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에 관한 검은책
에마뉘엘 피에라 외 지음, 권지현 옮김, 김기태 감수 / 알마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학교,군대,직장에서 정례에 따른 단속.검열이 나온다 하면 실내 청소는 먼지 하나 없이 청소를 해야 되고 가장 중요한 회계 문제 담당자 및 책임자들은 모종의 오류 및 잘못이라고 있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이 역력했다.군대 시절 국정의 최고수장이 부대를 방문한다고 하여 부대 전체가 1주일 전부터 쓸고 닦으며 복장,언어 등 최고의 부대원의 자질을 보여 주어야 했기 때문에 사병이고 졸병이었던 시절이라 시키는 데로 하고 직장에선 경리파트가 주가 되어 외부 회계사와 내부 밀담 등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단속.검열.실사 조사라는 단어는 정의의 원칙과 규율 차원에선 당연히 조사하고 비리와 부조리를 척결해야 하지만 단속 및 검열관,실사자가 권력을 남용하여 부당하게 돈을 뜯어낸다든지 억울하게 인사조치를 당해 피해를 입는 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거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검열은 다방면에 걸쳐 행해지고 있다.언론,영화,조형예술,서적,연극,음악,게임,TV 등에 걸쳐 대중에게 메시지가 미치기 전에 권위 있는 기관이 해당 메시지의 검사를 강제하고 금지하며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러한 사전 검사.검열.제한은 넓은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은 물론이고 검열의 권력을 쥔 자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은 대중과의 커다란 마찰과 분쟁을 일으킬 소지도 많다.

 

'검열'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BC 443년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는 미풍양속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대 중국도 AC 300년 전후로 검열 제도를 만든 것으로 전해지며 카톨릭교회는 도덕만이 아니라 과학이나 교의(敎儀)까지 검열의 칼을 휘둘렀으며 카를 5세는 '위험한 서적 목록'을 만들게 했고 교황 비오 4세는 신자가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 목록'을 만들게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라 퐁텐의 <동화>이다.

 

특히 부자와 야만의 권력 집단은 책을 싫어한다.국가의 안위를 위협하고 사회 미풍양속을 거스르다는 것이다.성경,코란 등도 금서의 목록에 올랐는데 소수의 종교인들을 탄압하고 사상과 사회 통제의 방법이라는 명목으로 금서로 규정했지만 그 내용은 혁명의 불꽃을 더욱 거세게 피어나게 하고 권력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수많은 종교인들의 신앙의 자유를 꺾을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또한 한국의 경우 반미.반정부 사상이라는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나쁜 사마리아인'이 한때 금서에 들어갔다.외설과 음란물이라는 사회풍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채털리 부인의 사랑,율리시스,북회귀선,즐거운 사라,네게 거짓말을 해봐 등이 금서로 지목하고 저자를 법답지 않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나아가 정치 사상의 자유의 수위(水位)와 함께 지형도가 달라지는데 닥터 지바고,1984,수상록,유토피아가 대표적이다.

 

자기검열도 주목할 만하다.TV 방송사 대부분이 영화나 다큐 제작에 자금을 대기 때문인데 창작자가 유념해야 할 것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다.제작사,배급사,특히 방송사,투자자,스폰서 최종 소비자의 메시지도 고려해야 하고 방송 작가가 되려면 기자학교나 영화학교보다는 미디어 측정이나 정치경제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한다.예를 들어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온가족이 보는 프라임 시간대)엔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은 엄격한 등급제에 걸리고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노출 장면과 폭력 장면을 줄이면)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는 황금 시간대에 지상파 방송의 천국에 입성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인터넷 검열이 가장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곳은 중국이다.요즘 페이스북을 폐쇄하다 보니 그들간의 SNS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고 불만 또한 많다.중국은 인터넷 검열 장치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전담경찰 3~4만 명이 인터넷을 감시하고 사이버카페를 통제하며 기업의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활동을 하고 있다.그들이 최첨단 검열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까워 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타이완,티베트,인권 등 금지된 문제를 다룬 글이 중국중앙정부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고 종교 정책 및 국가의 위엄과 이익,사회 질서,사회적 안정에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며 금지된 문제를 다룬 글은 자동 필터링하고 있다.

 

건전한 사회,사회의 이익과 위엄,정치적 이해관계,미풍 양속 등을 명목으로 자기검열과 사법검열이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어느 나라에서도 막강한 권력의 힘으로 실시되고 있다.시대가 흐르면 그 정치적이고 윤리적이며 도덕적으로 처벌받았던 제도가 수위가 낮아지면 명예가 회복되며 대중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게 검열이 갖고 있는 한계이고 속성이다.누가 검열의 그 형태는 무엇인지를 시대와 사례를 통해 구체적이고도 방대하게 보여주는 검열의 검은 부분이 잘 해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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