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에 편승한 독서였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현재 상황과 비교도 하면서 해법도 떠올려본 독서였다. 개인의 운명은 사라지고 집단의 역사만 남은 시간이라는 표현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꽃이 예쁘게 피고 따뜻해진 시간이 기분을 즐겁게 해주지만 그 것을 즐길 여유조차 감춰야하는 2020년 봄. 하루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다같이 인내해야 하는 집단의 시간. 전염병을 기회로 튀어보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못마땅했는데, 이 책을 통해 묘한 위로를 받았다. 어떤 점일까 생각해보니,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덕분인 것 같다. 겁주지 않고,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영웅도 묘사하지 않는 “본 기록의 서술자”(303쪽) 의 전달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