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미학 - 우리말 풍경 돌아보기
이상규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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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면서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용되는 말들이 어떤 때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말(사투리,방언,토속어)로 주고 받으며 첫 대면이라든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격식을 갖추어 우리가 말하는 표준어로 대해야 할 때가 많이 있다.평소에 방언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작품을 읽어 가노라면 작가의 말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게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자신이 타지역의 말을 모방해 보기도 한다.특히 한승원씨의 작품 속에서는 전남방언이 질퍽하게 묻어 나오고,김주영씨의 작품 속에서는 경북방언이 핏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며,이문구씨의 작품 속에서는 충남방언이 눈을 즐겁게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문자가 없던 시절,중국의 어려운 한자를 빌려와 이두문자로 표기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그 아름답고 세련미 넘치는 한글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어강제교육으로 인해 한글이 말살되는 수난을 겪어 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뜻있는 한글학자및 작가들에 의해 우리 한글은 인동초처럼 두터운 대지를 뚫고 세상을 향해 빛을 발휘하고 있다.

 표준어의 정의를 ’현대 서울에서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라고 한다.그외 언어는 그럼 뭐란 말인가?라면서 작가는 방언 및 토속어를 범국어권에 집어 넣어 주기를 주문한다.또한 방언에 대한 국민의 인식 태도가 눈에 띄는데,향토 문화의 중요한 유산,국어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문학 작품의 사실성 살리는 요소,언어 통일에 장애가 되지 않음,지역 감정을 유발하지 않음이 압권을 보인다.우리나라에서 방대하다고 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글을 읽는다든지 어떠한 것을 조사한다든지 할라치면 찾아 볼 수 없는게 수두룩한다는 것이다.또한 한반도는 해방과 더불어 원치 않게 이념의 남북으로 갈라져 남은 표준어로 서울말을,북은 문화어로 평양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방언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려주고,작가의 마음과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정적인 묘사일 것이다.그 한 예를 인용해 보려 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P58~59

 멋진 시를 감상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시인 백석은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은 사랑의 공동체인 ’마가리(오막살이)’에서 사랑하는 나타샤와 함께 살기를 기원하는 애틋하고 애절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짚가리’형태의 지리적 분포로 방언권(기호형,호남형,중부내륙형,동부 산지형,남부 고원형,영남 내륙형,남해안형,동해안형)과 흡사하다고 제시하고 외양간,벼,부추를 모델로 방언 분포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근현대 작품 속의 방언도 묘미가 있어 지루한 줄 몰랐는데,채만식의 [천하태평춘],조정래의 [태백산맥][아리랑],최명희의 [혼불],정지용의 [향수],홍명희의 [임거정],이기영의[고향],현길언의[용마의 꿈],이용학의 [낡은집]과[동면하는 곤충의 노래],김소월의[진달래꽃]중 기억이라는  시의 1연에 쓰여진 난해하면서도 정감있으며 주옥같은 방언들이 활용되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어문 정책의 현주소의 모순투성이를 고쳐 나가려는 의지가 없음을 꼬집고 표준어와 표준국어대사전을 지목하면서,한 나라의 규범어를 규정하여 불편 없이 사용,사전에 그 내용을 실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또한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방언을 수집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신조어를 매년 수집해서 30권짜리 ’국어대사전’을 만들어 언어의 곳간에 담아 두고 있다며 [표준국어대사전]의 잘못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알고자 하는 모든 언어 자료를 차근차근 수집 정리하여 일상 언어의 곳간을 채워 나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21세기는 한국 사회가 정보 기술 강국으로 웹 기반 사전 편찬 기술을 구축해야 하며 디지털 강국으로써 우리의 한글언어를 배우려는 한류열풍에 맞춰서라도 우리들이 사용하고 하는 일상언어에서부터 시,문학등에 걸친 언어들을 한 곳에 담아 놓는다면 필요할 때 끄집어 내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고 나라의 말을 멋지게 펼쳐 나가지 않을까 싶다.아울러 남북한으로 나뉘어져 이질화된 우리 말을 남북의 언어학자들을 위시해서 폭넓은 인재들이 지혜를 집적해서 [겨레말큰사전]을 제작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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