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에 편승한 독서였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현재 상황과 비교도 하면서 해법도 떠올려본 독서였다. 개인의 운명은 사라지고 집단의 역사만 남은 시간이라는 표현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꽃이 예쁘게 피고 따뜻해진 시간이 기분을 즐겁게 해주지만 그 것을 즐길 여유조차 감춰야하는 2020년 봄. 하루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다같이 인내해야 하는 집단의 시간. 전염병을 기회로 튀어보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못마땅했는데, 이 책을 통해 묘한 위로를 받았다. 어떤 점일까 생각해보니,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덕분인 것 같다. 겁주지 않고,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영웅도 묘사하지 않는 “본 기록의 서술자”(303쪽) 의 전달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재앙 한가운데서 배우는 것, 즉 인간에게는 경멸보다 감동할 점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서 끝을 맺으려는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395
거대 담론, 거대 악이 아니라 일상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미세한 악을 카뮈는 포착하고 있다.403
원망의 대상이 될 과녁을 찾아 계속해서 화살을 쏟아 대는 사람들,404
개인의 운명은 더 이상 없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이다.411
빵이 아니면 공기를 달라!303
마스다 미리의 귀여운 책
이 책을 읽던 날그 날의 공기가 떠오른다. 오랜만에 가졌던 평화로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