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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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꾸밈이 없다.순수하고 솔직한 어린이의 시선과 생각,감정이 듬뿍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동시 속에는 마치 단짝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가 하면 시대의 아픔과 사회의 단면을 쉬우면서도 의미심장하게 애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가 어린이의 시각에 최대한 맞추기 때문에 순수한 동심이 절로 우러나오고 쑥쑥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신체와 함께 이 속에는 어린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담겨져 있음도 알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독립 운동을 하다 안타깝게도 요절한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해보고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하고 솔직하며 정감어린 동시의 세계를 만끽해 보는 계기가 무엇보다도 다행이다.표지의 그림을 보더라도 어린 꼬마가 실바람이 불어 오는 여름날 마루에서 책을 읽다 스르르 잠이 들고 더위를 쫓기라도 하듯 살짝 아랫배를 내놓은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어린이답다.

지나온 시절,빛바랜 기억 속의 모습은 돈과 물질이 전부가 아니어도 농경사회의 공동체의 모습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과 배려로 매꾸어 주고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시절의 동시 세계는 시도 멋지지만 내게는 시를 대변해 주는 삽화가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녹음이 우거지고 상쾌한 바람마저 온몸을 시원하게 감싸주는 여름날의 숨바꼭질 장면은 요즘 컴게임과 사교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겐 해보고 싶어도 숨바꼭질 짝이 없어 할 수 없는 먼 옛날의 놀이로 다가온다.

아씨처럼 내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자 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 보고 웃는다 <햇비 중에서>

싱그런 여름날의 하천과 산과 대지에 고운 비를 맞고 함초롬히 자태를 뽐내며 더욱 성숙해 가기를 기약이라도 하는 듯한 풋내 나는 옥수수의 모습과 조물주가 만들어준 산천이 아무런 인위 작용도 없이 한가롭고도 넉넉하여 자연의 힘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물아지경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 멀지 않은 그 옛날의 한 시절을 기억을 찾아 거슬러 가본다.

가난해서 삶이 불편했지만 인간의 정신만은 물질에 찌들지 않아 먹을 것이 생기면 이웃간에 나눠먹기도 하고 심심하면 마실도 다니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품앗이를 하면서 내 것,네 것 따로 구분할 것 없이 성과 열을 다해 돕고 도와주었던 그 시절의 모습은 윤동주 시인의 시심과 시 속에 알알히 박혀 있다.봄이 되면 제비가 날아와 처마 밑 기둥에 둥지를 틀고 겨울이 되면 먹이 찾아 날아온 참새들의 먹이 쪼는 소리,여름 끝물 무렵엔 귀뚜라미 소리기 신기하여 귀뚜라미와 가까워지려고도 해보고 옹색한 방에서 대가족이 등잔불을 벗삼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시절은 이제는 회색 빛의 네모난 아파트에 꼼짝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인거 같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자연 속에서 자라나던 어린 시절은 꿈으로 가득찼고 그 꿈은 학원과 과외가 아닌 드넓은 대지와 오염되지 않은 청정무구의 자연이 하나 둘씩 이루어 주었던 것이다.포장 안 된 오솔길을 풀 냄새,새소리,먼지 날리는 창공을 배고픔도 잊은 채 꿈을 키워 나가던 어린 시절이 새롭게 다가오며 윤동주 시의 세계에 때묻지 않은 동심과 자연의 위대함이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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