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반란자들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펜끝의 힘이 위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펜끝이 이어가는 한 단어,한 구절,한 문장이 커다란 바다의 양이 되어 세상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고 새로운 문명과 사조(思潮)를 탄생시키기 때문이다.글을 쓰는 작가는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우주의 생물인 암수가 모여 사랑의 작업을 마치고 새끼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밝은 세상에 빛을 받으며 나오지만 작가의 탄생은 때론 긴 터널을 걸어가야 하고 때론 휘몰아치는 풍파의 광야를 뚫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는 지난(至難)한 일련의 연속이라고 생각된다.독립적 존재로서 홀로 우뚝 솓은 작가의 창작의 과정이 마치 누에가 두터운 고치벽을 뚫고 세상을 훨훨 나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글을 쓰는 작가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와 추상적인 존재들이 글의 소재가 되고 그러한 소재들이 씨줄과 날줄로 통합되어 작가는 물레를 밟아 실을 짜는 장인과도 같다.물레를 밟다가 힘이 들면 잠깐 먼 산과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꽉막힌 목을 잠시 축이며 맑은 정신으로 또 다시 물레를 밟아가는 창작의 의지와 열정은 쉬임없이 이어나가리라.내면의 고독을 노래하기도 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하며 깊게 패이고 상처난 트라우마를 나 아닌 너에게 호소하기도 하기도 한다.나아가 차마 직설적으로 펜끝으로 이어갈 수가 없기에 풍자와 은유를 대신하기도 한다.

창작의 향연으로 세인의 주목과 인기,명예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작가 자체로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데 전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면 그 자체로 문학의 거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스웨덴 과학자 노벨의 유지(遺志)에 의해 설립된 노벨 문학상은 문학영역에서 인류를 위해 최대의 공헌을 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는데 그 시초는 1901년이다.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불후의 명작들은 문학을 애호하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많은 시사와 교훈을 안겨 주고 있다.

스페인 문학전문기자 및 사진작가가 만난 노벨문학상 수상자 16인들의 일상과 생각등을 담은 인터뷰는 한바탕 회오리바람과 태풍이 지나간 뒤의 평화롭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다가오는듯 하다.수상자들의 얼굴엔 잔주름과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인터뷰 한 마디 한 마디가 내면의 깊은 심해에서 건저 올리는 마중물과 같은 말씀이고 모래 속의 진주알과도 같은 영롱한 빛을 은은하게 비춰주고 있다.왜 살아야 하는지의 삶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서부터 인종차별 철폐문제,쳬제를 빗겨나려 망명한 망명객의 비화,홀로코스트를 딛고 삶의 존엄을 봉신하기,절대권력에 대항하는 풍자(諷刺)의 비수,아프리카의 꿈을 언어로 노래하기 등이 무선율 속에서 거실에서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언덕에서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그들의 속내를 들려주고 있다.인터뷰 시간은 짧게는 6시간,길게는 8일이 걸린 인터뷰의 역작이라고 생각된다.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차마 작품 속에서 말못하고 놓쳐버린 언어가 필터링없이 전해져 온다.좀 아쉬운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한국인이 아직 탄생되지 않은 점이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글을 좋아하게 되고 글을 읽는게 참 편해졌다.혹자는 책 중독이 아니냐고 힐난과 반문도 하지만 그저 웃음으로 대신한다.인간은 약한 동물이고 지식이나 지혜면에서 늘 부족한 존재라고 생각된다.읽고 또 읽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가는 부단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또한 생각과 사유를 부단히 연마하고 좋은 글은 차곡차곡 스크랩도 하고 창작 노트에 정리해 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일궈가는 함양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문학의 거장들을 통해 왜 그들이 반란아닌 반란의 주인공들이 되었는지를 그들이 밝힌 인터뷰(글과 사진속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알아 차릴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