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승이는 세를 불려 나가고 자신보다 위에 있던 상급자를 물리치면서 서울의 영등포 막창파,전주의 모나포파,잠실의 장수회를 아우르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게 된다.막강한 파워만큼 타조직과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또한 경찰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해야 하기에 경찰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타고난 처세술과 그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전직 국회의원 부인과의 정사는 농밀하기도 하고 부인으로부터의 대출압력을 넣기도 한다.때론 눈에 가시가 되는 존재는 싹부터 자르고 척결하며 자신을 조폭의 세계로 끌어 들이고 키워주며 비호해 주었던 모나코파의 오영구,배용구 등을 버리기도 하는 등 그는 실세 위에 카리스마까지 겸비한다.사람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가끔은 잊는거 같지만 조폭의 세계는 마치 함께 살아가는 세계가 아닌 모든 무리를 아래에 내려 놓는 절대군주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도 해본다. 서울에 올라와 갈 곳이 없던 김기승이가 우연히 기거를 정한 곳에서 한 농부의 딸 서채연이를 마음으로 사랑하며 내심 결혼까지 생각했던 걸까.돈이 모이고 세가 불어나면서 그는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전국의 패권까지 넘보기도 한다.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청춘일기마냥 그가 생각하는 평생의 여인을 생각했는지 서채연에게 화장품 가게를 내주기도 한다.그녀와의 섹스는 없지만 변치 않는 우의와 애정을 마음으로 그려 나간다.그는 주로 서지승이라는 중년부인과의 몸과 몸을 섞어 가면서 외로움도 달래고 이권도 챙기는 치밀하게 계산하는 지능까지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글에 나오는 조폭 파벌과 등장 인물들은 참으로 많다.이를 영화화한다면 1970년대를 살았던 계층들에게 회심과 추억의 장으로도 환영과 관심을 크게 받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전주의 남대문 시장의 작은 소용돌이로부터 서울의 개발지(잠실,영동권),조폭들의 이권 다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들이 살아있고 현장감을 더욱 자아내게 한다.마치 궁지에 몰린 쥐마냥 인간 역시 막판에 몰리면 본성이 나타나는 법이다.특히 돈과 재물에 관련되어 있다면 이것은 생존을 담보로 하기에 피튀기는 살육전이 벌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해동신용금고의 돈을 털게 되고 그 조직과 관련된 이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는 김기승이는 룸살롱 사브리나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둔탁한 발사에 의식을 잃게 되고 희미한 의식 속에서나마 고향 전주에서 리어카로 야채 장수를 하는 홀어머니를 떠올린다.그의 곁에는 그가 사랑하는 서채연이가 그의 마지막을 지켜 준다.김기승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1970년대의 땅과 이권을 둘러싼 조폭들의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지리멸렬한 생존다툼이 비단 조폭세계에만 한정될 문제는 아닌거 같다.가난을 벗어나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조폭들에게도 있다.다만 그들은 사회가 규정하고 인정하는 제도권이 아닌 소외된 계층들이기에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할지 몰라도 치열한 삶을 이루어 나가는 계층은 가난과 못배운 층들에게 더욱 임팩트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일종의 건달들의 세계를 뒤늦게나마 감상하고 음미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또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