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세월이 가면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참으로 자연스럽고 완전하며 아름다움이 눈이 시리도록 감동이 밀려오는 글을 보기 드물게 이 글을 통해 체현했다.'천의무봉'이라고 했던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원시의 자연과 바닷바람,천연으로 채색된 풍광이 이렇게도 멋지고 감동을 안겨주리라곤 몰랐다.작가의 글솜씨,눈물겹도록 늙으신 노부를 모시는 정성과 해학적인 말 속에서 인간간의 정과 자연과의 일체가 되는 그런 날이 나에게도 안겨준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 사는 보람과 의미,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고도 남을 글들이 정겹고 서정적이며 세월의 흐름 속에 도도히 그대로 남아 있는 자연 속의 초목들과 새들의 노래,바지락 바쁘게 움직이는 어민들의 삶의 풍정이 생생하게 녹화되어 있었다.

 

돈과 물질이 지배가 되고 먹고 살기가 빠듯한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은 언제 끝날런지 모르겠다.숨막히는 도회지를 벗어나 태초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산과 들,바닷가의 마을,촌부들의 손놀림과 인정들이 그렇게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며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나도 어느 정도 여유가 되고 자식들도 장성하여 슬하를 벗어나면 처와 함께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기에 그 피와 DNA가 가슴 속에 살아있기에 먹고 살 만큼의 경제력과 밭뙤기라도 일구면서 자급자족하는 여유와 마음의 풍요를 실현해 보고 싶다.

 

 

저자 곽의진은 100세가 넘은 노부를 학바위라 부르며 아버지의 마지막 삶을 수발해 드리며 한 편으론 글을 쓰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바다를 거닐고 섬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배짱좋게 뱃사람이 되어 바다 위를 가르고 살아있는 바다의 내음과 향기,해산물들의 향연을 모조리 토설한다.늙으시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기 힘들지만 저자의 마지막 효심이라고 마음 먹고 아버지 이부자리,밥상,말벗이 되어 주기도 하다.사람은 좋은 일은 잘 기억을 못하지만 지난 시절의 안좋은 기억은 머리 속에 오래 남는가 보다.노부가 뱉어나는 오래된 책갈피의 사연마냥 털어 놓는 얘기는 듣기엔 거북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을 것이다.특히 살아 생전의 어머니께 집안 일을 다 맡기고 사진 찍는다면서 밖으로만 뱅뱅 돌아다니신 아버지가 가끔은 밉기도 하고 어머니 생각에 먼 바다 위를 바라보면서 한 줌의 물고기 밥이 되어 버린 어머니의 유해를 생각하면서 저자는 어머니에 대한 회심으로 가득 찬다.

 

 

바다는 어머니의 가슴과 같다.넓고 이해심 많으며 오래도록 참는 모심의 해량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늙으신 아버지의 투정과 사랑은 어느 부모와 똑같을 것이다.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며 만남이라도 있을라치면 일찌감치 아침상을 준비하고 Jeep차로 이동하면서 좋은 풍경에선 가던 길을 멈추고 멋진 포즈를 찍기도 하고 정이 넘치는 어민들의 삶의 애환도 바다에서 금방 건져 올린 파닥거리는 물고기와도 같이 생동감과 투박함이 함께 살아 숨쉰다.

 

 

도회지에 사는 큰 아들과 함께 살다보면 결국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할거 같아 막내딸과 함께 살게 된 노부는 자신의 모든 삶을 체념하고 저자의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기 위해 자연스런 죽음을 연습하고 있다.노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남자곰,여자곰으로 생활하다 하나가 없어지는 날엔 순망치한의 념을 크게 느끼리라 생각된다.자연과 바다,저자와 노부,어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남도 진도와 완도,보길도와 주변의 대둔사 등의 사찰 등지도 볼거리 중의 볼거리였다.세월이 가면 인간도 모든 만물과 함께 태초의 우주 속으로 기어들어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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