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한국 소설에서 참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과 따뜻한 시선으로 정치 사회와 같은 거창한 담론 말고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이웃의 삶을 표현한다. 아프고 어두운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 다 읽지도 않았는데 중간중간 왜 이렇게 뭉클해질까 생각했다.
휴머니즘.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인간에 대해 작가님의 오랜 고민이 이 책에 녹아든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읽는 내내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 투명한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소하게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한 명 한 명 그림처럼 그려졌다. 그런 인물들이 투명 실로 연결된 누군가를 거두고, 챙겨주고, 희생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인 걸까?
조금 엉뚱한 발상일 수 있는데, 연희의 죽음과 우주의 탄생이 떠오르는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방탄소년단의 DNA 노래가 떠올랐다. ^^; DNA는 사랑하는 사람 간의 운명이 태초의 DNA에서 시작되었다는 가사를 담고 있지만, 조금 폭넓게 사람들의 관계도 태초의 DNA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우주, 문주의 아이가 생긴 이후 문주는 우주의 아이를 책임지기로 하고, 자신의 始原(시원)을 찾아 한국으로 온다. 공간을 초월하여 문주를 한국으로 오게 한 서영. 시간을 초월해 입양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는 연희. 연희를 통해 만나는 복희와 노파. 어린 시절 입양을 통해 만난 부모 앙리와 리사. 앙리와 리사를 만나게 한 정우식. 정우식을 찾으며 만난 문경과 박수자.
DNA의 노래 가사처럼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사람들은 각자 근원이 있고, 살아가는 과정을 가지고 있으니 존재 자체로 하나의 우주인 셈이다.(방탄의 소우주가 떠오르지만, 그마안 ㅋㅋ) 그렇기 때문에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헌사(258쪽)라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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