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적게 벌고 행복을 누리며 감성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를 가끔 생각한다.각박하고 물질이 우선시 되는 시대에서 ’시대에 한참 뒤쳐진 생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리산 행복학교>는 물욕과 욕심에 가득찬 인간의 마음을 모두 벗어 던지게 하고 그 모든 때를 벗기게 하는 마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리산 하면 한국 현대사 공산당(빨치산의 거점)토벌 작전지 및 산세가 수려하고 찌든 마음을 수양하는 데에도 적격인 곳으로 보여진다.지난 해 행사관계로 지리산 둘레 걷기에 가본 적이 있는데,길게 늘어진 산과 산과의 이어짐과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이 무궁하게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중간 중간 지리산 주위의 산과 구옥,경치들을 보면서 인간이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산을 깎고 헐며 개발한다고 하니 제대로 보존되는 산과 강 허리는 과연 몇 개나 남을까 우려도 된다.

 낙장불입 시인,버들치 시인,최도사,스발녀,수경 스님,사진 작가 강병규씨,고알피엠여사등과 꽁지작가(공지영 작가 닉네임)가 펼치는 지리산과 섬진강 이야기는 넉넉한 시골의 인심과 정취,작은 것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 가는 이야기가 각박한 도회지의 회색 문화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비춰지고 다가왔다.

 1년 50만원의 월세금으로 근근히 살아가지만 지리산을 등지고 섬진강을 내려다 보며 살아가는 그들은 처음부터 시골 골짜기에 둥지를 틀고 살지는 않았던거 같다.도회지의 생활에서 환멸을 느끼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기로 마음을 굳히기까지는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으리라.

 섬진강가의 사계의 모습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경건함도 느꼈다.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봄,여름,가을,겨울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들의 자태를 자연스레 보여주고 인간에게 진실된 선물을 아낌없이 선사한다.꽁꽁 얼어 붙은 논 흙더미 위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보리 새싹의 생명력과 눈꽃 위에 피어난 매화부터 가을 걷이가 끝나가고 잔설이 붙어 있는 감나무에 까치가 마저 남은 홍시를 쪼아대는 모습까지 지리산과 섬진강의 사계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돈이 없고 갖은 것이 없어도 산에서 자라는 산채와 약간의 돈을 추렴해서 술파티를 열고 지나가는 행인의 시름을 달래주기 위해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편안하게 대접하는 모습에서 산 속의 인심은 아직은 물질문명보다는 사람 자체가 소중하고 넉넉한 인심이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랑방’같은 존재이리라.

 아름아름 지리산의 매력을 알게 되고 섬진강의 굽이 굽이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그리워 찾아 오는 객인들이 하나 둘 벗이 되고 나아가 교류를 하면서 정모가 탄생되고 동네 밴드가 구성되어 하나의 이벤트가 열리게 될치라면 고즈넉하고 고요하던 산골이 마치 청춘남녀가 혼인의 예를 펼치는 잔칫날과 같다.왁자지껄하면서도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보는 멋진 밴드 이벤트가 드넓은 지리산 골을 울려 퍼지게 할 것같다.

 산이 좋고 물이 좋아서 그곳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고 시국토론도 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리면서도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존법 속에서 행복의 열매들이 하나 둘씩 알알이 익어가는 모습을 알게 되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한다.

 
도시적인 이미지에 수다스러울거 같은 공지영작가가 풀어낸 전라도 사투리도 구수해서 좋았다.물론 내 고향도 그 근처이라 친숙한 탓도 있었으리라.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답답한 도회지보다는 산과 물이 손짓하는 그곳으로 달려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아마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진정한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찾지 못한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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