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글을 풍부하게 접하고 섭렵하여 내 안의 울림을 가득 채워 나간다면 잃었던 누선과 메마른 감정이 한껏 봄비를 맞고 다시 활짝 피어 오르지 않을까 한다.특히 한국 문학작품을 대하면(작가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이라는 토양을 강 건너 불구경하기도 하고 내가 마치 겪었던 일인양 빙그레 미소 짓기도 하고 먼 옛날 할아버지,할머니와 살았던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다시금 조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이것은 문학이 삶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순수한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감흥도 일어나리라 생각한다.또한 예스러운 단어 및 문구를 대할때면 죽어가고 살아나며 또 죽어가고 살아나가는 말들 속에 사회성이 깊게 내포되어 있음도 간파하게 된다.



 이 도서는 제목이 참으로 깊은 여운을 준다.또한 작가 10인의 단편 하나 하나가 10인 10색이라는 것도 두드러지게 되고 모두가 우리네의 삶과 일상,생각과 감정,기쁨과 슬픔,만남과 헤어짐,선연한 기억과 희미한 기억들을 함께 느끼게 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작가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된 두 분도 보인다.이청준,박완서 작가이다.

 깊은 밤,기린의 말에서 학습 지체아를 두고 있는 태호 엄마의 애틋한 육아 이야기,갱년기의 기나긴 하루에서의 잘난 시어머니와 중년의 며느리 사이에서 오고 가는 따분한 일상의 단상,이상한 선물의 선바우골의 전설과 보림사 보살님 벽화의 설화에 얽힌 이야기,마디에선 불혹에 나이에 든 주인공의 노안과 이명등으로 삶의 전환점을 풀어내고,퍼즐에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낙태를 하고 자신 또한 우물 속에 빠져 죽는 이야기,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에선 기독교 순례 여행담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으며 소금창고에선 협궤열차 수인선에 대한 추억과 시화호에 얽힌 추억이 그려져 있으며 파종은 부녀가 진화론과 관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거 같고,제삿날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의 몰인간성을 지적해 주고 있다.마지막 국화 밑에서는 한국 장례문화와 관련하여 작가의 박식한 입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가끔 자신을 되돌아 보고 삶을 관조하며 잃었던 인간 상실을 되찾아 가는데에 있어서 여기에 나오는 10인의 작품들은 인간의 마음을 제자리로 되돌려 주고 겸허하게 살아가는 법도 가르쳐 주지 않을까 한다.가끔 소설집을 읽곤 하는데 이 작품은 읽었던 작품중에서는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안겨 주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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