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모던뽀이들 -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운명이 죽을때까지 따라 다닌다고 생각한다.물론 운명을 스스로 바꿀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가정의 부모님의 따뜻한 훈육과 경제적 능력,사회적인 정신적 배경,사회 구조 등에 의해 동화되어 가며 이는 규격화된 제도와 틀 안에서 자신의 색깔과 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하게 되는거 같다.20세기초 천재 시인으로 알려진 이상의 정신적 세계와 삶을 살펴 보고 그가 남긴 시 세계와 정신 세계,그와 교유한 구인회 등의 문인들의 삶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라고 이상은 <날개>에서 말했다.

국운이 다하고 외세의 지배가 시작되던 해(1910년) 이상은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어려운 경제적 처지에 백부의 그늘로 들어가면서 그의 정신적 세계는 혼란과 방황의 늪으로 빠져 든다.어린 시절 내성적이었지만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좋았던 이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계속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백부의 뜻대로 그는 현 서울공고에 진학하게 된다.서울공고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고 건축일을 하는 현장 실습감독으로 일하던 중 인부로부터 본명 김해경이 아닌 이상으로 불려지게 되었던 것이 그의 본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백부가 물려준 재산으로 그는 '제비'라는 카페를 차리고 그곳에 오는 금홍이라는 아가씨와 가까워지지만 오래 사귀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고 후일 변동림이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가 문우 김기림의 추천으로 동경 유학을 가고 별세계를 기대했건만 경성에서의 따분한 생활과 세속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지쳐가던 이상은 결국 결핵성 뇌매독으로 요절을 하면서 짧은 삶이었지만 천재적인 시인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대표작 날개와 오감도를 들 수가 있는데 오감도의 경우는 연재물을 읽는 독자들로부터 "말도 안되는 시라는 항의와 신성한 문학계를 더럽히는 존재"라는 등으로 더 이상 연재를 실을 수가 없게 되었지만 오감도에 담겨 있는 그의 정신적 세계 및 표현하고자 하는 뜻은 깊고도 의미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감도 시제15호>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 역시외출중이다. 나는 지
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
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그는 젖을 뗄무렵 부모로부터 강제로 입양되어 백부모 밑으로 가게 되는데 이는 유아기때의 강제적인 부모와의 격리는 이상의 내면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낙인이 찍히게 되고 사회적 불안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다.이를테면 정상적인 사람보다 가정 폭력이나 성적 학대를 더 많이 겪은 것으로 의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봉두난발에 중산모,길게 기른 수염,쾡한 눈동자,말랑깽이 같은 체격은 보든 이로 하여금 가까이 근접할 수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그는 그러한 사회적 불안장애를 딛고 간간히 그림 그리기,시작(詩作) 등을 보여 주는데 그의 시문은 대부분 사회적 불안장애로 인한 방황과 고민,부적응,닫혀 있는 탈출구 안에서 몸부림치는 이단아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1930년대 경성은 일제에 의한 경성 도시계획이 추진되면서 사대문 안은 상권 형성이 활발해진다.화신백화점을 위시하여 미쓰코시,미나카이백화점이 모던한 위용을 보여주면서 이상의 눈에는 이러한 백화점이 그의 정신적 도취와 파멸의 장소가 되는데 폐결핵으로 신음하던 그는 백화점 옥상에서 뛰어 내릴 생각도 했다고 한다.일제에 의한 도시계획이 제한적이나마 근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당시(1930년대) 조선인의 정신 세계는 유교의 세습과 가부장적인 봉건사상이 짙게 깔려 있었기에 이상이 날개에서 부르짖은 19세기 유물을 봉쇄하려고 해도 조선시대의 도덕과 윤리라는 틀에 발목이 붙잡혀 옴죽달죽할 수없는 방황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것이다.이 어긋남과 분리는 주체가 이상과 김해경 사이,친부와 양부 사이,새것과 옛것 사이,봉건과 근대 사이,조선과 일본 제국주의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가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날개를 통해 그의 남루하고 비참한 정신적 세계를 초인류 종족으로 비상(飛翔)하려는 열망으로 충만해 있음을 알게 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자꾸나
.

1930년대 조선 공산당 문학세계 즉,카프가 된서리를 맞게 되면서 카프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구인회(九人會)를 결성하게 되는데 초창기엔 회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결국 구인회는 순수 창작의 구심점으로 선회하게 된다.이 곳에 이상,박태원,김유정,정지용,이태준,이무영,김기림,이효석,유치진 등이 교류를 하게 되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나가고 들어오는 등 구인회는 부침을 맞게 된다.특히 이상,박태원,김유정은 각별한 사이였다.김유정도 질병으로 요절하게 되고 이상도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둘은 같은 해(1936년) 3월 29일과 4월 17일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김유정이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언어 구사를 했다면 이상은 좀 낯선 용어이지만 상징적이고 함축미가 가득찬 시어의 세계로 충만했던 것으로 보여진다.이상만의 정신적 고뇌와 방황의 탈출구가 시 세계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그와 가깝게 지냈던 카프 멤버들은 해방을 맞이하고 6.25동란이 터지면서 일부는 납북이 되어 생사불명인 사람도 있고 종군기자를 하면서 끝내 북에 남아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살았던 사람도 있으며 '토사구팽'식으로 숙청을 당한 인사도 있음을 알게 된다.

이상은 어릴적 부모와 강제적으로 떨어져 살아야 했고 백부가 죽고 다시 본가로 돌아왔지만 가난을 면치 못하고 힘들게만 사는 부모를 보면서 구차한 삶을 벗어나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신만의 정신 세계를 시로서 나타내고저 했던거 같다.당시엔 정형화되고 인습이 강했던 시절이라 그가 그리고 나타내려 했던 독특한 시어는 지탄과 반발을 샀지만 그의 시세계는 보들레드의 불꽃같은 강한 화염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양복에 구두를 신고 짙은 눈썹과 콧수염을 하고 카페에서 모던 경성을 얘기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그만의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동경 유학을 기화로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 보려 했지만 결국 만족스런 세상을 찾지 못한 채 외롭고 쓸쓸하게 부인 변동림의 온기를 느끼며 생을 마감한다.그는 천상 경계인이고 디아스포라적인 존재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 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