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핵가족 시대에 살면서 대가족 제도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의 스펙과 창의력,능력이 존중받는 시대에 살다 보니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생존 경쟁 속을 걸어가야만 하는거 같고,<마루 밑 남자>는 흔히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음직한 이야기들도 구성되어 있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는 읽는 내내 시니컬하면서도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시대를 미리 머리 속으로 그려 보는 시간이었던 거같다.

 5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이 도서는 공포감과 의아함,개연성등이 꽉 차 있음을 알게 되고 현대 샐러리맨들의 비애와 애환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거 같다.역시 히라 코이치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고도 남을거 같다.

 한국 역시 IMF의 영향이 단순한 쓰나미가 아닌 휴화산마냥 언제 어떠한 식으로 직장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가정의 행복이 일순간에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을 이 도서는 간접적으로나마 보여 주고 있다.

 너도 나도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어머니는 만신창이가 되도록 일에 중독이 되고도 집에 오면 자식들 교육,노후 준비등을 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평범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장들이 헤쳐 나가야 할 운명과도 같은 인생 길이다.

 육아를 위해 대출을 받아 장만한 마이홈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장장 4시간 이상이 되고 회사일에 전념하다 보니,어느 날 괴기한 남자가 집 마루 밑에서 출몰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은 위기에 빠지게 되는 <마루 밑 남자>,잘 나가는 회사에서 유독 '나'만 실적에 뒤쳐져 짤리기 1순위인 나는 지방에서 왔다는 50대 낙하산 출신 다도코로의 승승장구와 함께 다도코로의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는 <튀김사원>,'토사구팽'격으로 쓸모가 있을 때엔 긴요하게 이용하다 쓸모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회의 생리와,정리해고된 여성들이 전직장의 정보를 긁어 모아 남성 사회에 이변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이야기 <전쟁관리조합>,파견 사원,파견 사장의 이야기로 도어 투 도어의 시스템과 고객의 가려운 곳을 십분 긁어 주려는 <파견사장>,정리해고를 당해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길거리에 나앉은 50대 중년남자와 가출한 소녀가 구두 닦는 곳에서 만나 백일몽을 꿈꿔 가는 <슈샤인 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다 보면 작가의 재치와 살아있는 상상력에 놀랍기도 하고 남일 같지 않은 동정심과 냉엄한 사회 분위기를 읽어 갈 수가 있는데,작가는 오히려 실패와 좌절에 빠진 현대인의 애환을 블랙유머적인 감각으로 재미와 동감을 얻으려 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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