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네버랜드 클래식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마이클 헤이그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행복한 왕자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두 아들에게 들려 주던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 

 

 

 

 

 

 

 

 

 

1. 행복한 왕자

 

 


2. 욕심쟁이 거인

 

 

 
3. 진정한 친구

 

 


4. 저밖에 모르던 로켓 폭죽

 

 

 

5. 나이팅게일과 장미

 

 

 

6. 어린 임금님

 

 


7. 스페인 공주의 생일
8. 별 아기

 

 


9. 어부와 그의 영혼

 

 

 

 
옮긴이의 말

 

 

 

 

 

*

 

  오스카 와일드, 내가 또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참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라, 나는 그저 별 생각 없이 순응하고 있다. 내가 그의 저서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나는 분명히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가 쓴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아직도 안읽은 내 책꽂이에 꽂혀진 수많은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바로 그순간 눈에 띈 것은 네버랜드 클래식의 17번째 책인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행복한 왕자. 그 책이 내 책꽂이에 있었다. 내가 또 다른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 책을 산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분명히 그맘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나는 나를 위한 선물로 몇가지 책과 DVD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다. 이 책은 바로 그때 주문한 책 중의 한 권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라잡았다. 깔끔하게 제본된 책의 곳곳에는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삽화들이 담겨져 있다. 책에 붙어있는 책갈피로 쓰라고 만든 끈은 책을 멈출때마다 보다 멋스럽게 그 자리를 각인시켜 주었다. 내가 이 책에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정말 오스카 와일드의 색깔이 묻어나는 하나같이 멋진 동화들이었다.

 

  내가 아는 언니에게 이 책에서 읽었던 몇 가지 동화의 내용을 신나서 떠들어 댄 적이 있었다. 하나는 진정한 친구, 다른 하나는 나이팅게일과 장미라는 동화였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자 언니가 말하길,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말에 동감하는 바가 크다. 헌데 이 책은 분명히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동화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오스카 와일드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동화를 썼을까? 그는 두 아들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공주님, 이 우스꽝스러운 난쟁이 녀석은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겠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도 못생겨서 임금님도 보시면 웃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공주는 웃으면서 물었다.

"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어요?"

"심장이 깨져 버렸거든요."

그러자 공주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공주는 자그마한 장밋빛 입술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삐죽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심장이 없는 사람들만 놀러 오라고 해 주세요."

그렇게 소리친 후 공주는 정원으로 달려 나갔다.

 

 

 

  위 부분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중의 하나인 스페인 공주의 생일의 일부분을 발췌해 온 것이다. 큰 상처를 받고 심장이 깨어져 버린 난쟁이, 그런 난쟁이를 보고 무정하게 말을 꺼내는 스페인 공주.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에서는 이런 인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욕심 많고, 잘난 척 하기를 좋아하고, 염치를 모르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무례하며, 불쾌하다. 이런 극단적인 인물들이 저 자신을 파괴한 것으로도 모자라, 남까지 파괴하려 한다.

 

  이 책은 보통 동화 속에서의 행복한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들 모두가 아는 행복한 왕자를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다. 행복한 왕자는 결국 용광로 속에 던져지고, 제비 역시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나마 욕심쟁이 거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동화스러운 동화일 것이다. 욕심을 버린 끝에 거인은 봄을 맞았으니까.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는 어떤가? 당신이 진정한 친구를 대하고 싶다면 절대 이와 같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밖에 모르던 로켓 폭죽은? 제목에도 드러나다시피 저밖에 모르는 자의 최후는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나이팅게일이 목숨을 다해 피운 그 빨간 장미는 어떻게 되었는가? 스페인 공주를 사랑했던 난쟁이는? 별 아기는 모든 역경과 고난을 뚫고 얼마나 힘들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는가. 인어를 사랑했던 어부는?

 

  만약에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찾고 싶은 것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보지 않는 편이 좋다. 이 책에는 슬픔과 눈물로 얼룩져 있고, 잔인하고 차가운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가에 대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깨우치고 뉘우친다면, 원래 우리가 찾으려 했던 것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이다.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것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기쁨보다는 슬픔을,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을, 사랑보다는 증오를 먼저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보다는 이 세상의 추한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 그의 아들들에게 들려주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아들들이 그렇게 자라지 않길 희망했던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길 기대한 것이다. 책 속의 어린 임금님과 같이 말이다.

 

 

 

"이것들을 도로 가져가거라. 내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란 말이다. 오늘이 비록 나의 대관식이기는 하나 이것들을 걸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이라는 파리한 손으로 '슬픔'이라는 베틀에서 짐의 옷이 짜여졌느니라. 이 루비 속에는 무고한 이의 핏덩이가, 그리고 이 진주에는 어린아이의 죽음이 들어 있느니라."

 

 

 

  진정한 기쁨은 바로 진정한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진정한 비극을 알아야 진정한 희극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난 진정한 슬픔과 진정한 비극을 맛봤고, 보다 진정한 기쁨과 진정한 희극에 한 걸음 다가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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