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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ㅣ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내 어릴적 고향 마을은 산과 산으로 뒤덮힌 산골 마을이었다.봄,여름,가을,겨울의 섭리가 어김없이 찾아 오고 동무들과 산과 내로 뛰어 다니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불살라 갔다.
따뜻한 봄,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겨우내 땔나무를 해서 허청에 쟁겨져 있는 땔깜 틈사이로 어미닭이 달걀을 품고 진지하고도 새끼 닭을 낳을 희망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달걀을 굴리고 굴려 귀엽고 통통하며 샛노란 병아리 새끼가 태어나며,어미닭은 일시에 부산나케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우리집,뒷집 허청에서 보아 왔다.
인간의 고기로 쓰이기 위해 넓고 넓은 양계장,숨이 막힐 듯 시원한 공기는 아니 오고 주인은 오로지 육계만 생각한 나머지 열사와 같은 양계장에 사료와 물만 주고,휑하니 가버린다.
주인공 잎싹은 ’잎사귀’라는 의미로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늦가을 추풍낙엽이 된뒤론 산화되어 썩게 되고,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잎사귀는 듣기만 하여도 정겨움과 고마움의 소산물이다.
주인공 잎싹은 흐물흐물하고 싹수가 노랜 폐계와 함께 주인의 손에 의해 빈공터에 버려지지만,하늘이 도왔는지 그는 기사회생을 하고,자신의 꿈인 자신이 낳은 알을 굴리고 굴려 어여쁜 자식을 낳기를 갈구하지만,주인집 마당에서 노니는 기존의 닭들은 텃새를 부리는지 잎싹을 왕따 시키자,텃새는 같은 무리이지만 차별받은 설움을 안고 풀밭으로 자신의 발이 닫는데로 정처없는 나그네가 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바스락거리는 풀숲에 새하얀 알이 놓여 있지 않은가? 잎싹은 자신이 낳은 알은 아니지만 자신이 품고 자신이 새끼를 보듬고 키워 보고 싶은 마음에 정성을 다해 꿈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들판에는 기습적으로 나타나 오리들을 물어 가는 족제비 때문에 잎싹은 몸을 숨기며 새끼 오리를 지극 정성으로 키워 나간다.청둥오리는 자기 대신 새끼를 낳아 준 잎싹이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먹이를 물어다 주면서 자기 할일은 다해 나간다.
어느날, 청둥오리는 족제비에게 습격을 당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잎싹은 주인집 마당에서 놀고 싶어 새끼 오리와 함께 종종 걸음으로 가보지만 역시 씨가 다른 자식이라며 싸잡아 쫓김을 당하고 허허벌판에서 새끼오리와 함께 생활을 해 나가는데,오리는 어느덧 자신의 힘으로 먹이를 찾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법을 알게 되어,잎싹은 새끼오리를 청둥오리떼에 인계하게 된다.
"엄마는 나랑 다르게 생겼지만,그렇지만 엄마 사랑해요" 아기 초록머리의 마지막 말이다.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에 대한 깊은 감사의 한마디다.참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사람도 마찬가지 일것이다.자신을 낳아준 무심한 어머니보다는 따뜻하고 정성을 다해 길러준 어머니가 진짜 어머니 일것이다.
이전에 청둥 오리가 족제비가 있는 저수지에 가 보라는 말을 상기하고 사위어가고 피골이 상접이 된 잎싹은 허기진 족제비의 배를 채우게 하며 잎싹은 한 세상을 마감하게 된다.
잎싹은 자신의 꿈인 엄마가 싶었던 것과 푸른 창공과 넓은 대지 위를 마음껏 뛰노는 자유를 구현했지만 자기보다 힘들게 사는 족제비에게 달게 희생을 하고 머나먼 서방으로 갔을거 같다.
저자의 말씀처럼 이제는 개발이 되고 어릴적 놀고 꿈을 꾸던 고향 마을은 180도로 바뀌어 그 시절의 흔적을 찾을 길은 없지만,내가 놀던 산과 내는 그대로이고 눈을 감고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희미하게 나마 손에 닿을듯 말듯한 허청에 움크리고 눈에 힘을 주는 암탉의 신고의 산통을 그려 볼 수 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