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의 치열한 생존의 장을 벗어나 영혼의 쉼터를 찾아 사람과 사물,음식과 풍경과의 만남은 가깝게는 일에 대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고 길게 볼 때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행복의 밀알이 될 것이다.여행도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을 것이고 마음 속에 그리는 여행지는 자주 찾고 다녀도 질리지 않다.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거 같고 반겨 주는 친구 덕분에 밀린 이야기는 밤이 새도록 하여도 끝이 없는 우정의 나눔이기 때문이다.

 전문 산책자인 정수복작가의 프로방스 여행은 풍경,역사,인물,에피소드등이 한데 어울려 읽는 내내 유익함을 선사했고 잘 보존된 산과 숲,예술가와 작가들의 체취와 향기가 물씬 묻어 남을 느낄 수가 있었으며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만의 자부심과 애정도 함께 읽을 수가 있었다.북적대고 치열한 일상이 아닌 프로방스만의 자연 경관은 알퐁스 도데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함께 까뮈의 생의 후반기의 사색과 창작의 산실,화가 반 고흐가 평생을 몸바쳐 그림 그리기에 열정을 쏟아 붇던 곳이라는 점에서 프로방스는 독자들에게 한층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거 같다.또한 작가는 프로방스 체험기를 날짜별로 기록해 놓고 있어 작가의 프로방스 견학문이 오롯이 전해져 온다.

 북적대는 도회지의 찌든 환경을 벗어나 신선한 자연의 내음과 느리게 흘러가는 태고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쪽 지방에 위치하고 해양성 기후 덕분에 대서양에서 불어 오는 바람으로 그들이 자랑하는 포도와 곡물들은 탱탱하면서도 알차게 익어 간다.프로방스인들은 점심을 먹고 새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앉아 있는 곳에서 오수의 달콤함을 만끽한다.또한 그곳은 고대 로마제국의 지배와 영향권에 있어서인지 원형경기장등이 남아 있고 영화의 메카가 할리우드가 아닌 프로방스가 영화의 발상지임도 새롭게 알았다.그만큼 역사와 문화,자연의 숨결을 잘 보존하고 간직하고 있기에 세계인들의 애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후반부는 불운한 삶을 살다 간 화가 반 고흐의 삶의 여정이 잘 나타나 있다.고갱과의 불화와 의견 불일치로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는 정신병자로 몰리고 정신병동에 격리 수용 생활을 하게 되는데,생전엔 빛을 발휘하지 못하던 그림이 사후엔 영광을 누리게 된다.그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강렬한 임택트를 주기 때문에 그림 애호가들을 사로잡는거 같다.또한 그는 돈이 되지 않는 그림을 창작열과 광기의 정신으로 몰입한 결과가 오늘의 그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생전에는 생활비가 궁해서 동생 테오 고흐에게 받아 궁색한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형제애가 누구보다도 돈독하지 않았나 한다.그의 묘 옆에는 동생 테오 고흐가 나란히 서 있어 죽어서도 영혼의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뤼베롱)과 강이 교차되고 역사가 유구하며 카뮈와 반 고흐,고갱과 같은 문호,예술가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프로방스는 이지러진 삶을 올바르게 세워줄 줄 알고 이곳에서 거장들이 꿈을 꾸고 작품을 구상하며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만점이라는 생각이 든다.그곳에는 또 자유로움과 신선함,고요함과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예술혼이 살아 있음도 감지하게 되었는데,나 또한 프로방스와 함께 생각과 감정,영혼이 맑게 침전되고 그곳에 태고의 신비함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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