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스카

고양이 오스카 - 어느 평범한 고양이의 아주 특별한 능력
데이비드 도사 지음, 이지혜 옮김 / 이레 / 2010년 5월

고양이 ’듀이’라는 이야기가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 및 이용객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해 훈훈한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또 한 편의 고양이가 이번에는 요양원에서 마지막 삶을 맞이하는 치매 환자들의 동행,삶의 용기를 빚어 내고 있다는 점에 이끌렸고 주인공 오스카는 요양원에서 41명의 할머니,할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예견하고 그들의 외로움과 쓸쓸한 죽음을 편안하게 보내드렸을까,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환자의 침상 곁에서 무언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떠한 감동과 울림이 있을지 그 현장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이 글의 저자,데이비드 도사와 수십년간 치매 환자들의 병수발을 돌보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수호천사,메리의 따뜻하고 정직한 이야기가 이 글의 완성도롤 높혔다고 생각이 드는데,일반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파킨스병,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는 할머니,할아버지의 하루 하루는 정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온 세월과 함께 다가올 죽음도 묵직하게 느껴져 옴을 느끼게 한다.또한 환자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등도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것도 현장감을 살리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이 든다.

평소에 나는 고양이라는 동물이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은 약간의 혐오증을 갖고 있는데,그것은 아무래도 밖에서 오합지졸로 떼지어 다니는 그들의 생활이 불결하고 사람과의 따뜻한 교류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지만,달리 생각하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따뜻하게 대해주고 적의를 품지 않는다면 보다 더 가까워지고 친애해질 수 있는 상생애적인 존재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던 거같다.

할아버지,할머니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절이 있었겠지만,스티어하우스 요양원에 옮겨진 뒤부터는 말도 어눌하고,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며,화장실도 내 맘대로 가지를 못하며,날이 갈수록 야위어가는 앙상한 뼈가죽으로 노인을 진실로 사랑하는 호스피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먹고 살기 바쁘다는 요즈음의 세태에 견줘본다면 그 불쌍한 치매환자들을 누가 돌보겠는가? 그들의 환영같은 지나온 일이 어슴푸레 실타레 속같기도 하겠지만 눈 앞에 다가온 고양이의 이심전심 따뜻한 동행을 감지한다면 그래도 남은 생은 조금이나마 다행스럽지 않을까한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의 속성상 탐지견은 암을 알아차리고,탐지어는 지진을 알아차리며,특히 죽어가는 사람의 몸에서는 들쩍지근한 향이 난다고 한다.이 ’들쩍지근한 죽음의 냄새’는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하는데 세포가 죽으면 탄수화물이 분해되고 다양한 산소 화합물로 변하는데,이 때 사람의 몸에서는 케톤이라는 특유의 향이 나며 치료를 받지 않은 초기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다량으로 발견된다고 하며,의대생들은 당뇨 환자들의 입 냄새를 맡아보고 당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그래서일까? 주인공 오스카도 삶의 끝자락에 있는 치매환자들에게서 다량으로 방출되는 화학 혼합물의 냄새를 맡고 죽음의 신이 가까워오는 말기 환자의 침상 옆,안락 의자 주위를 들락달락 하는 걸까?

저도 선친께서 당뇨로 오래도록 고생하다가 결국 합병증으로 이어져 불행하게 한 쪽 다리를 절단하면서까지 연명을 기도했지만 이미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아버지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곁에서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고,아버지는 어머니가 조강지처요,마지막까지 남은 호스피스였을지도 모른다.죽음 앞에서 죽음의 고통과 고독과 고적을 달래주고 위무해 줄 수 있는 마음의 동행,삶의 용기는 진정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하리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미 손에 들어온 패는 바꿀 수가 없다.가지고 있는 패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인생도 그렇다.어떤 불운이나 행운이 있더라도 모두 받아 들이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P197

그렇다고 생각한다.냉정하고 엄연한 얘기지만 말기 치매환자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사랑하는 내 가족,친지이다 보니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고 싶은 마음은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함께 했던 경험들,희망과 두려움이 겹쳐져 그러할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 오스카처럼 말은 안하더라도 곁에 있어 주는 자체가 위안이 되고 편안한 영혼을 지닌채 맑고 담담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