단련시킨다.때론 묵직한 책을 읽기도 하고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날아가는 새와 창공을 향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사색하기도 한다.'라마'라는 애완견이 아프기라도 하면 '몽몽 애완센터'를 찾아가 약간 중성적인 '몽몽 원장'과 한담과 술잔을 나누기도 하는 도랑씨는 애완견 '라마'를 분실하여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지만 '라마'가 극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개 산책시키는 일이 오래 가지를 못하고 또 다시 알바를 찾게 되는데 역할 대행과 전철 역사 자동판매기에 물건을 채워 넣는 일을 하면서 출구 없는 인생을 담담하게 받아 들인다.

 

지금 청년이든 중,장년이든 여유돈과 노후 자금이 많지 않은 이상 어떻게라도 몸을 움직이고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자신의 자존심과 허세를 모두 버리고 나와 가족의 유대와 성장을 위해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한 생활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한 번 꺽여진 인생은 다시 위로 치솟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세상은 자기부정과 무기력증,나태함과 안일함만 버린다면 아무리 힘든 세파라도 먹고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 앞에서는 구원의 빛줄기가 쏟아져 들어오리라 생각한다.세태를 고발하고 공유하며 짙게 인간 냄새를 드리운 이야기라 실감이 가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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