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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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막힌 소통,중간자적 교통정리,부모.형제간의 짙은 불화의식을 숨이 막히도록 절감했고,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식과 혈육의 정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멍에란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마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의 사전적 의미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 억압을 나타내는 말로서 이 글의 주인공 초로의 가장은 90자리에 있는 봉건적이고 권위적이며 폭압적인 전제군주의 모습을 그린 아버지이다.사리에 어둡고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언행에는 가차없이 아내,아들들을 인정사정없이 완력으로 휘두르며 집안의 분위기를 일시에 먹구름으로 만들어 놓는 현대판 고수이다.

주인공은 정년을 앞둔 중등학교 교사로서 학교와 배식업체간의 금전적 비리에 맞서다 힘없이 퇴직하게 되고 집안에 나앉게 되며 백수생활을 하게 되는데 집안의 헝클어진 분위기와 자신의 나약한 심경과 입장을 고백체로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해 놓은 것을 자신이 출타중일 때 대학에 시간강사로 있는 며느리가 몰래 훔쳐 보면서 이 이야기는 전개가 되고 집안의 모든 면모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90을 내다보는 아버지,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지만 주인공은 2남 2녀의 형제중에 차남으로서 형이 부모를 모셔야하지만 어찌 된일인지 그가 맡게 되고,유년,청년,장년내내 아버지는 걸핏하면 폭행,폭언으로 일삼는데,중국의 순임금의 아버지,고수가 생각이 났다.매사 자신의 뜻과 비위에 맞지 않을때는 나이,지위를 막론하고 손,발로 폭행을 휘두르며 일순 평지풍파를 일으키게 되는 어리석음과 눈이 먼 노인으로 둔갑하게 된다.둘째 아들 집에 붙박혀 살게 된 이유는 작은 며느리의 음식솜씨가 아버지의 입맛에 맞아서라는 얘기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또한 그의 어머지는 노쇠한 몸이었건만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90남편의 손지검에 의해 얼굴에 상처를 안기도 했고 돌아가시고 난 뒤에다 마누라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뒤늦게 깨달은 것같다.

형제간에 불화가 있고 만남이나 대화도 원활하지 않은 집안은 어찌보면 권위주의적이고 폭군과 같은 늙은 아버지의 잘못된 가정교육과 정체성에서 기인한 것같다.마치 늙어 죽는날까지 가족들을 안하무인으로 일관하고 사랑채에 틀어박혀 며느리의 밥상챙기기,비위맞추기,딸자식들과 모종의 속닥대기등을 감지할 수 있었고,사단의 발생은 거의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는데,아버지는 죽기전에 작은 며느리 앞으로 통장을 넘겨 주기로 했는데,어찌된 일인지 며느리가 시아버지 재산이 탐이 나서 통장을 빼앗아 간걸로 법원에 각각 원고,피고로 소장이 날라 왔을 때에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종국에는 마음이 풀려 고소를 취하하게 되지만...그럴때 시어머니는 중간에서 가정을 위해 참고 또 참으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사람인지라 주인공과 며느리는 패륜을 저지르고라도 아버지를 패서 나쁜 버릇을 고치려 하지만,막상 그 순간이 오면 인간의 착한 본성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솔로몬의 지혜를 빌리고 싶은 마음이 내내 일어났다.

시어머니도 결국 화장을 해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온 날,현재의 삶 속에서 눈에 거슬리는 아버지,형제와 제대로 아버지,남편으로서 역할을 못해 상실감과 자괴심을 앉고 불현듯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으며 자살이라는 운명을 생각하게 되는데...그래도 함께 할 가족,부모형제의 질긴 끄나풀은 버릴 수가 없었나보다.그간 2주간의 잠행끝에 집으로 돌아오고,남겨진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져 자식들의 병간호를 받으며 예전보다는 마음이 누그러지고 원수같이 지내던 형제들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게 됨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나 가정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이 글에서처럼 폐쇄적이고 주먹이 앞서는 가정이라면 가슴이 막히고 힘이 들어서 한시도 살 수가 없을것이다.요즘 세대가 이러한 글을 읽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눈이 멀고 사리에 어두우며 자신만이 한 가정의 막강한 가장이라는 잘못된 인성과 습성을 갖고 있는 집안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며,한 집안을 이끌어가는 가족구성원이 제일 힘이 들겠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가족이라는 운명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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