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김주영작가님의 작품을 읽다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거 같다.그것은토속적이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재가 많고,지난 시절의 고단 했던 백성들의 삶의 여정,사랑의 본능을 마음껏 보여 주는 애로틱한 묘사라고 생각이 든다.또한 그의 불세출의 입담은 글에서 실타래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마력이 있다.

 얇으면서도 삽화를 겹들인 '똥친 막대기'를 읽으면서 역시 시골이 배경이고 두메 산골 밭이나 논이 나오겠고,자연과 순박한 촌민들이 등장하겠지라고 생각했다.불과 20~30년전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시골의 풍경은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풀내음과 흙내음,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밥 짓는 소리가 연출되고  사람과 똑같이 배가 고파진 누렁이가 피어 오르는 연기에 조건반사적으로 밥 달라고 짖어 대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시골은 참으로 정겹다! 밥이 떨어지면 옆집에 가서 찬밥 한덩어리라도 얻어 먹고 기억이 나면 갚고 안 갚아도 그만이다.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고 사람의 손대신 이앙기가 모를 심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똥친 막대기의 존재나 정겨움은 이미 사라진듯 하다.

 이 글에서 주인공은 말 그대로 똥친 막대기인데,그의 조상은 백양나무이다.제법 물이 오르고 도톰하게 살이 찐 백양나무 가지는 농부에 의해 싹둑 잘리고 농부의 마음가는 데로 용도가 달라져 감을 알게 된다.

 논이나 밭을 갈때 휘청휘청 소 뒤에서 채찍질용으로 쓰이기도 했을테고,재희의 잘못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사랑의 벌로도 쓰였을 것이며,재래식 화장실의 암모니아와 구린 내가 풀풀 나는 똥을 휘젓는 것으로도 사용이 되었을 것이다.말 그대로 만능이었던 것이다.

 또한 재희는 말괄량이로서 동네 남자 아이들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휘휘 저으며 막대기로 방어 역할을 했으며,재희의 손에 의해 냇가 풀숲에 처박혀져 그의 꿈이 백양 나무로 환생하여 사람들의 온갖 시중을 추억으로 삼고 자신의 갈 길을 찾아 가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무생물이고 말을 못하는 존재이지만 똥친 막대기는 재희가 자신의 꿈을 발견이라도 한듯 물가에 자신을 놓고 물을 먹고 영양분을 빨아 들여 새로운 꿈이 현실화되고 재희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으로 쑥쑥 성장해 가는 모습이 참으로 마음 훈훈함을 느끼게 했다.

 이젠 시골에 가 봐도 지게나 삽,작대기,쟁기,달구지,재래식 측간등을 볼 수 없게 된지도 오래 되었다.다만 그 시절엔 현대의 모습에서 볼 수 없는 사랑방의 삶의 이야기,훈훈한 정이 질펀하게 살아 있었고 작가는 이를 농밀하고도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고향과 향수,아련한 사랑을 느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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