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먹고 자고 일하며 인간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 구석구석에는 말 못할 사연도 많고 그 사연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으며 '동병상련'의 정을 나눌 수가 있다면 상처난 구멍을 매꾸고 서로 위로와 의지가 되어 줄 수 있을거 같다.상황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라면 가슴 아픈 사연을 함께 나누며 힘이 되어 주고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 도서 안에서 강렬하게 전해져 온다.
자신을 잉태시킨 아버지가 3개월째 나던 때 집을 나가고 엄마 혼자서 자신을 키워 주었던 쓰끼짱,엄마가 바람이 나 자신을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다른 남자와 살고 대신 생명의 은인과 삶을 지탱해 준 '큰 나무'를 받들고 살아왔던 스테오의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돈도 명예도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진정 사랑하고 구심점이 되어줄 존재가 어느 한 순간 내 곁을 떠난다고 느껴질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생각케 하는 것이다.
나이 스물에 사고무친(四顧無親)이었던 쓰끼짱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부군이 남긴 저금으로 나날을 버텨가야만 했고 무직,주소불명의 가련한 인생,불행의 억눌림을 안고 살던 엄마에게 "우선 우리 집으로 와".라고 사쿠(佐久) 할머니의 따뜻한 인정에 엄마의 뱃속 3개월째부터 25년을 엄마,쓰끼짱,하치가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엄마가 한 장정네를 데리고 와서 "이 사람과 함께 살기로 했다"고 선언을 하는 바람에 과연 쓰끼짱은 엄마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도 되는지 많은 시간과 생각,고민을 하게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을 꼭 빼닮은 스테오의 난데없는 등장에 쓰끼짱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겉으로 보여주는 행색과는 다르게 마음씨는 따뜻하고 자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할아버지 밑에서 갈고 닦은 음식 솜씨는 천하일품이고 엄마를 평생의 반려자로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의지에 쓰끼짱은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데 청천벽력마냥 엄마에게 다가온 난소암(卵素癌)으로 쓰끼짱은 정성으로 병구완을 하고 스테오는 지극정성으로 곁에서 병간호를 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물려 준 음식점을 잘 운영하던 스테오는 친구를 과신하여 음식점을 담보로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친구도 잃고 음식점도 통째로 날리게 된다.할아버지는 경차에 치여 복합골절 수술을 받게 되면서 어디 누구한테 마음 둘 의지처를 찾지 못하던 차에 연상의 쓰끼짱의 엄마(스테오보다 15세 위)를 만나 5년간의 연애 끝에 첫 째 남편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스테오에게 받고 싶어 했고 스테오는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쓰끼짱의 엄마와 나누고 싶었던 셈이리라.
25년을 엄마와 미운 정,고운 정을 나눈 쓰끼짱에게 엄마는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엄마의 새 인생을 위해 쓰루가메(鶴龜)(일본에서 불행이 닥쳤을 때 길운으로 돌려달라고 빈다고 하는 민간신앙)를 빌면서 마음 속은 썰물마냥 휘청거리지만 엄마의 인생과 행복을 위해 엄마를 스테오에게 맡기게 된다.함께 살던 가족은 함께 있을 때는 소중한지를 느끼지 못하지만 막상 멀리 보내 나와 떨어지게 되면 서운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존재인거 같다.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