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깨물어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토퍼 무어의「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부작」, 흡혈광 녀석들
삐딱하지만 재치 넘치는 성인 뱀파이어들과 도시의 루저들이 벌이는 기상천외 블랙 코믹 판타지

 

 

 

 

 

 

*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시리즈, 그 마지막은 바로 <날 깨물어줘>이다. 시작은 전작인 <너, 재수없어>를 애비가 회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애비가 처음 토미를 만나고, 조디를 만나고, 그들을 위해 충실한 똘마니로서 일을 하고, 뱀파이어들에게 습격당할 위험해 닥쳤을 때, 스티브 왕을 만난다. 그녀는 스티브를 푸 독이라고 부른다. 낮에 쓰는 노예 이름이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애비는 과대망상증 말기 환자다. 아무튼 그렇게 애비는 푸와 사귀게 되고, 조디와 토미는 엘리야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벗어난다. 하지만 토미는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조디는 뱀파이어로 있고 싶어 한다. 그들은 아마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제 그 다음부터 애비는 토미가 조디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한다. 바로 청동 동상에 그 둘을 가둬버린 것이다. 애비는 그 둘이 헤이지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토미는 아직 안개로 변할 줄을 몰랐다. 애비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와 아주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바로 노숙자 윌리엄의 고양이 체가 뱀파이어로 변했었던 것이다. 엘리야의 짓이다.

 

  체는 자신을 길러준 윌리엄을 죽이고, 다른 고양이들까지 뱀파이어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노숙자와 창녀들을 닥치는대로 회색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정말 큰일이다. 그 와중에 푸는 뱀파이어를 연구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너, 재수없어>에서 애니멀스를 모두 인간으로 돌려놨던 것에 대해서 놀라웠지만, 그는 아직도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애비의 친구인 제이드는 조디와 토미의 청동 동상이 있던 로프트에서 단검을 가지고 놀다가 조디의 동상에 구멍을 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청동은 약한가 보다.

 

  그리고 연기가 되어 조디는 제이드 앞에 나타난다. 조디는 5주 이상 청동 동상에 갇혀 있는 토미를 꺼내기 위해 애비를 불러, 전기톱과 전기드릴로 겨우 그를 구출해 낸다. 하지만 토미는 예전의 토미가 아니었다. 이미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린 그는, 애비를 물고, 조디에게 던져져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조디 역시 토미를 쫓아간다. 토미를 찾아다니던 조디는 그만 햇빛으로 노출되고 순식간에 타버린다. 하지만 일본인 오카다에게 극적으로 구조된다. 토미는 자신이 누군지를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그동안 뱀파이어 고양이인 체와 함께 했다. 하나 더 쇼킹한 사건은 바로 애비도 뱀파이어가 됐다는 것이다. 그 엽기적인 아이는 푸의 뱀파이어 실험 쥐의 피를 자신의 몸 속에 주입한다. 아무리 그래도 쥐의 피를 자신에 몸에 집어넣다니. 결국 그녀는 쥐처럼 꼬리가 생겼다.

 

  샌프란시스코가 뱀파이어 고양이 군단에 점령됐다는 것에 엘리야 무리는 다시 돌아온다. 멋진 배를 타고 말이다. 그들은 엘리야가 뱀파이어로 만든 모든 뱀파이어들을 처리하기 위해, 즉, 뱀파이어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뱀파이어가 많아지면 좋은 것 아닌가? 이상하게도 그들은 자신들만 뱀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세계에 100명 정도의 뱀파이어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꽤나 비밀적으로 뱀파이어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고양이가 뱀파이어가 됐다는 것이 여간 유치하지 않을가 수 없었다. 생각해보라. 커다래봤자 고양이일텐데 그 것이 피를 빠는 모습은 귀여울 것 같지 않은가?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뭔가 위화감이 안생긴다고 해야할까? 긴장이 안된다고 해야 할까? 좀 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으면 좋았으렸만, 물론 다행히 엘리야 일당이 나타나긴 했지만 말이다.

 

  애비는 여전히 사이코 같은 계집애였고, 아니, 사실 말하자면 그녀의 광기가 전편보다 훨씬 심해지긴 했다. 토미와 조디가 나오는 분량은 확 줄어들어 버리고, 애니멀스는 거의 등장도 하지 않았다. 조디와 토미가 알콩달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니, 사실 조금은 기대했다. 아주 조금. 그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한번도 그런 순간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언제나 그 둘은 연속적인 위기상황에 처해있었고, 여러가지 문제로 항상 전전긍긍했다. 그나마 첫 데이트 때가 가장 그들이 평화스럽게 보였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편을 읽고 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조디와 토미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으리라.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으로,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했던 토미는 결국 푸의 혈청으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조디는 뱀파이어의 무한한 힘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엘리야의 배에 탔다. 아마 둘이 조금만 더 사랑했으면 그 둘은 인간이나 뱀파이어로 평생 같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사랑과 관계없이 자신이 인간이 아닌 것에, 뱀파이어가 아닌 것에 후회하면서 결국에는 헤어지게 됐을까? 어쨋든 조디와 토미는 환상의 래기디 앤과 앤디였는데, 그 둘은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달랐기 때문에 갈라섰다.

 

  둘이 같이 배에 탔으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둘 다 샌프란시스코에 남던가. <흡혈광 녀석들>에서 조디는 뱀파이어였고, 토미는 인간이었지만, 둘은 나름대로 서로에게 적응하며 잘 살아갔는데. 조디의 욕심으로 <너, 재수없어>에서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결국 <날 깨물어줘>에서 토미가 다시 인간이 되서 그 둘은 헤어졌다. 그렇게 조디는 배를 타고 토미와 애비를 남겨두고 떠났다. 이제 조디와 토미는 그들이 원하는 각자의 미래를 위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래도 조디와 토미의 머리 속에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함께한 순간이 남아 있을 것이다. 영원히.

 

 

 

  조디는 토미에게 키스하고 토미가 고체에서 풀어지는 것을 느낀 다음, 둘이 하나의 독립체가 될 때까지 토미의 뒤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비밀과 공포, 승리와 사실들,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본질을 모두 나누고 서로 감싸 안았다. 그들은 구불구불 나아가면서 상대의 역사를 체험햇고, 그들이 함께 겪었던 모든 경험들을 느꼈다. 그들은 함께였다, 편안함과 기쁨, 방종과 열정도 함꼐. 그러나 말이나 경계는 없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 종종 일어나는 것처럼 시간은 모든 의미를 잃었다. 그들은 거기에, 그 모습 그대로, 처음부터 영원히 머물러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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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재수 없어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2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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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무어의「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부작」, 흡혈광 녀석들
삐딱하지만 재치 넘치는 성인 뱀파이어들과 도시의 루저들이 벌이는 기상천외 블랙 코믹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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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시리즈, 그 두번째는 바로 <너, 재수없어>이다. 누구가를 콕 찝어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이 당돌하고 대담한 책 제목은, 크리스토퍼 무어라는 작가가 과연 어떤 책이 독자들의 주의를 끄는지 제대로 파악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말그대로 누군지 모를 상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수도 있다. 그게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 일수도 있다. 너무 비약이 심한건가? 

 

  난 이 책의 첫장을 펼쳤을 때,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소설이 시작된 것에 꽤나 놀라웠다. 조디가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물들을 다시 보게되었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흡혈광 녀석들>을 볼때는 많은 인물들의 출현으로 복잡해질까봐 대강 훑어봤었다. 기껏해야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인물은 조디, 토미, 황제, 죽은 사이먼, 그외에는 그냥 애니멀스, 경찰 2명, 늙은 뱀파이어, 뱀파이어 연구하는 의대생, 거북을 청동상으로 바꾼 폭주족이자 조각가인 두 남자, 이런 식으로 뭉뚱그려서 어렴풋이 나머지 인물들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너, 재수없어>를 읽고 각 인물들이 더욱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내게 됐다.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을 빼면, <흡혈광 녀석들>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대부분 다시 출현한다. 그러니까 어느정도 비중이 있었던 인물들 말이다. <흡혈광 녀석들>의 마지막 부분에서 늙은 뱀파이어, 즉, 조디를 뱀파이어로 만들 장본인인 엘리야 벤 사피어가 애니멀즈와 토니, 황제에게 공격 당했고, 조디로 인해 겨우 죽음을 면했다. 조디는 그에게 뱀파이어로서 살아가는 몇가지 방법을 배웠고, 토미는 엘리야와 조디가 잠든 낮에 폭주족 조각가 두 명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청동 동상으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토미는 엽기적인 면이 있다. 나는 토미가 조디를 냉동고에 얼려버렸을 때부터 눈치챘다. 

 

  물론 조니는 청동 동상에서 안개로 변해 빠져나왔다. 마지막에 뱀파이어를 연구하는 의대생(그의 이름은 스티브 왕이다.)의 전화를 뒤로 하고 둘이 입을 맞추며 끝이난다. 여기서 이제 <너, 재수없어>로 넘어가면, 토미는 뱀파이어로 변해있고, 이제 그 둘은 한쌍의 완벽한 뱀파이어 커플이 되었다. 여기서 엘리야는 아직까지 청동 동상 안에 있다. 조디 동상을 조금 대충 만들었나? 아니면 엘리야의 동상을 두껍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엘리야는 청동 동상 안에 계속 있다.

 

  뱀파이어로 변한 토미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일단 먹을 것도 못 먹고, 갑자기 예민해진 감각들, 피에 대한 갈증, 창백한 피부색, 모든 것이 아문 그의 몸, 심지어 그의 포피까지 말이다. 조디는 일단 토미에게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둘은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 15kg에 육박하는 거대한 고양이 체를 소유한 거지이자 노숙자이자, 엄청 더럽고, 알콜 중독에, 여자의 가슴에 집착하는 윌리엄을 말이다. 여기서 윌리엄이 구걸하기 위해 쓴 표지판이 참 골때린다.

 

 

 

 

'나는 가난한데 내 고양이는 거대해요.'

'나는 가난한데 내 거대한 고양이를 잃어버렸어요.' (이것은 토미가 제안한 문구이다.)

'나는 가난한데 누가 내 거대한 고양이를 훔쳤어요.'

'나는 가난한데 누가 내 거대한 고양이의 털을 밀었어요.'

 

 

  토미는 윌리엄에게 체를 빌려서, 처음으로 피를 마신다. 뱀파이어인 이 커플은 이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다. 그들은 해가 뜨면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리기 때문에 낮에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 둘은 엘리야를 데리고 이 도시를 떠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젠 둘 다 뱀파이어가 되어버렸으니. 그 둘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똘마니 말이다. 그녀가 바로 16살짜리 소녀 애비 노멀이다. 물론 애비는 평범한 소녀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기괴하고 요란한 화장과 옷, 고스, 아니면 펑크? 아무튼 애비는 뱀파이어를 숭배한다. 조금 사이코적이지만, 은근히 머리도 쓸 줄 알고, 시키는 일은 뭐든 충성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녀는 조디와 토미의 똘마니로 제격이었다.

 

  반면, 부자가 된 애니멀스는 블루라는 창녀에게 모든 돈을 뜯겼다.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은 <흡혈광 녀석들>에서 엘리야의 오래된 가치있는 예술작품을 모조리 판 덕분이었다. 토미도 물론 한 몫 떼어받았다.) 그리고 조디가 토미를 뱀파이어로 변하게 만든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을 또 블루가 알게되었다. 블루는 뱀파이어를 만나고 싶어했고,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결국 토미를 납치하기까지 이르른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엘리야는 청동 동상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애니멀스 전부가 뱀파이어로 변한다.

 

  <흡혈광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너, 재수없어>도 굉장히 빠르게 전개된다. 그런데 너무 짜릿하고 설레여서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사실 나는 <흡혈광 녀석들>보다 <너, 재수없어>가 더 재밌었다. 중간 중간의 '애비 노멀의 연대기'(애비의 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에서 애비의 기괴함과 독특하고 별난 성격도 참 흥미진진했고, 토미가 뱀파이어로 적응되어 가는 것도, 토미가 애비에게 자신과 조디를 아주 오래 산 뱀파이어처럼 거짓말하는 것도, 애니멀스가 누군가에 의해 한명씩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과정도, 한 장면을 미리 제시하고, 나중에 다른 각도로 그 장면을 비춰보는 것까지! 그외에도 <너, 재수없어>는 정말 매력적인 요소가 많이 숨어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너, 재수없어>에는 이전의 뱀파이어 소설과는 사뭇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 우선 뱀파이어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음식에 피만 뿌리면 말이다. 또 다른 사항은 뱀파이어가 다시 인간이 될 수가 있다는 것. 이 두 사실은 내가 봤던 그 어떤 뱀파이어 소설, 드라마, 영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독특한 설정은 보다 구미가 당기는 것이 사실이다. 아, 나는 이번에도 내 머릿속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애비 노멀은 바로 클로이 모레츠였다.

 

  아,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다가 아주 유쾌한 문장을 발견했다. 책을 읽었을 때는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인데, 안봤으면 큰일날 뻔했다. 그 문장은 책의 목차 바로 다음 장에 쓰여져 있다. 흔히들 책의 맨 앞에 써있는 '이 글을 누구에게 바칩니다'류의 문장인데도, 크리스토퍼 무어는 그것마저도 색다르다.  

 

 

나의 독자들에게 바칩니다.

(독자들이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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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광 녀석들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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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크리스토퍼 무어의「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부작」, 흡혈광 녀석들

삐딱하지만 재치 넘치는 성인 뱀파이어들과 도시의 루저들이 벌이는 기상천외 블랙 코믹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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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시리즈, 그 첫번째가 바로 <흡혈광 녀석들>이다. 난 이 책을 순식간에 100페이지 넘게 읽어내려갔다. 책의 분량은 거의 500쪽에 달한다. 물론 책의 크기가 조금 작긴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빨리 읽혀진다. 이 말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는 이야기이고, 동시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초점을 맞춰야 할 인물은 딱 두명뿐이다.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스트라우드와 작가를 꿈꾸며 갓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온 토미 플러드, 바로 이 둘의 이야기이다.

 

  조디는 정체모를 뱀파이어에 의해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고, 현재 같이 동거중인 형편없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다. 그리고 그녀가 남자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을 때, 그녀의 앞에 토미가 나타난다. 사실 토미보다 먼저 애니멀스 중의 한 사람인 사이먼이 먼저 그녀의 앞에 등장했지만, 조디가 선택한 것은 토미였다. 그 둘은 처음 만난 그 순간  데이트 약속을 잡고, 데이트 날에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 역시 아메리칸 마인드. 이 모든 내용이 이 책의 초반부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토미는 조디와 같이 살기 위한 로프트에 발을 내딘 순간 같이 자고, 그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여기서 토미가 얼마나 어리숙하고, 엉뚱하고, 바보같은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조디가 돌발적이고, 당돌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뱀파이어로 변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태아니던가? 하지만 토미는 이상할 정도로 조디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무디고, 지나칠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토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 정말로 뱀파이어군요, 그렇죠?"

  "미안해요 난 도움이 필요했어요. 날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당신은 정말 뱀파이어에요." 토미가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다.

  "맞아요, 토미. 난 뱀파이어예요."

  토미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말했다. "내가 들었던 것 중에 가장 멋진 말이에요. 자, 이제 신발 벗고 해요."

 

 

 

  토미의 엉뚱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디의 능력을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뱀파이어에 관한 책을 읽고, 각종 질문을 해댄다. 아무리 봐도 토미는 정상은 아니다. 그래도 뱀파이어가 된 조디에겐 이만한 남자는 또 없을 것이다. 둘은 정말 완벽한 한 쌍의 커플이다. 토미와 조디가 첫 데이트를 한 레스토랑의 웨이터 프레더릭이 한 말이 맞았다. "두 분 정말 다정해 보이십니다. 두 분 사이에 래기디 앤과 앤디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전기가 통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다. 그 둘은 정말 환상적인 래기디 앤과 앤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간간히 피식거리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의 묘미가 이 책을 더욱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심하고 바보같고, 엉뚱하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성(性)에 대한 유쾌한 묘사와 한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너무나 현실적인 존재들의 재기발랄한 코믹함, 캐릭터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따스한 휴머니즘. 책 소개에서 나와있던 이 말이 정말 딱 들어 맞았다. 내가 이전에 봤던 뱀파이어 소설의 어둡고 무거운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가볍고, 밝은 느낌이 가득하다. 물론 여느 뱀파이어 소설 못지 않게 사람이 죽고, 피가 낭자하고, 시체가 가득하지만,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 모든 것들은 보다 한껏 나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이미 이 소설이 영화화 판권 계약이 완료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내 머리 속에서 "주인공인 두 사람에 누구를 캐스팅할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붉은 머리에 아름답고, 당돌한 뱀파이어인 조디 스트라우드는 레이첼 허드우드, 어리숙하고 엉뚱한 토미 플러드는 바로 일라이저 우드.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그 둘을 가지고, 내 머리속에서 한편의 영화를 찍었다. 자, 이제 다음 영화를 찍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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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네버랜드 클래식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마이클 헤이그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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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행복한 왕자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두 아들에게 들려 주던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 

 

 

 

 

 

 

 

 

 

1. 행복한 왕자

 

 


2. 욕심쟁이 거인

 

 

 
3. 진정한 친구

 

 


4. 저밖에 모르던 로켓 폭죽

 

 

 

5. 나이팅게일과 장미

 

 

 

6. 어린 임금님

 

 


7. 스페인 공주의 생일
8. 별 아기

 

 


9. 어부와 그의 영혼

 

 

 

 
옮긴이의 말

 

 

 

 

 

*

 

  오스카 와일드, 내가 또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참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라, 나는 그저 별 생각 없이 순응하고 있다. 내가 그의 저서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나는 분명히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가 쓴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아직도 안읽은 내 책꽂이에 꽂혀진 수많은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바로 그순간 눈에 띈 것은 네버랜드 클래식의 17번째 책인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행복한 왕자. 그 책이 내 책꽂이에 있었다. 내가 또 다른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 책을 산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분명히 그맘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나는 나를 위한 선물로 몇가지 책과 DVD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다. 이 책은 바로 그때 주문한 책 중의 한 권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라잡았다. 깔끔하게 제본된 책의 곳곳에는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삽화들이 담겨져 있다. 책에 붙어있는 책갈피로 쓰라고 만든 끈은 책을 멈출때마다 보다 멋스럽게 그 자리를 각인시켜 주었다. 내가 이 책에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정말 오스카 와일드의 색깔이 묻어나는 하나같이 멋진 동화들이었다.

 

  내가 아는 언니에게 이 책에서 읽었던 몇 가지 동화의 내용을 신나서 떠들어 댄 적이 있었다. 하나는 진정한 친구, 다른 하나는 나이팅게일과 장미라는 동화였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자 언니가 말하길,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말에 동감하는 바가 크다. 헌데 이 책은 분명히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동화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오스카 와일드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동화를 썼을까? 그는 두 아들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공주님, 이 우스꽝스러운 난쟁이 녀석은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겠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도 못생겨서 임금님도 보시면 웃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공주는 웃으면서 물었다.

"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어요?"

"심장이 깨져 버렸거든요."

그러자 공주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공주는 자그마한 장밋빛 입술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삐죽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심장이 없는 사람들만 놀러 오라고 해 주세요."

그렇게 소리친 후 공주는 정원으로 달려 나갔다.

 

 

 

  위 부분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중의 하나인 스페인 공주의 생일의 일부분을 발췌해 온 것이다. 큰 상처를 받고 심장이 깨어져 버린 난쟁이, 그런 난쟁이를 보고 무정하게 말을 꺼내는 스페인 공주.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에서는 이런 인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욕심 많고, 잘난 척 하기를 좋아하고, 염치를 모르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무례하며, 불쾌하다. 이런 극단적인 인물들이 저 자신을 파괴한 것으로도 모자라, 남까지 파괴하려 한다.

 

  이 책은 보통 동화 속에서의 행복한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들 모두가 아는 행복한 왕자를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다. 행복한 왕자는 결국 용광로 속에 던져지고, 제비 역시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나마 욕심쟁이 거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동화스러운 동화일 것이다. 욕심을 버린 끝에 거인은 봄을 맞았으니까.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는 어떤가? 당신이 진정한 친구를 대하고 싶다면 절대 이와 같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밖에 모르던 로켓 폭죽은? 제목에도 드러나다시피 저밖에 모르는 자의 최후는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나이팅게일이 목숨을 다해 피운 그 빨간 장미는 어떻게 되었는가? 스페인 공주를 사랑했던 난쟁이는? 별 아기는 모든 역경과 고난을 뚫고 얼마나 힘들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는가. 인어를 사랑했던 어부는?

 

  만약에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찾고 싶은 것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보지 않는 편이 좋다. 이 책에는 슬픔과 눈물로 얼룩져 있고, 잔인하고 차가운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가에 대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깨우치고 뉘우친다면, 원래 우리가 찾으려 했던 것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이다.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것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기쁨보다는 슬픔을,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을, 사랑보다는 증오를 먼저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보다는 이 세상의 추한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 그의 아들들에게 들려주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아들들이 그렇게 자라지 않길 희망했던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길 기대한 것이다. 책 속의 어린 임금님과 같이 말이다.

 

 

 

"이것들을 도로 가져가거라. 내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란 말이다. 오늘이 비록 나의 대관식이기는 하나 이것들을 걸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이라는 파리한 손으로 '슬픔'이라는 베틀에서 짐의 옷이 짜여졌느니라. 이 루비 속에는 무고한 이의 핏덩이가, 그리고 이 진주에는 어린아이의 죽음이 들어 있느니라."

 

 

 

  진정한 기쁨은 바로 진정한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진정한 비극을 알아야 진정한 희극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난 진정한 슬픔과 진정한 비극을 맛봤고, 보다 진정한 기쁨과 진정한 희극에 한 걸음 다가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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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대폭발 -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우는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제임스 L. 애덤스의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우는 아이디어 대폭발

생각을 방해하는 개념 장벽만 알아도 창의적 아이디어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

 

 

  강렬한 글씨와 눈에 확 띄는 전구모양의 표지, 이 책에는 분명히 아주 재미있는 것이 숨겨져 있을거야. 난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혔다. 몇가지 수수께끼와 연습 문제들이 나의 흥미를 돋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책이 점점 더 읽기 어려워졌다. 상당한 심리학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는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그리고 뭔가 예전에 내가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읽었던 몇권의 전공 서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습 문제들이 점점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난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참 난처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같이 이야기해보면서 나누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게 했으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을 것이라고 생각이 됐다. 그리고 보다 학구적인 자세로 이 책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창조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개념에 대해서 보다 그 실체에 대해 천천히 점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몇가지 문제들로 우리들의 창조성을 시험한다. 그리고 답도 제시한다. 여기서 답은 한두개가 아니다. 이 책에서 나와있는 모든 문제는 대부분 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창조성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책 속의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할 것이라 생각되는 한 문제를 내도록 하겠다.

 

 

※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점 아홉 개를 모두 가로지르는 네 개 이하의 직선을 그려라.

 

 

 

  사실 나는 이 문제의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익숙한 문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가 생각한 그 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의 창조성은 무한하다. 그런데 그들이 획일적인 답을 내놓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 장벽에 부딛혀서 그런 것이리라. 이 책을 쓴 제임스 L. 애덤스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그 장벽들을 걷어내주기 위해 이 책에서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보다 우리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우리도 보다 뛰어난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우리의 상상력도 무한하다.

 

  그리고 몇가지 문제들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지문을 읽고 상상하는 '숨쉬기' 게임과 시각적 '심상' 능력 평가 연습, 감감적 심상 연습, 그리고 천진난만한 몇 가지 질문들, 특성 나열하기, 골칫거리 목록, 체크리스트 등. 나는 읽으면서 상상하고 생각만 해보았지만, 참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상상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어느 정도 상상을 요구하는 문제들에 보다 몰입해서 상상할 수 있는 책도 있구나. 사실 꽤나 독창적인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가지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은 누군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8장과 9장에는 집단의 창의성과 어떤 조직이 창의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역시 처음부터 함께하는 것을 요구했을 때부터 진작에 눈치챘던 것이지만, 이 책은 개인의 창조성, 창의성보다는 조금 더 큰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물론 개인이 모여서 단체를 이루는 것이 맞지만, 단체로써 즐거운 것은 아마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눈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아이디어가 대폭발하는 것이다. 한번 더 읽어봐야겠지만, 그때는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눠야겠다. 그러면 보다 새로운 창의성, 창조성을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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