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권력은 자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권력을 의식해야하는 이는 권력의 피지배자들이다. 권력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력이 행사되는 곳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힘이다.
가부장이라는 권력이 절대적인 사회에서 앎은 온전히 젠더화되어있다. ‘나’가 생전 처음 치르는 시댁 제사 자리에 가서 식사 한 끼만해도 삼대손 집안의 알력 관계를 능히 꿰뚫어볼 수 있을 때, 평생을 나고 자란 집에서 일어나는 가내 정치에 대해 까맣게 모를 수 있는 남편의 그 산뜻하고 안온한 무지가 바로 권력이다.

칠 년을 연애하고 석 달을 함께 사는 동안 나는 남편에게 가족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다 했"(17쪽)던 반면 남편은 나에게 객관적인 정보 외에는 아무런 가족사도 전해주지 않았는데, 이는 가족내에서 딸이자 며느리인 ‘나’의 경우 아주 사소한 정보마저도 짯짯이 공유하여 재빠르게 자신의 지위를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삶에 익숙하지만, 아들이자 사위인 남편은 그저 밥 잘먹고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이 부패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가 봅니다. 한때 개혁의 상징이었던 클뤼니 수도원이 이렇게 되다니 씁쓸하네요.
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몰입도 높은 소설이었다.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산만한 편인데,
(책을 읽다가 다른 이야기가 떠올라 자주 공상에 빠지는 편)

이 책은 내가 공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어찌나 읽고 싶은지 누워서까지 읽게 만든 책 : )

읽는 내내 파도를 닮은 책같았다.
1번 파도가 발 끝에 닿으면
2번 파도가 연이어 도달한다.
파도는 끊어지지 않는다.

이 책도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다.
파도처럼.

그리고 꿀렁꿀렁 파고가 있는 문장.
문장이 길지만 지루하지 않고, 읽기에 리듬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지만 빛은 더욱 강하다.
1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 선집
찰스 디킨스 지음, 허진 옮김 / 시공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랜선독서모임덕분에 완독 +_+

 

세계문학은 번역, 나의 배경지식, 문화적 차이로 인해 빨리 책을 읽지 못하는 편이다. 그만큼 몰입을 잘 못한다고 할까. 하지만 그런 나의 부족함에 비해 세계문학과 친해지고 싶은 나의 욕심은 크기 때문에 매번 도전하고, 느리고 긴 시간 동안 독서를 한다.

 

이번에는 랜선독서모임을 우연히 알게 되어 완독에 도전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인지 모른 상태에서 도전을 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책을 만나 완독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우연히 이번달 시공북클럽 책이 <작은 아씨들>이어서 우연이 이어지는 독서를 하게 되었다. 작은 아씨들을 통해 책속의 책으로 알려진 픽윅클럽 여행기는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소개된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 완독의 기쁨과 의미가 커진 책읽기 시간.

 

 

이 책은 두께가 상당한 책이지만,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간중간 '풉'하고 웃을 수 있는 조롱, 풍자, 유머 등이 이 책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랜선독서모임을 통해 '디킨스적'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 디킨스적인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영어로 읽어도 내가 웃었던 지점에서 같이 웃을까, 하는 상상이 들기도 했다.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무겁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심각한 에피소드, 갈등, 고비가 이어지는 이야기가 재미를 더한다. 랜선독서모임에서 매주 미션을 주었는데, 인물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독서를 할 수 있는 질문을 주어서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초반에는 정이 많고, 너그러운 픽윅씨에게 마음이 갔는데, (물론 끝까지 마음이 갔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샘이란 캐릭터도 점점 마음에 들었다. 의리가 있고 성실한 캐릭터라서 정이 갔다.

 

 

개인적으로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이 벽돌책을 들고 출퇴근을 했는데, ^^;;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ㅎㅎ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책이기도 했다.

"너 책 읽는구나?"

 

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