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속칭 남의 간을 빼먹고 등쳐 먹고 사는 사람들의 부류인 사기꾼과 사채업자에 관한 이야기이다.까마귀는 일본에선 길조의 상징인데 사기꾼과 까마귀는 내 감(感)으로는 융합이 안되지만 읽어 가면서 까마귀가 검은 소굴의 상징이고 엄지(오야유비)는 적시에 먹이감을 확 낚꿔채는 예리한 갈고리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어찌되었든 경기가 좋든 좋지 않든 지하경제는 늘 상존해 왔고 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늘 존재해 왔다. 19년간 사기행각만 해오던 데쓰와 사채업자에서 사기(일본에선 사기시라고 함)의 길로 들어선 다케자와(竹澤)가 이 글의 주인공이 되고 열쇠 가게 전단지,보석 가게 현금 세일 전단지에서 만난 마히로와 그의 언니 야히로,그녀의 애인 간타로 등이 한 지붕에서 그들만의 삶을 꾸려 나간다.사기,사채업자,사채 정리업자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사는 부류가 아니기에 일반인의 시각에선 혐오의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들이 자라온 가정환경과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부모가 무능하여 자식에게 올바른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애인이 남을 속이는 직업에 있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도 사람 잘못 만난 탓도 있으리라. 저자 미치오 슈스케는 사기 행각을 벌여나가는 등장 인물들이 굵직굵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여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보다는 등장인물간의 소소한 대화,지나온 시절 회고 등을 통해 때론 갈등이 완화되고 때론 성찰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오락적인 요소도 깔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그 중에 사채 정리업자 히구치의 등장은 주인공 다케자와와의 해묵은 갈등과 응어리를 해소시켜 주는 모습도 보여준다.인생은 실패했지만 앨버트로스 작전만은 실패하지 않겠다고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이 비루하게 느껴지지만 그들만의 살아가는 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얼굴에 "난 사기꾼이오"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넉넉한 가정환경은 아니더라도 올바른 훈육과 어른으로서 부부의 역할을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부부는 한 치의 속임도 없이 털어놓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정을 제대로 지키고 사회가 온전하게 지탱해 나갈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또한 어리숙하여 남에게 잘 속아 후일 속앓이를 하고 극단적인 죽음까지 이르는 사회적 문제점도 재고해 보아야 할것이며 사채업자의 살인적인 원금.이자에 이를 갚지 못하면 사채 정리업자까지 등장시켜 살인까지 이르는 먹이사슬 구조는 생각만해도 끔직하다.살아감에 여러 직업이 있겠지만 남을 속이고 등쳐 먹는 짓만은 사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