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눈에 들어오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특히 대상이 이성간이라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말과 행동,표정이 뇌리에 남게 되고 자신과 얽힌 추억과 사연이 있으면 가끔씩 떠올리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며 때론 너무 멀리 있기에 꿈 속에서라도 만나 보고 싶은 대상일지도 모른다.그것은 은근하기도 하고 강렬한 심장의 고동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나도 초등학교 시절 시골 경찰서장의 딸로 전학온 소녀가 있었는데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며 성적도 우수하며 노래도 잘 부르던 멋진 동급생이 있었다.좀 수줍음을 타고 나서기를 싫어했지만 나름대로 담임의 칭찬도 많이 받고 성적도 우수했던 나를 그녀가 먼저 얘기를 걸어 올때는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순수하고 가식이 없던 태도와 해맑은 미소가 천진스럽기도 하고 경찰관의 딸이라는 티를 내지 않아 쉽게 대할 수가 있었다.아버지가 자주 전근을 가는 바람에 2년 정도 같은 학교 생활을 하다 어느 날 또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게 되어 아쉽고 서운하며 보고 싶은 마음이 마음 한 켠에 꽤 오래도록 남았던 아련한 기억이 이 글을 읽으면서 오버랩되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백수생활을 하면서 놀이터에서 눈에 익고 신원을 알게 된 백인계 혼혈아였던 혜련은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리투아니아인으로 둘은 미국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려 결혼을 하면서 낳은 아이가 주인공 혜련이다.리투아니아는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발트해 연안국가로 구소련 지배하에 있었으며 한 때는 폴란드까지 지배했던 역사 깊은 나라였지만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소련에 흡수되고 현재는 러시아 연방국으로 되어 있다.2차 대전대전의 전란을 피해 외할머니와 혜련의 어머니는 천신만고의 망명길에 올라 미국 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아버지는 한국전쟁의 고아가 되고 미군에 의해 미국으로 입양되어 각자 미국 대학생활 속에서 알게 되고 결혼을 했던 것으로 보여지며 리투아니아에 남아 있던 혜련의 두 이모는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자신을 낳아주고 모성애를 심어준 친정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갖은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어렵게 어머니를 찾아 나서 찾았지만 친정어머니가 두 딸에게 대하는 모습은 이모들이 상상했던 자애롭고 인자하며 혈육애로 가득찬 모습과는 동떨어진 무덤덤하고 쌀쌀하며 '왜 왔냐?"는 식의 차가운 분위기에 그만 두 이모는 발길을 돌리게 되고 다시는 찾지 않게 된다.



주인공 나와 혜련은 뮤지컬과 무대 음악에 관심이 많고 둘 다 한 차례식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이혼을 했다는 공통점에서 서로에게 끌리고 관심을 갖게 되며 연민과 동정,배려와 미움과 사랑의 싹이 트게 된다.나는 혜련을 우연한 인연으로 만남이 이루어지고 혜련도 한국에 왔다 미국에 갔다를 반복하고 몽골인과 헤어지면서 어머니의 모국인 리투아니아에도 바람쐬러 가기도 하는데 나에게 관심이 없을줄 알았던 혜련이 편지와 그 곳에서 찍은 사진을 동봉하면서 아리송한 안부편지를 보낸다.나 또한 미국에서 더욱 뮤지컬 공부를 하고 싶어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발판으로 연극 수업과 관람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예기치도 않게 혜련을 만나고 얘기하고 좁은 아파트지만 같은 공간에서 침식도 하게 되는 등 멀어졌던 마음을 가깝게 하기도 하며 미국에서 만난 비행기 별명을 갖은 후배와 함께 영국으로 연극 무대 순례를 떠나는 등 자유분방한 집시의 모습도 연출하곤 한다.혜련과 나는 한 차례의 이혼을 통해 아픈 기억을 잊고 자유와 낭만,자신의 새로운 삶의 선택을 위해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누군가의 간섭과 구애를 떠나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저 하는거 같다.



다만 둘(나와 혜련)은 채워지지 않은 사랑의 부족함을 서로에게 느끼고 먼 옛날 혜련에게 느꼈던 풋풋한 순수함과 자신만의 당당한 삶의 방식에 매료되어 하나가 되기를 나는 고대하지만 혜련은 약간 쿨한 면이 있다.솔직하고 당당하고 예의바르고 감수성이 강하지만 전 남편으로부터 상처받은 후유증이 그녀의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나는 혜련과 함께라면 뭐든지 잘될거 같고 만족한 생활이 오래 지속될거 같지만 혜련은 그녀가 갖고 있는 내재된 아픔과 고통을 속으로 삭히고 누구에게 부담을 안기며 살아가려는 나약한 모습은 없는거 같다.혜련이 나에게 찾아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갈 때 혜련이가 몸과 마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같이 하기를 바라지만 혜련은 자신이 갈 길을 찾아 그녀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고독한 자유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