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지유 > 이상보다 높은 향기 - 김재형

이과 출신의 작가가 쓴 글이라는 점에서 과거에 읽었던 <이상보다 높은 향기>가 떠올랐다. 이야기가 비슷한 점은 없지만, 과학 분야의 소재와 이야기가 낯선 문과인에게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함정이.(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을, 동양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을 구분 못하는 것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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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신경에 닿는 이 세계의 풍경이 궁금했다.”
문과인에게는 낯선 표현^^

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
47쪽

아름답고 뛰어난 지성을 가진 신인류가 아니라,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로만 구성된 세계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
49쪽

어쩌면 광대한 우주에서 고독한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타자와의 조우를 갈망하는 그 자체가 고도의 자기 인지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일까.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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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한국 소설에서 참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과 따뜻한 시선으로 정치 사회와 같은 거창한 담론 말고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이웃의 삶을 표현한다. 아프고 어두운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 다 읽지도 않았는데 중간중간 왜 이렇게 뭉클해질까 생각했다.

 

휴머니즘.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인간에 대해 작가님의 오랜 고민이 이 책에 녹아든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읽는 내내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 투명한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소하게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한 명 한 명 그림처럼 그려졌다. 그런 인물들이 투명 실로 연결된 누군가를 거두고, 챙겨주고, 희생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인 걸까?

 

조금 엉뚱한 발상일 수 있는데, 연희의 죽음과 우주의 탄생이 떠오르는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방탄소년단의 DNA 노래가 떠올랐다. ^^; DNA는 사랑하는 사람 간의 운명이 태초의 DNA에서 시작되었다는 가사를 담고 있지만, 조금 폭넓게 사람들의 관계도 태초의 DNA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우주, 문주의 아이가 생긴 이후 문주는 우주의 아이를 책임지기로 하고, 자신의 始原(시원)을 찾아 한국으로 온다. 공간을 초월하여 문주를 한국으로 오게 한 서영. 시간을 초월해 입양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는 연희. 연희를 통해 만나는 복희와 노파. 어린 시절 입양을 통해 만난 부모 앙리와 리사. 앙리와 리사를 만나게 한 정우식. 정우식을 찾으며 만난 문경과 박수자.

 

DNA의 노래 가사처럼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사람들은 각자 근원이 있고, 살아가는 과정을 가지고 있으니 존재 자체로 하나의 우주인 셈이다.(방탄의 소우주가 떠오르지만, 그마안 ㅋㅋ) 그렇기 때문에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헌사(258쪽)라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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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장면에서 우리는 같은 자세로, 같은 표정으로, 같은 생각을 하며 투명한 벽 앞에 서 있곤 했을 것이다. 얼굴의 일부가 아니라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220쪽

우리 모두의 이름은 언젠가 한 존재가 타인을 위해 진심을 담아 건넨 최초의 말이라는 것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임을.
-추천의 글 260쪽

이름은 집이니까요.
서영의 두 번째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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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단지 노동의 부재가 아니다. 그림쇼가 다양한 모습으로 휴식의 가치와 의의를 확대했듯이, 휴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으며 제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싶다는 사전적 의미에서부터 돌연한 깨달음을 얻는 경험, 마음에 품위를 부여하는 시간, 억압에 대항하는 태도, 삶에 관한 집요한 질문, 자기 성찰로의 회귀, 희망을발현시키는 과정, 새로운 영감의 탄생, 일상을 간직하려는 시도 등 수많은 유형이 존재한다. 그리고 휴식에있어 중요한 건, 무엇보다 실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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