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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시간과 공감을 수도 없이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을 끄집어 내며 자신만의 시.공간 개념을 형성해 나간다.동틀 무렵의 어스름한 새벽의 찬공기를 맡고 해가 지는 석양과 주위와의 오묘한 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감각을 안겨 준다.또한 늘 일상의 시작과 끝이 연출되는 가정의 실내공간과 수많은 가재도구들도 나름대로의 공간을 형성하고 그 공간에서 우러나오는 향기,소리,오감은 깊게 느끼려고 노력할 수록 일체화되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기를 불어 넣음으로써 하나도 버릴거 없는 소중한 것이 될 때도 있다.다만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관조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인간과 함께 숨쉬는 존재가 될것이고 사람의 손에 의해 정교하면서도 예술적 감각이 살아 있는 것이라면 한층 더 감성을 자극하고 멋진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을 살아 숨쉬고 광활한 우주에 빛을 발하는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은 시작되고 나만의 보금자리가 정해지면서 자연스레 공간의 개념을 인지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내가 자라나고 청소년기를 보낸 산골 모습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 싸이고 대부분이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농가의 모습을 간직했다.신작로라고 불린 시골길은 포장이 안되어 버스라도 지나갈라치면 먼지가 뿌옇게 일고 남향으로 자리잡은 이웃집들의 고즈넉하고 평안한 모습들은 사계 내내 태고의 자연의 모습과 순박한 마을 인심들이 함께 어우러져 삶의 속살을 자연스럽고 포용력있으며 상부상조하는 전통의 미덕을 유지했다.산은 묘의 형상마냥 위가 뾰족하고 집들은 육각형 모양을 띠며 신작로는 약간의 곡선을 이룬 모습의 공간의 이미지였다.

공간은 다양하고 다채로움을 안겨 준다.건축,미술,자연을 거닐면서 보고 느끼며 감성을 축적해 나간 세월과 시간은 약간의 여유와 느긋함만 갖춘다면 그 공간 속에 숨쉬고 살았을 선현들의 모습과 장인들의 섬세한 손놀림,각고의 노력이 눈에 선하게 펼쳐질 것이며 철학과 문인들의 거소인 공간은 사색과 사유가 주조되는 그들만의 향연의 장일 것이다.특히 서양의 공간적인 개념이 개별적인 존재와 실체였다면 동양의 공간적인 개념은 서로 간의 관계와 비움을 중시한다고 한다.그러한 의미에서 현대건축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감성의 공간을 동양의 건축 공감은 유감없이 보여주고 관개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더디게 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추억은 많지만 자연스럽고 비인위적인 공간의 모습이 내겐 위대하고 어머니의 품과도 같게 다가온다.비탈진 오솔길,재래식 화장실에 내리쬐는 강렬하고도 찬란한 빛의 줄기를 어른이 되어서야 고맙고 위대하며 오묘한 공간에 내가 있었다는 기억을 되살려 보게 되었다.새.바람소리만 들리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비탈진 오솔길은 걷다 보면 대지와 숲,자연과 인간이 일체가 된듯하고 재래식 화장실이 안겨주는 분뇨 냄새와 한줄기 빛의 조화는 불편한 생활이었지만 그곳에는 갖가지 농기구와 부고(訃告)장이 새끼줄에 하나 하나 끼어져 있고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잿더미가 하나가 되어 숙성된 거름이 될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며 그 거름은 온 가족의 생명의 원천이 되고 남았던 것이다.그 시절의 오솔길의 탁 트이고 신선한 공기를 안겨 주었다면 재래식 화장실은 다소 어둡고 불편하게 나무토막에 두 발을 벌리고 앉아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했던 공간이 대조적이지만 운치있고 추억이 서린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서양 중세,근세 종교색을 띤 건축물의 위용과 동양의 불교색채가 짙은 사찰의 고요하고 청정무구함을 안겨 주는 건축 공간과 현대화와 더불어 초가집이 사라지고 양옥과 아파트가 살벌하리만큼 네모지고 회색에 가까운 획일적인 공간 속에서 인간의 심성도 획일화되고 계획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돈과 물질의 마녀로 변질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이 편리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때론 극히 이기적이고 환경 오염과 생태파괴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공간의 공감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고 느끼며 오감을 자극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심성을 사무적이고 획일화하고 물질문명의 노예로 만들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떠한 형태든 공간을 접하고 바라보며(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과 감정을 쌓아 나간다.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의 장에서 남들이 못느끼는 공간의 향기,소리,오감을 집중과 주의를 기울여볼 때가 아닌가 싶다.빛과 소리,향기를 통해 인간만이 갖고 있는 오감의 촉수를 최대화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와 비움이라는 겸허의 자세를 공간 속에서 느끼고 경험해 보는 시간을 기대해 본다.멋진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살리고 체현해 간다면 우리네의 삶도 보다 풍요로워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져 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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