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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김성곤 해설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자식이 많다 보면 이런 저런 자식이 있을테고 속을 썩히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올바르게 성장을 하여 버젓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모에게 보이지 않는 효도를 하는 자식도 있다.이 글의 주인공 잭과 글로리가 엮어가는 이야기는 스릴감과 반전은 없어도 가족 관계,인간에게 끼치는 종교적 영향,인종 문제 등이 어우러져 개인주의 및 물신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태에 견주어 훈훈한 가족관계,단절된 소통의 복원,용서 등의 의미를 충분하게 보여준다.
형제자매 중에서 모난 행동을 하고 부모로부터 관심을 갖지 못한 잭과 결혼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글로리는 이미 나이가 들어 지팡이를 짚으면서 치매마저 걸린 아버지로부터의 용서와 잘못을 회개하고 바른 삶으로 돌아가리를 바라는 의미에서 기독교에 가입하기를 권유받는다.20년간을 바깥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탕자의 귀환마냥 돌아온 잭은 어머니를 잃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잭이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젊은 시절 목회자였던 경험과 삶의 값진 가치를 그에게 부여하면서 에임스 목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화려하지도 않은 서민적 가풍의 잭의 집에선 글로리가 커피를 끓여 내고 잭은 누이 글로리와의 대화를 엮어가고 아버지는 비틀거리는 몸동작에 치매기마저 앓고 있는 상태이지만 기독교의 성경 말씀과 주님의 인도에 따라 정신적 구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글로리는 오빠가 20여년간 밖으로 떠돌면서 외로움과 가슴속에 응어리진 분노와 부끄러움을 넘어서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오빠의 정신적 구조자가 되려고 자처한다.
잭은 집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과 지냈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온화하고 배려 섞인 아버지의 자상한 말씀과 누이 글로리와의 공감 어린 대화를 통해 새 인생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집을 또 나가게 되고 남은 가족들의 걱정거리가 된다.이어 잭이 흑인여자와 연애 끝에 낳은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잭의 본가로 나타나는데(델레) 이는 1950년대 미국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작가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상징적 의미마저 읽을 수가 있게 되고 그의 고향 길이아드에선 유색인종과 결혼하는 것을 금기시하기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가족간에 갈등과 화해를 읽을 수 있는 '홈'은 잭과 글로리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종교와 정치.사회적 문제 뿐만 아니라 인종문제까지 커버하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어린 시절 함께 놀고 지냈던 가족 구성원은 제각각 흩어지고 남은 아버지,잭,글로리 세 명은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소통과 갈등,분노 등을 가족이라는 토양하에 용서하고 화해하기를 종교적인 색채와 구절을 통해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켜 주고 맑은 영혼을 유지해 가기를 바라고 있다.무늬도 없고 스릴감도 없게 느껴지지만 혈육의 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