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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청소년들은 한 사회의 미래의 희망이고 지렛대 역할을 해 주기에 충분하다.그만큼 그들에 대한 기대가 크고 기대가 큰 만큼 사회는 그들에게 안정되고 활기차게 그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주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은희경작가의 작품은 난생 처음이다.내게도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사춘기의 꽃망울이 비바람에 젖고 갈피를 못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던 터라 자못 관심이 컸다.나도 청소년기를 지내왔고 흘러왔으며 지금의 청소년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질펀하고도 예리하며 세심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국 사회의 구조상 17,18세의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좋은 몸값을 갖춰 선남선녀를 만나 잘 살며 폼내며 인생을 구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을까 싶다.공부는 좋든 싫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영양분이고 초석이며 본분일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연우,채영,태수,마리,재욱 형,연우 어머니,채영이의 가족들이 얽히고 섥혀 하나의 드라마를 전개하고 있다.전체적인 분위기는 시니컬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며 톡톡 튀는 얘기를 기대했는데 마치 하늘에 비가 올듯 먹구름이 끼였다가 먹구름이 조금씩 벗겨져 나가지만 내내 맑고 기분 산뜻한 날씨는 없이 흘러 갔다.
내성적이고 얌전하며 자기 주장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연우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되고 의복 패셔니스트인 엄마는 연하의 젊은 남자(재욱)와 교제를 하게 되면서 연우의 집에 들랑달랑 하게 되는데,때로는 술 한 잔 하면서 속 마음을 털어 놓기도 하고 함께 어디론가 여행을 가기도 한다.반면 연우가 마음에 두는 채영이는 금융권 지점장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자라서인지 융통성은 없어 보이지만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는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어두운 구석은 없다.
- 내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그게 관계를 가볍게 만들어주거든.누구나 짐을 지는 건 싫어하니까.약간 멀리 있는 존재라야 매력적인 거야.뜨겁게 얽히면 터져.-
미국에 랭귀지 스쿨로 조기 유학을 갔다 중도하차하고 귀국한 독고태수는 연우보다 나이는 1살 위지만 하는 말투와 행동은 설익은 미국식 문화를 몸에 지니고 걸핏하면 힙합 춤에 랩을 지껄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한다.또한 그는 좌충우돌하면서도 돌출나는 행동으로 비행 청소년들과 부딪히기도 하며 교내에서도 선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난 이쯤에서 결론을 말해
Let's go space Let's go space Let's go space
네게 가까이 다가가 저 빛을 향해 날아가
빛이 넘치고 넘치는 우주로 we gonna fly high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면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주변인들이다.좀 더 성숙하고 사려 깊으며 멀리 사회를 내다 보는 지혜와 인내,겸양 정신들을 배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채영이와 태수의 여동생 마리는 교지편집부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서 문학도의 기초를 닦아가는 학생이기도 한데 연우는 특별하게 잘 하는 것도 없고 그저 가정의 중심을 못잡는 엄마와 재욱 형의 교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을 생각하기도 하고 어느 날 마음 한 켠에 찾아 들어온 이성에의 동경의 대상이 채영이었던 것이다.활발하지도 적극적이지도 못한 연우는 채영이의 반듯하면서도 규범적인 모습이 좋았던지 차가운 손을 잡아 주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스쿠터를 타던 채영이는 불의에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연우는 직접 병문안을 가보지도 못하고 병원 언저리에서만 그녀를 생각만 한다.
그리고 둘은 별이 빛나는 밤에 길에서 만나 부쩍 외모적으로 성장한 채영과 심드렁이가 노랑 머리 깡으로 변한 연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이제 채영도 연우에 대해 생각하고 머리 속으로 가끔은 그려 보는 듯하다.G -그리핀을 들으며 노래의 주인공의 목소리가 연우와 흡사하다는 것을.너무 많이 들으니까 연우의 모습이 생각이 안나고 G-그리핀을 닮았다고 하는 걸 보면 채영은 연우를 조금씩 자기 마음 속으로 들여 넣는거 같다.
청소년기는 미완성품 기계다.손으로 만지고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엔 무슨 오작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또한 사고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도 못하고 정서적으로 불완전하고 사회적으로는 무능한 존재인 것이다.
헤어진 연우 아빠와 신민아라는 연우 엄마는 서로가 어떤 형식으로 헤어졌든 연우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드리워져 있고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때 연하의 남자와 거리를 두고 교제를 하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연우는 과연 올곧은 인격과 심성을 배양할 것인지, 연우 앞에 놓인 험한 장막을 연우는 헤치고 스스로 넓은 대지 위에 홀로 우뚝 솓을 것인지 내내 연우에게로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