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는 중국어로 샤나오런이다.이는 새를 놀라게 하고 쫓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그간 귀에 익지 않았던 대만 작가 산마오의 청춘과 신혼 일기를 글로써 접하면서 그녀의 성격,교우 관계,남편과 가족,정체성등을 어렴풋하게 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종전 대륙 청뚜에서 태어나 대만으로 건너간 중국인으로서 학창 시절은 스페인,독일등에서 보낸 유학파요 학구파이며 낭만적인 기질을 지닌 현대 여성의 표본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그녀는 야생마처럼 여기 저기를 휘두르고 다니는 왁가닥같은 성격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마음 속엔 중국의 전통 사상인 유교 정신이 꿈틀거리고 있음도 알게 된다.함부로 말하고 행동할거 같지만 심사숙고하면서 학구적 투지와 집념도 엿보인다. 정식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법률 사무소에 혼인 신고만 한 채 스페인의 연하 남자 '호세'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쪽빛 바다와 하얀 구름,드넓은 벌판을 벗삼아 유유자적하는 한가로운 삶을 구가하는데 풍광이 눈에 절로 들어 오는듯 하다.그곳은 주로 퇴역한 북유럽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는데 욕심과 욕망을 벗어 던지고 지난 삶을 회고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남은 삶을 멋지게 구가하는 모습과 무일푼으로 자연 환경 봉사활동을 하는 어느 노인의 훈훈한 모습도 인상적으로 다가 왔다.산마오는 알뜰하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한국식 로또 복권을 꿈꾸는 엉뚱한 면도 보인다.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산마오는 시집에 가게 되고 36명이라는 대가족의 음식 장만에 젊은 사람 티내지 않고 손이 큰 사람이라는 인상도 각인시키며 시집 어른들에게도 점수를 따는등 그녀의 청춘 시절은 현실과 낭만을 골고루 맛보는 시간이었던거 같다.이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향수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듯 산마오도 대만의 가족들이 그리워 남편 호세를 두고 홀연히 귀국하게 되는데 호세는 산마오를 다시 못보는줄 알고 수십통의 편지를 통해 그의 본심과 사랑하는 마음을 읽게 된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영원한 인생 파트너가 갈 줄 알았던 호세는 잠수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스페인 생활을 접고 대만에서 작가로서 창작활동을 하다 48세의(1991년)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그녀가 남긴 작품은 자유롭고 발랄하며 소탈하면서도 내면에 우수가 짙게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그것은 오랜 이국 생활에서 오는 자유스러운 분방함과 낯선 땅에 홀로 서 있는 외톨이와 같은 감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그녀의 별명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 같은 존재와 같다는 생각이 이 글을 관통한다.내게도 화려하지 않은 청춘 시절이 있었지만 산마오와 같은 오랜 외국생활 속에서 비롯된 자유 분방함과 호쾌함,각국의 언어 및 인종과의 접촉을 통해 그녀와 같은 문학 작품이 생성됨을 이해하면서 인간의 삶은 역시 자연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