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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초록색이 좋다. 그 싱그러움이 좋다. 요시다 슈이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표지는 연두색, 초록색, 노란색의 체크무늬와 투명한 땡땡이 무늬가 들어있는데,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초록색으로 보일 것 같다. 물론 책의 글씨체도 다소 개성이 넘친다. 원숭이와 개는 들어봤는데, 여기선 개가 아닌 게다. 어미 게를 속이고 죽인 교활한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앙갚음을 하는 내용의 일본 전래동화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처음 개와 원숭이는 건너뛰고,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짐작했었다. 전쟁이라. 폭력적일까? 자극적일까? 충격적일까? 책을 넘기면서 내린 결론은 이러한 내용과는 소설이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책은 미쓰키라는 여자가 남편인 도모키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에이타라는 갓난아기가 안겨있다. 그런 그녀가 만난 것은 남편 도모키가 아닌 그의 친구 준페이. 준페이가 미쓰키에게 말하길, 그 둘이 뺑소니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미나토임을 알게되고, 그를 협박하기로 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그 외에도 소설에서는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머리가 아팠다. 난 일본 소설 책이라고는 기껏해야 우동 한 그릇 밖에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이 정말 낯설었고, 그 이름들이 죄다 비슷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헷갈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혼동이 아마도 고스란히 이 리뷰에 들어날 생각을 하니, 다시 한번 살펴서 각 인물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선 미쓰키와 도모키, 준페이 이외에, 준페이가 일하는 '란'이라는 술집의 마담 미키, 첼리스트 미나토의 비서인 유코, 그의 조카인 도모카, 그의 할머니인 사와 등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책속에 유기적으로 잘 녹아들어있다. 그러니까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붙인 흔적없이 그럴 듯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만 더 잘 기억했더라면 분명히 책이 더 술술 읽혔으리라. 뺑소니 사건으로 이어진 이들 인물 간의 이야기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긴장감을 주면서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화스럽다고나 할까? 뺑소니 사건이라는 어느 정도 자극적인 소재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쓰여진 책도 드물 것이다. 한마디로 큰 반전은 이 책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까? 각 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이 책 속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승리하고 성공한다. 나는 그 승리가 그렇게 값지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속의 인물들이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던, 나는 이러한 방향의 진행이 달갑지는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진짜일리가 없다. 모두 거짓부렁이다. 삶은 동화랑 다르잖아. 너무 진부하긴 하지만,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지나서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가 너무 현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버겁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인물들로 비현실적인 결말을 끌어내는 것, 타협도 아닌, 실패도 아닌, 상실도 아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행복해졌다는 이 소설의 결말이 왜이렇게 찝찝하고,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과연 이렇게 우호적이어도 괜찮은 것일까? 작가가 단순히 등장인물들을 연민했기 때문에 결말에서 등장인물들에게 행복을 기부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이 진짜 희망인 것일까? 가진자들이 못가진자들에게 베푸는 아량인 것일까? 내가 행복을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 것일까? 그렇다면 난 이 책의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원숭이와 게의 전쟁, 전쟁이 게의 승리로 끝났는데, 좋은게 좋은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책이 너무 이야기를 술술 해결시켰다. 이렇게 조용한 전쟁이 또 있을까?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기도 전에 갈등이 해소되어 버렸다. 그 갈등은 분명 전쟁이라 불릴만큼 심각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끝나버리니 허무하고, 그 갈등이 별것아닌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 행복까지도 여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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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LUNA의 2월 주목 신간 소설 추천 페이퍼

 

  2월에 추천하는 책들은 한권을 제외하고는 다소 어두운 주제들의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봄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보다 밝고 즐거운 이야기를 선사하고 싶었지만, 이번 달에는 유난히 아래와 같은 어두운 소설들이 상당히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들만 유독 눈에 들어왔다. 또한 1940~50년대 책들도 3권이나 포함되어 있다. 새롭게 태어난 고전들은 명작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듯이, 나에게 계속 손짓하였고, 그것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이어졌다. 이 중에서 부엉이 소녀 욜란드는 나머지 작품들과 주제나 구성, 장르면에 있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아동 문학과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러한 새로운 장르문학은 여간 달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아마도 봄을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근접한 소설이 아닐까? 

 

 

붉은 낙엽 | 토머스 H. 쿡 | 고려원북스 | Red Leaves

 

  단란한 가족사진, 그림 같은 단풍나무, 행복이 가득한 집은 모든 게 시드는 늦가을에 사라져버리고 이제 쓸쓸한 낙엽만이 남았다. 의심과 오해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가족을 비극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유괴라는 범죄가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긴 하지만, 기존의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추리’보다는 ‘가족’과 ‘삶’의 진실을 찾는 여정에 집중하는 소설이다.

  자신의 아들이 유괴 용의자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겪는 아버지의 고뇌, 번민, 불신, 오해. 어쩌면 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너무 무겁고 쓸쓸한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색다른 장르의 추리 소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또한 이 작품은 장 피에르 주네가 감독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져 2014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일러스트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호세 무뇨스 | 책세상 | L'etranger

 

  그래픽노블의 거장인 호세 무뇨스와 20세기 지성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가 만났다. 새로이 태어난 프랑스문학의 영원한 신화 이방인, 강렬한 흑백 일러스트와 함께 배치된 텍스트의 결합이 환상적인 이 책은 단연 눈에 확 띄는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 책을 통해 현실에서 철저히 소외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밝고 투명한 세상이었다면 예술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예술을 통해 밝고 투명한 세상이 아닌 어둡고 혼탁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이방인이 있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 | 박애진 | 폴라북스

 

  마녀의 저주를 받아 부엉이의 품에서 자라난 소녀 욜란드가 뒤틀린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적 환상문학. 욜란드는 인간의 아이지만 온 부엉이의 어머니이자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지혜로운 부엉이 그리마의 품에서 자란다. 열여섯이 된 어느 날, 그리마는 욜란드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벌판에 버려진 아이였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마녀의 저주를 받은 이유까지는 그리마도 알지 못했다.
  이후 근처 영지에서 사냥하러 나온 토플러 성 영주의 아들에게 그리마가 죽고, 욜란드도 그 성으로 가 처음으로 인간 틈에서 살게 된다. 욜란드는 그리마에게서 물려받은 그림자의 날개를 펼쳐 마녀가 저주로 뒤틀어놓은 원래의 운명을 찾아낸다. 그러나 다시금 마녀의 손길이 욜란드의 길에 들어오고…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문학동네 Lolita

 

  세계문학의 최고 걸작이자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나보코프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 작품으로, 열두 살 소녀를 향한 중년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담고 있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나보코프는 원고를 탈고하고 미국의 출판사 네 곳에 원고를 보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그 역시 처음에는 스캔들을 우려해 가명으로 출간할 것을 고민했지만 결국 실명으로 프랑스 파리의 한 이름없는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영원한 문제작, 롤리타. 나는 우연히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영화 롤리타를 보고,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롤리타를 찾아 봤었다. 그만큼 롤리타에는 강렬한 욕구, 타는 듯한 갈증, 아련한 슬픔과 상실감이 농익어 있다. 이제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는 롤리타를 읽어보고 싶다. 꼬박 1년여를 사투하여 내놓은 결과물이고,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의미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총 223여 개에 달하는 풍부한 주석을 달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살의의 쐐기 | 에드 맥베인 | 피니스아프리카에 | Killer's Wedge

 

  에드 맥베인 소설로, 87분서 시리즈 초기 명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인질극과 밀실이라는 완전히 다른 미스터리 장르를 병행하여 이야기를 끌어간다. 메인이 되는 인질극과 교차되며 진행되는 밀실 사건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스토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밀실 트릭은 완전히 고갈되었다고 선언한 미스터리 비평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맥베인은 단순하지만 깔끔한 트릭을 선보인다.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폭력을 통해서든 재원과 연줄이라는 부를 통해서든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권력의 사용과 남용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인질극이기도 하며 소품으로서의 밀실 트릭 소설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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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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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의 지옥설계도

아름답지만 잔혹한 최면 세계, 인페르노 나인!

 

 

 

 

 

 

 

 

 

 

 

 

 

 

 

 

*

 

  나는 이 책을 몇장 넘기고 이렇게 생각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네. 수사관이 나오네. 추리 소설인가? 다음 장으로 넘겨보니, 새라 워튼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마치 영화 미녀삼총사의 화려한 액션 장면처럼 그 사람들을 순식간에 처리해 버린다.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국제적인 사건인가? 어느 정도 액션도 포함되어 있는 스릴러인가?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설의 흐름이 내 뒷통수를 때렸다. 구급차의 환자실에서 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의 한명이 불쑥 허무맹랑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강화인간이니, 천사장이니, 창조천사니, 능천사니, 천사, 천사, 천사 이야기였다. 그래서였나? 지옥설계도. 순간적으로 책의 제목이 떠올랐던 것은 아마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이 소설이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수사관이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갈때마다 그 실체가 더욱 독특하게 다가왔다. 별종. 그러니까 딱 이 단어가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느끼는 감상에 가깝다. 일단 천사니, 강화인간이니까지 떠들어댄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여태까지 등장했던 소재들과 그렇게 크게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이 소설을 별종으로 취급하는 것은 보다 그 소재들을 적응시키는데 이전들의 것과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스마트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책이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 마다 그려진 삽화는 보다 그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그 삽화는 스마트폰과 날개, 칼이 합쳐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칼이 권력, 힘을 상징한다면 스마트폰은 기술,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 날개는 천사, 선, 그 이상의 것으로 그 둘을 연결시켜준다. 

 

  이 소설에서는 두가지의 세계가 공존한다. 한 세계는 현실 세계로 수사관이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어떠한 범국가적인 조직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세계는 최면의 세계로 중세의 모습을 한 그곳에서는 반란군이 혁명을 이끌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펼쳐진다. 그것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현실세계에서는 스마트폰, 칼, 날개가 그려진 삽화가 등장하고, 최면의 세계에서는 방패와 칼, 날개가 그려진 삽화가 등장한다. 스마트폰과 방패라. 중세에서 칼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방패라면, 현대에서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인가? 무한한 정보, 기술, 과학? 하지만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칼이 존재하는 것은 현재나 과거나 미래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날개를 부러트리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날개 역시 항상 존재한다.

 

  이 책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칼과 날개, 이 두가지는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공존한다. 이중적이다. 선과 악이 바로 그런 모습일까? 책의 표지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표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네모난 정육면체가 눈을 속이고 있다. 기묘하게 틀이 꼬여 있어서 전혀 존재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틀에는 Inferno라고 적혀있다. 스페인어, 독일어, 포루투갈어로 지옥이다. 아마도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단어일 것이다. 그 안에 존재하는 표식은 아주 철학적이다. 어쩌면 이중적일 수도 있고, 모순적일 수도 있다. 악마 안에 천사가 있고, 천사 안에 악마가 있다.

 

  나는 책에서 등장하는 몇 안되는 삽화가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는 독특한 소재의 조합을 이용해 복잡한 사건들과 다양한 인물들을 연결하여 두 세계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폭이 방대하고, 이해하가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또한 추리, 판타지, 스릴러, SF를 부분부분 취합해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 간 이인화 작가만의 실험적인 면모도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이 책을 별종으로 느끼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책의 주제는 여타 판타지, SF 소설과 비슷하게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흐름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뚜렷하게 등장하는 몇 가지 상징과 선과 악이라는 절대성과 모호성을 동시에 가지는 가치가 주는 철학적 사고는 책을 보다 심오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책은 별났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나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지금 판단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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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소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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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여인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드러나는 구한말 신통방통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

 

 

 

 

 

 

 

 

 

 

*

 

  책의 처음 도반 부입은 굉장히 좋았다. 연옥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격변의 시대 속에 한 여성의 한과 슬픔이 너무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가 우연하게 이신통을 만나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고, 또 다시 이신통을 만나고, 그를 간호하고, 이신통이 떠나가고, 임신을 하고, 유산을 하고, 이신통을 찾아 떠나고,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되고, 이렇게 이야기가 한단계씩 점점 더 나아갈수록 나는 이신통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기는 커녕 점점 더 관심이 식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중간까지 읽다가 나중에는 아주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신통이 어떤 점이 특별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나에게는 평범함 이하였다. 그는 그냥 조선 후기의 흐름 속에서 방황하다간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의 작가는 황석영으로 굉장히 많은 작품을 쓴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이름은 꽤나 유명하다. 나는 황석영 작가를 잘 모르지만, 몇개의 작품은 알고 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는 황석영 작가의 삼포 가는 길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로도 제작된 오래된 정원. 그리고 바리데기. 나는 서점에 갈때마다 계산대 근처에 비치된 책갈피를 몇개를 가지고 오는게 버릇이 있는데, 막 바리데기가 출시되었을 때 가져온 책갈피가 아직도 집에 있다. 그리고 그 책갈피가 아주 독특한데, 바리데기의 표지에 등장하는 무표정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표정이 정말 무표정한데도 묘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겨우 3개의 작품 정도가 내가 황석영 작가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그 작품들을 전부 읽어본 것도 아니고, 작품의 이름 정도만 익숙할 뿐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줄거리를 아는 것은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접한 삼포 가는 길, 그리고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오래된 정원.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은 지진희와 염정아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아련한 느낌이 일품인 영화다. 특히 나는 이 영화 예고편 속의 마지막 한 대사에서 반해버렸다. 아마도 그래서 이 영화를 본 것일 것이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 줘. 왜 가니, 니가. 잘가라. 이 바보야.

 

  다시 한번 네이버에서 예고편을 찾아보니 그때의 뭉클함이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느낌이 여울물소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정원의 오현우는 여울물소리의 이신통과 닮아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감흥이 없는지 모르겠다. 책 속에서 우리 역사 속의 수많은 사건들이 파도치듯 출렁이는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고요한 것일까. 어떤 분노도, 슬픔도, 괴로움도, 전율도, 탄식도 없다. 무슨 강 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이다. 이에 대해서 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신통이라는 인물에 대한 반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강담사이자, 광대물주이자, 연희 대본가이자, 천지도인인, 이미 삶이 복잡할대로 복잡한 이신통이라는 인물이 왜 그의 삶 속으로 연옥을 끌어들였는지 그것이 난 의아했다. 연옥의 이신통에 대한 끊임없는 연정도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남편은 그렇게 쉽게 떠나오고, 잊었으면서 왜 그 오랜세월 동안 한 남자를 잊지못하고 그리워하는지. 그래서 이신통이 더 미웠다. 그는 자신의 연인을 버려두고 소홀히 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나쁜 남자일 뿐인다. 

 

  이신통이 연옥을 처음 품었던 그 날부터 연옥의 인생도 이신통과 같이 뒤틀려버렸다. 연옥은 이신통의 발자취를 쫓아가며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갔지만, 이신통과 결코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끝내 이신통은 죽어버렸고, 그녀에겐 그의 유골만 남아있다. 연옥이 그를 이해했을지는 몰라도,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 그간의 여옥의 세월이 훨씬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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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챔피언 - 삼성, 아우디, 구글은 어떻게 글로벌 기업이 되었나
The Growth Agenda 지음, 김정수 옮김, 뿌브아르 경제연구소 감수 / 유아이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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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OWTH AGENDA의 성장의 챔피언

블루오션과 M&A의 시대는 갔다. 독보적 역량으로 승부하라! 

 

 

 

 

 

 

 

 

 

 

 

 

 

*

 

  요즘같은 경제 불황기에는 특히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에서 이와 같은 시련은 비단 중소기업뿐만이 아니라 대기업, 글로벌기업들도 피해갈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적자라는 쓴 맛을 보고, 끊임없이 추락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이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성장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을 따르자면 그들은 바로 성장의 챔피언들이다. 

 

  이 책에서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서 성장의 챔피언들로 거듭난 여러 글로벌기업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 애플, 아우디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마스프, 롤스로이스, 나라야 등과 같은, 나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들은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다양한 예를 들어 각종 성장의 챔피언들에 대해서 꼼꼼하고 자세한 분석과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앞 장에서 다뤘던 전체적인 내용들은 다시한번 살펴보고, 핵심적인 부분들은 요약해서 집어주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해하기도 쉽다. 물론 경제, 경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들이 필히 요구되고 있는 책이긴 하다.

 

  나는 상공계열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전에 전공서에서 다뤘던 몇몇 주제들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장의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기업들은 과연 어떠한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 답은 쉽게 도출된다. 그리고 이 책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 명확한 목표, 조직의 자신감, 가치관 공유, 혁신 등,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다음의 10가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몇가지인가?

 

 

명확한 목표: 직원·고객·이해 관계자 모두의 공유

독보적 역량: 현재가 아닌 미래역량을 확보하라

최우선 과제인 혁신: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는 요소

독특한 통찰력: 고객과 시장의 필요를 선점

조직적 자신감: 목표에 대한 자신감은 자산

높은 위험 선호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낫다

균형감 있는 혁신: 기업문화와 혁신은 공존할 수 있다

파괴적 혁신: 삼성처럼 대기업 집단에서도 가능

현명한 투자: 성장전략에 투자하라

신속한 행동: 속도가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위 10가지 핵심적인 요소들 중에서 나에게는 단 한가지도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전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이것은 내가 상공계열을 전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위의 10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전부 맞는 말이고, 성장의 챔피언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적인 내용이 맞음에도, 그 방향에 있어서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생각해보자. 일반인들도 충분히 위의 10가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모를까? 경제,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인들로 구성된 그들이 정말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성장의 챔피언이 되지 못할까? 우리가 중점적으로 봐야 되는 것은 성장의 챔피언들의 공통점이 아니다. 우리는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위의 10가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기업들이 챔피언에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가? 바로 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아마도 이 책이 근본적으로 너무 성공 사례에 집중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성공 사례를 분석하면 당연히 좋은 얘기밖에 나올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업들에게 무턱대고 이상을 심어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자본도 없고, 환경도 다르다. 이렇게 각각의 상황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아도 이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그들이 혁신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를 초래해야 한다. 대부분의 변화들은 어떤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그 문제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어떤 기업은 이 과정에서 실패하고, 어떤 기업은 성공한다.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집중해서 그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성공을 원하지만, 그 성공을 모두 다 이룰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다 성공했다면, 그것은 사실상 성공이 아닌셈이다. 그렇다면 성공을 위한 지침이 있다면? 그 지침은 성공보다 실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왜 성공했는가?보다는 왜 실패했는가?가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는 우리가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비극은 우리를 슬프게 만들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곧 우리를 성장시킨다. 한마디로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성장을 해야 한다. 실패없이는 성공도 없고, 성공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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