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기본이기에 일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무엇을 어떻게 하여 살아갈지는 각자의 능력과 재주에 따라 달라지기에 들어오는 수입도 다양할 것이다.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많아 힘들이지 않고도 거뜬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하루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눈물겹도록 처절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그 먹고 사는 문제가 자신 앞에 놓여진 일종의 일거리이고 직업일 것이다.일을 해야 먹고 살 수가 있고 보람을 느끼며 그 속에서 나와 가족,사회를 위해 사명감도 느낄 수가 있고 나아가 명예와 권력까지 제대로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선생님들이 일하던 모습은 몸으로 하느냐 머리를 쓰는 정신적 노동이냐로 구분하여 직업의 세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이해했던거 같다.나를 낳아 준 부모님은 더 나은 직장,삶,수입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밤낮으로 논과 밭으로 일을 하러 나갔고 때론 객지에서 이런 저런 장사를 하면서 생계에 힘쓰기도 했고 물질적 유산을 남겨 주려 힘쓰던 시절을 기억한다.지금이야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자신의 계발과 여가 선용,취미 활동 등에 치중하는 현대 부모들과 비교하면 그 옛날 부모님들은 손과 발,몸을 이용한 육체적 노동이 주를 이루었으며 그 삶이 참으로 아등바등하지 않았을까 싶다.그렇게 헌신적이고 자애로운 젊은 날의 노력과 고통이 여생엔 은혜가 넘치는 복으로 보답이 되어야 하겠지만 시대가 바뀌어 더 많은 돈과 물질을 요구하고 숭상해버린 탓인지 부모와 자식간의 온기 넘치는 정과 유대는 식은밥마저도 못한 처지가 되버리고 만거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의 구한말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잠깐 나왔다가 사라져 버린 직업의 세계는 내가 듣고 보고 느낀 직업도 있지만 생소하게 다가오는 직업도 있다.직업은 한 사회의 지배적인 욕망의 배치와 경제적 매커니즘을 대변하는 것이다.또한 어떠한 직업이 사라졌다해도 그 직업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글에서 소갷는 직업세계는 조선이 기울어가고 조선총독부에 의한 피지배에 놓여 있던 당시의 일상 풍경과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즉,전화교환수,변사,기생,전기수,유모,인력거꾼,여차장,물장수,약장수를 들고 있는데 전화교환수,유모,약장수,차장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보고 듣고 겪었던 직업이다. 전화 손잡이를 돌려 교환수에게 전화 신청을 하고 엄마를 일찍 여의고 젖이 모자라 젖동냥을 하던 이웃,노천 극장에서 영화 및 연극이 상연되기 전 으례 약장수의 신명나게 선전하던 약장수의 기세,초.중시절 통학시절 콩나물 시루보다 더 빽빽하게 손님들을 밀어 넣고 "오라이"하던 차장의 억세고 당당한 목소리는 지금은 희미한 기억과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삶의 흔적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나오는 직업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그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원튼 원치 않든 권력자의 노리개감이 되기도 하고 낮은 일당에 분노가 일어 요즘말로 노동 조합을 결성해 총독부에 저항의 표시를 분출하기도 했다.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기구하고도 눈물겨운 스토리는 당대 서민들의 밑바닥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또한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물장수 이야기는 식수로 사용 가능한 우물이 부족하여식수를 조달하기 위한 물장수가 새벽바람을 가르고 물을 퍼날랐던 것이다.

 

 

물질문명과 과학의 발전으로 힘들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직업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새롭고 편리하며 삶의 윤기와 풍요를 더해 주는 직업으로 대체해 오고 있다.인류의 조상이 후손을 이어나가듯 직업의 변천도 흔적과 무늬를 더해 가면서 우리 조상들이 삶을 꾸려 나갔던 시절을 반추해 보면서 현대인의 자화상까지 들여다 볼 수가 있는 사라진 직업은 눈과 귀로는 접할 수가 없지만 눈을 감고 회상하면 그 시절 일반인의 삶의 애환을 휘감았던 직업들의 명암이 교차되어 온다.한국의 근대 문화와 일상의 상징적 풍경을 직업으로나마 간접체험해 볼수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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