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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를 걷다 - 시간도 쉬어 가는 길
최성현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일상이 길을 떠나는 나그네요,육신이 허락하는 한 어디라도 산과 바다,오솔길등을 체험하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여행이란 패키지로 떠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손수 용기를 내어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며 겸허한 자세를 배우러 떠나는 여행도 있다.아직까지 나에겐 험난한 여행을 떠나 보고 체험한 적이 없기에 오지를 걷고 산악을 타며 수천리를 걸어야 하는 여행에세이는 읽으면 읽을 수록 내게 시사하는 점 또한 크고 배울 점도 무수하다.
일본 불교계의 스승,홍법대사(고호다이시)의 정신과 종교적 가르침을 체험하고 그와 함께 하는 88개의 사찰 순례가 편하기로 말하면 버스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실려 있는 순례길은 육중한 배낭짐(20키로 정도)을 메고 장장 1,200키로를 몇 달을 거쳐 인내력과 겸허함으로자신의 미래를 충전하고 극기하는 모습으로 나아간다고 보여진다.
일본의 주요 섬 가운데 시코쿠는 제일 작다.지리적,환경적,기후적인 면모는 잘 모르지만 시코쿠의 북부지방은 세토나이가이가 흐르고 있어 온난하고 남부지방은 태평양과 맞이하고 산 정상에서 관망하는 태평양 연안의 모습은 절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이라면 심정적으로 불교에 가까운 종교관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 고호다이시를 숭앙하는 분위기이다.그가 정신적 수양과 깨달음을 구현하기 위해 걸었고 그가 세운 사찰등이 오늘날에 이르러 순례자 및 참배객들의 마음의 스승이 되고 있다고 한다.
88개의 사찰 전구간을 순례하려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생각지도 않은 폭우를 만난다든지 조난을 당한다든지 배가 고픈데 비상 식량이 떨어져 쫄쫄 굶는다든지 온몸이 쑤시고 특히 발에 물집이 생겨 걷기가 힘들어질때 심신이 나약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시코쿠의 사찰 순례를 맛보았다고 하기 어렵겠다.
시코쿠의 88개 사찰은 둥글게 만들다 만 새끼줄 형상과 비슷하다.그곳 주민들은 순례에 대해 어려서부터 보고 배우며 자랐으리라 생각이 든다.땀으로 온몸을 적시고 허기에 지친 순례자들을 보면 누구라 할 것없이 허기를 채워 주고 오두막 같은 잠자리이지만 재워도 주기도 하는등 자애심을 실천하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그들은 순례객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아픈 이웃의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착한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대하는 자세가 그들이 말하는 큰스님,고호다이시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17세기 일본의 단가(575정형시)인 하이쿠의 가인들도 다녀갔다는 순례길에는 지장보살,가인들의 시비등이 시심을 불러 일으키고 고단함을 달래 주는데,하이쿠의 명인 바쇼의 시구가 인상적이다
곧은 길은 심심하다
장마 뒤의 흙탕물
흘러가며 맑아지네
길이든 인생이든 직선으로 곧게 난 길은 재미가 적을테고 성스럽고 강물같은 순례길을 통하여 마음을 정화하리라.
산과 바다,순례객과 주민들,맑게 탁 트인 태평양,오지의 오솔길등을 만나는 시코쿠의 88개 사찰 순례는 목적과 인내가 없으면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든다.누구나 체험할 코스는 아닌거 같다.단지 그 순례길을 통하여 무엇을 보고 배우며 체험하여 또 다른 삶을 보다 활력적으로 보여 주는가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