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깨물어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토퍼 무어의「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부작」, 흡혈광 녀석들
삐딱하지만 재치 넘치는 성인 뱀파이어들과 도시의 루저들이 벌이는 기상천외 블랙 코믹 판타지

 

 

 

 

 

 

*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시리즈, 그 마지막은 바로 <날 깨물어줘>이다. 시작은 전작인 <너, 재수없어>를 애비가 회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애비가 처음 토미를 만나고, 조디를 만나고, 그들을 위해 충실한 똘마니로서 일을 하고, 뱀파이어들에게 습격당할 위험해 닥쳤을 때, 스티브 왕을 만난다. 그녀는 스티브를 푸 독이라고 부른다. 낮에 쓰는 노예 이름이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애비는 과대망상증 말기 환자다. 아무튼 그렇게 애비는 푸와 사귀게 되고, 조디와 토미는 엘리야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벗어난다. 하지만 토미는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조디는 뱀파이어로 있고 싶어 한다. 그들은 아마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제 그 다음부터 애비는 토미가 조디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한다. 바로 청동 동상에 그 둘을 가둬버린 것이다. 애비는 그 둘이 헤이지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토미는 아직 안개로 변할 줄을 몰랐다. 애비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와 아주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바로 노숙자 윌리엄의 고양이 체가 뱀파이어로 변했었던 것이다. 엘리야의 짓이다.

 

  체는 자신을 길러준 윌리엄을 죽이고, 다른 고양이들까지 뱀파이어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노숙자와 창녀들을 닥치는대로 회색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정말 큰일이다. 그 와중에 푸는 뱀파이어를 연구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너, 재수없어>에서 애니멀스를 모두 인간으로 돌려놨던 것에 대해서 놀라웠지만, 그는 아직도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애비의 친구인 제이드는 조디와 토미의 청동 동상이 있던 로프트에서 단검을 가지고 놀다가 조디의 동상에 구멍을 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청동은 약한가 보다.

 

  그리고 연기가 되어 조디는 제이드 앞에 나타난다. 조디는 5주 이상 청동 동상에 갇혀 있는 토미를 꺼내기 위해 애비를 불러, 전기톱과 전기드릴로 겨우 그를 구출해 낸다. 하지만 토미는 예전의 토미가 아니었다. 이미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린 그는, 애비를 물고, 조디에게 던져져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조디 역시 토미를 쫓아간다. 토미를 찾아다니던 조디는 그만 햇빛으로 노출되고 순식간에 타버린다. 하지만 일본인 오카다에게 극적으로 구조된다. 토미는 자신이 누군지를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그동안 뱀파이어 고양이인 체와 함께 했다. 하나 더 쇼킹한 사건은 바로 애비도 뱀파이어가 됐다는 것이다. 그 엽기적인 아이는 푸의 뱀파이어 실험 쥐의 피를 자신의 몸 속에 주입한다. 아무리 그래도 쥐의 피를 자신에 몸에 집어넣다니. 결국 그녀는 쥐처럼 꼬리가 생겼다.

 

  샌프란시스코가 뱀파이어 고양이 군단에 점령됐다는 것에 엘리야 무리는 다시 돌아온다. 멋진 배를 타고 말이다. 그들은 엘리야가 뱀파이어로 만든 모든 뱀파이어들을 처리하기 위해, 즉, 뱀파이어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뱀파이어가 많아지면 좋은 것 아닌가? 이상하게도 그들은 자신들만 뱀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세계에 100명 정도의 뱀파이어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꽤나 비밀적으로 뱀파이어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고양이가 뱀파이어가 됐다는 것이 여간 유치하지 않을가 수 없었다. 생각해보라. 커다래봤자 고양이일텐데 그 것이 피를 빠는 모습은 귀여울 것 같지 않은가?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뭔가 위화감이 안생긴다고 해야할까? 긴장이 안된다고 해야 할까? 좀 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으면 좋았으렸만, 물론 다행히 엘리야 일당이 나타나긴 했지만 말이다.

 

  애비는 여전히 사이코 같은 계집애였고, 아니, 사실 말하자면 그녀의 광기가 전편보다 훨씬 심해지긴 했다. 토미와 조디가 나오는 분량은 확 줄어들어 버리고, 애니멀스는 거의 등장도 하지 않았다. 조디와 토미가 알콩달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니, 사실 조금은 기대했다. 아주 조금. 그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한번도 그런 순간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언제나 그 둘은 연속적인 위기상황에 처해있었고, 여러가지 문제로 항상 전전긍긍했다. 그나마 첫 데이트 때가 가장 그들이 평화스럽게 보였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편을 읽고 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조디와 토미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으리라.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으로,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했던 토미는 결국 푸의 혈청으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조디는 뱀파이어의 무한한 힘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엘리야의 배에 탔다. 아마 둘이 조금만 더 사랑했으면 그 둘은 인간이나 뱀파이어로 평생 같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사랑과 관계없이 자신이 인간이 아닌 것에, 뱀파이어가 아닌 것에 후회하면서 결국에는 헤어지게 됐을까? 어쨋든 조디와 토미는 환상의 래기디 앤과 앤디였는데, 그 둘은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달랐기 때문에 갈라섰다.

 

  둘이 같이 배에 탔으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둘 다 샌프란시스코에 남던가. <흡혈광 녀석들>에서 조디는 뱀파이어였고, 토미는 인간이었지만, 둘은 나름대로 서로에게 적응하며 잘 살아갔는데. 조디의 욕심으로 <너, 재수없어>에서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결국 <날 깨물어줘>에서 토미가 다시 인간이 되서 그 둘은 헤어졌다. 그렇게 조디는 배를 타고 토미와 애비를 남겨두고 떠났다. 이제 조디와 토미는 그들이 원하는 각자의 미래를 위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래도 조디와 토미의 머리 속에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함께한 순간이 남아 있을 것이다. 영원히.

 

 

 

  조디는 토미에게 키스하고 토미가 고체에서 풀어지는 것을 느낀 다음, 둘이 하나의 독립체가 될 때까지 토미의 뒤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비밀과 공포, 승리와 사실들,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본질을 모두 나누고 서로 감싸 안았다. 그들은 구불구불 나아가면서 상대의 역사를 체험햇고, 그들이 함께 겪었던 모든 경험들을 느꼈다. 그들은 함께였다, 편안함과 기쁨, 방종과 열정도 함꼐. 그러나 말이나 경계는 없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 종종 일어나는 것처럼 시간은 모든 의미를 잃었다. 그들은 거기에, 그 모습 그대로, 처음부터 영원히 머물러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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