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 사회에 메말라 가고 있는 인문학의 원인은 무엇일까,그것은 한국 사회가 먹고사니즘과 반지성주의의 풍토하에 돈이 되지 않아 먹고 살기에 힘들다는 편견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대의 유명한 철학자부터 현대의 일가견을 보여 주고 있는 인문 이론의 학자들을 위시하여 한국 사회도 튼튼한 근육같은 이론을 정립하여 좌파,우파가 아닌 인간의 삶을 보다 다각도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연구하는 풍토가 쌓여 가기를 희망하면서 이 도서를 읽어 갔다.

 저자는 아무리 이론을 많이 알고 있더라도,실천적인 실행력을 보여 않는다면 쓸모 없는 존재일 것이며,쓸모 있을 것이라는 ’합의’에 도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또한 이론은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것을 찾아내는 관점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이론은 늘 근대라는 문명과 더불어 동서양의 앞선 이론을 모방하고 수입해 왔던게 사실이며 이에 한국 인문학계도 자성론과 주체 이론을 내세워 1990년대초 ’우리’이론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탈식민주의적 글쓰기와 우리말로 철학하기등을 일부 논의와 활동이 있었지만 결과는 미미하고 답보 상태로 빠져 버렸다.

 이론은 기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회의를 내포하고 이데올로기 비판을 전제하는데.이것은 문제를 해설하고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즉 이미 하나의 학설과 정립 이론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유(思惟)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최후의 철학자가 되어 버린 헤겔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모든 체계는 반체계의 경계가 칸트의 ’시차’를 해결하고자 했던 그의 시도는 철학의 변두리이며 이론의 시대를 예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내비추고 있는데,슬라보예 지젝과 가라타니 고잔은 고전 철학을 통하여 이론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이론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은 복잡한 거같기도 하지만 이론을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을 할 수도 있다. 주관적인 해석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이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즉 튼튼한 이론이야말로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를 과학으로 명명하면서 ’이론의 이론’이라고 칭한 알튀세르에게 철학은 마르크스주의와 동격이었는데,그는 마르크스주의의 변형을 요청했는데 모든 과학적 실천을 보장해주는 절대적 이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론은 모두에서도 말했듯이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거리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어쩌면 이러한 이론은 과학적 인식보다 정치적 실천에 더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여진다.

 세계 대전을 거쳐 독일의 선험성이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에는 내재성으로 바뀌고 탈정초주의를 규정했는데 그것은 사회와 정치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며 고정불변한 것을 우발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이론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좌파는 기존의 정치 지형도에서 합의한 우파와 좌파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주체이며 좌.우파의 이념 모두를 회의하는 독특한 사유의 주체이고 합의된 공동체의 윤리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역할이 인문좌파의 몫이다.

 들뢰즈의 주장처럼,이런 과정에서 개념은 창조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며 필연성에 붙잡혀 있는 우발성을 풀어놓는다는 말이다.사유가 실천이라는 명제가 인문좌파에서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대세로 공고화되고 이를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데,그와 유사했던 한국의 1980년대를 망각하는 것은 성실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저자는 꼬집는다.레지스탕스와 마르크스주의의 득세라는 측면을 볼 때 그것은 실천과 행동을 곧 진리 인식의 기분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치적 견해를 떠나 이러한 공식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중요한 인식체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포스트철학의 인식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는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전국이 들썩거렸던 촛불 시위에서 보여 주었으며 한국 사회도 새로운 이론에 대한 깊은 사유를 시험받고 있는 것이다.

 이 도서는 1960년 이후 출현한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포스트구조주의라 불렸던 이론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등장한 경향들을 다루고 있으며 주권과 민주주의,욕망과 주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여 진다.

 ’회의하는 주체’를 발견한 데카르트는 기존의 지식체계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신뢰할 수 없었고 "야만인도 이성을 사용해서 사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발견에서 사유의 평등을 확인할 수 있다.새로운 이론은 없으며 단지 ’다른’이론이 있을 뿐이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이론이 나오는 것이다.

 인문좌파라는 용어부터 생경했고 내리 읽어 가면서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11장으로 이루어진 이론 가이드 속에 각장의 끝머리에 저자의 인문 철학에 대한 단상과 정리,생각을 쉽게 서술해 놓아서 이글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거같다.한국 사회에선 인문학이 찬밥 신세를 받고 있고 인문학을 하려면 확고하고도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할 거같다는 생각을 했으며,기존의 이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답습하는 자세보다는 하나의 이론에 대한 생각이나 견해를 어떠한 위치,각도,입장에서 바라보는냐에 따라 다른 이론으로도 보여질 수 있겠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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