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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우리 마음 속에는 살아 오면서 순간을 모면하고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남을 속이고 때론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등 나쁜 버릇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된다.그것은 내가 갖을 수 없는 고가의 물건이거나 평소 갖고는 싶었지만 경제적 사정에 의해 마음만 동동 구르다 나쁜 마음이 작동되면서 슬쩍 하는 경우가 있다.요즘에는 한 발자국만 나서면 CCTV가 딱 지키고 있기에 불손한 생각과 행동은 할 수가 없는 세상이지만 남의 물건을 손대고 시치미를 떼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행동을 해도 보통 사람이라면 두고 두고 죄책감이 남을 것이고 결코 잊힐 수가 없으리라.그것은 일종의 몸과 마음에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로 변해 가기도 할 것이다.
고교생들이 엮어가는 이 이야기는 그리 부유하지 않은 해일과 부모 사이가 좋지 않은 지란이 등장하게 되는데 해일이는 어릴 때부터 손버릇이 좋지 않은게 흠이면서 장기이다.해일은 '감정 설계사'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엄마가 시장에서 갖어 온 생선담은 스티로폼으로 병아리 부화를 시도하게 되고 지란은 새아버지로부터 받은 전자수첩을 해일이에게 도둑맞게 되는데 해일은 '병아리 부화'소식이 소리소문없이 퍼져 가고 호기심 많은 친구들은 그의 집에 놀러 오는데 친구들은 전자수첩 분실의 단서를 그의 책상 서랍을 뒤지면서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 문제로 가슴에 멍이 든 지란은 해일이 전자수첩을 훔쳐 갔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결국 다영이가 손거울로 얼굴을 매만지다 사물함에서 서성거리던 해일의 모습을 각인하고 또한 해일이 정성스레 공을 들인 달걀이 부화가 되어 '아리쓰리'라는 병아리를 보러 가게 되고 콘솔이 발견된다. 친구들이 일전에 얻은 건전지와 다영이가 손거울로 본 해일의 수상쩍은 행동이 해일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가시를 뽑아야 할지 말지 주저하게 된다.해일은 이미 전자거래로 전자수첩을 팔아 넘기고 학생신분치곤 큰 돈을 주머니에 넣게 된 것이다.
해일은 예민한 촉수에 천재 도둑임을 또 한 번 보여주는데 사물함 앞에서의 3초간의 찰라에 넷북이 또 없어진 것이다.결국은 동급생들에게 용서를 받지 못하고 용기내어 용서를 구하지 못하는 해일로부터 진정한 용기와 양심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다행히 친구들간에 일어났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해일 자신이 나쁜 행동을 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급우들과 멋지고 밝은 학교 생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마음 속에 박힌 가시만 오래도록 남아 있는게 좀 아쉽게 느껴진다.다행히 경찰이 오고 탐문과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순수하게 훔쳤다고 보기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