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성석제 지음, 김경호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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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게 부대찌개다. 좀 잊을 만하면 미군부대가 어쩌고저쩌고 하고 또 잊을 만하면 누가 먹다 버린 걸 공급하다가 어떻게 됐다느니 말았다느니 한다. 부대찌개만큼 한반도에 미군이 진주한 이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찌개가, 아니 음식이 있을까. 그런데 이 역사적인 부대찌개를 내가 처음 먹은 곳은 미군부대 근처가 아니라 광화문이었다. 하긴 거기도 미국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 담 밖에서 줄을 서있는 미대사관이 있고 보면, 또 미대사관을 지키는 전경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가 언제나 줄을 지어 서 있고 보면 미군부대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언제 진정한 '추억의 음식'이 될 수 있을까?-65쪽

당신이 어느 도시에 초행이고 배가 고픈데 그 도시의 음식 중에서 특출하고 유명한 것을 모른다면, 그런 건 말고라도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것을 먹고 싶어한다면 관공서 뒷골목 식당으로 가보라는 충고에 따르도록 하시라.-76쪽

십여년 전 직장생활을 하는 도중에 만난 사람 가운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냉면을 지독히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던가, 아니 조금 더 되어 사십대 후반쯤이었던가보다. 그는 사춘기에 냉면을 알게 된 뒤부터 근 이십여년 넘게 냉면을 먹어오면서 종내는 그 세월 속에서 태어난 아들까지 냉면광으로 만들었고 부자가 합동으로 전국 유수의 냉면집을 돌아다니면서 냉면을 맛보고 점수를 매겨 1위부터 50위까지 서열을 정해두었을 정도였다. 그게 책으로 나왔다면 한국의 미슐랭가이드가 따로 있었겠는가.

-143쪽

-> 음식에 대한 몇 가지 사실

;(냉면) 본디 냉면의 본향인 이북에서는 냉면 육수를 낼 때 꿩고기를 쓰는데 그 잘난 꿩이, 아무리 변두리라 해도 서울에서 쉽게 구해질 리 없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 불려나온 것이었다.
;(냉면)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돼"라고 했기 때문이다. "메밀이 햇거걸 랑은.."
;(라면) 이를테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968밀리그램 정도이고 미국은 1,500밀리그램, 한국은 3,500밀리그램인데 라면 한개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평균 2,075밀리그램이라는 것이다. 나트륨도 문제지만 MSG의 해악은 이전부터 유명했다.
;(소주) 우리나라에 증류주인 소주(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주-인용자)가 전해진 때는 몽골제국의 쿠빌라이칸이 고려를 침략한 13세기 후반이다. 당시 몽골 병사들의 주둔지였던 개성, 안동, 제주를 중심으로 소주가 만들어졌다... 안동소주는 1964년 정부의 양곡절약 정책에 따라 주세법이 개정되어 쌀을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생산이 중단... 1987년에 안동소주 제조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면서 생산이 재개되었다.-146 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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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소금연못 > 눈물을 흘리면서 읽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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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군포사거리를 지나오는 저녁 6시반...

5 월  맑은 저녁 무렵, 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퀵 서비스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다가

눈치를 보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렇게 교통 규칙을 어기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문제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

그런데 하종강의  글을 읽다보면 이 땅에서 사는 교통규칙 어기는 퀵서비스맨들과

불친절한 택시 운전 노동자와

퉁명스런 간호사, 못 배워서 연봉 900만원 받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왜 그렇게 살며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

 

아침에 헬스클럽에서  걷기운동을 하며 '하우스2 '를 보았다 .

이미 csi와 섹스엔시티를 통해 미국 사회의  한 부분을  설핏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정말 미국이란 나라는 인간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라다 .

그런데 오늘 아침 '하우스2 ' 에 나온 것은  아름다운 15 세 수퍼모델에 관한 이야기다 .

그 아이는  고1 중퇴하고 떼돈을 버는 수퍼모델인데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며 가정교사와 매니저, 심지어는 친부에게도

그 어린 몸, 그러나 충분히 성숙한 몸을 제공하여 잠시라도 편하고자 한다 .

그러면서 그애가 추구하는 것은 돈과 명성이다 .

자본주의 국가에서 지고의 선은 돈이며 모든 행위는 돈으로 연결된다 .

그래서 오늘 아침 '하우스2 ' 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

돈때문에 사람은 별의 별 짓을 다 할 수 있는  잔인하고 처참한 종족이구나...싶었다 .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수천만원, 수억원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한만큼 달라는데 우리나라 기업과 부자신문 그리고 정부는

그 사실이 몹시 못마땅하다고 한다 .

가난해서 못 배웠으면 주는대로 받아야지 왜 모여서 소리치며 더 달라고 하느냐며

단죄를 한다 . 가혹하게 .

그리고  시민들은 자신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듯 국익에 위배되며

'대란' 을 불러 일으킨다고 모든 노동 쟁의 행위를 성토한다 .

그것은 시민들 잘못이 아니다 .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이  잘못된거라고 교육하는 사람들과

세뇌시키는 부자신문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정부 탓이다 .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니

이 책을 읽고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 내 아이가 자라서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99%인 이 세상에

내 아이와 내 친구들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노동운동이 얼마나 고귀한  운동이며 우리 삶과 밀접한 운동인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

가족관계 말고 가장 중요한 관계는 '노사관계' 란 걸 대체 누가 알려준단 말인가 ?

왜  연봉 1 억 받는 조종사도 연봉6천 받는 노동귀족도 연봉 900 받는 청소용역 노동자도

모두 노동조합이  필요한가를 가장 쉽고 간결하며 감동적인 언어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

 

나와 내 자식이 노동자가 되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

나와 내 자식이 내가 일한만큼 정당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이 세상에

이 책은 가장  귀중한 경전이 될 것이다 .

나와 내 딸이 나눠갖기 위해 그리고 한 권은 친구에게 주기 위해 세 권을 샀다 .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 사줄 것이다 .명단은 아래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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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절판


하지만 IPR(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적재산권)이 물질의 소유권보다도 파워가 강한 지식정보시대에는 이러한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소유보다 접속이 더 중시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사용권이 소유권보다 더 널리 행사되고 있어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이 물재의 가치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소유보다 사용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 세상에서 누가 불사약에 대해서만 후한 점수를 주겠는가.-71쪽

겨울이 되면 기러기는 V자 대형으로 남쪽으로 날아간다. 그들이 그런 대열로 날아가는 것은 앞에서 나는 새들이 날개를 저으면 뒤에서 따라오는 새를 위한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기러기떼는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71%를 더 멀리 날 수 있게 된다. V자 대형으로 날면 길도 잃지 않고 힘도 아낄 수 잇어 기러기들에게 있어서 그 모양은 그야말로 빅토리 사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맨 앞쪽에서 날아가는 기러기가 지치면 뒤쪽으로 물러나고 금방 뒤따르던 기러기가 앞장서다.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중략) 또 기러기가 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대열에서 낙오되면 두 마리의 다른 기러기들이 그 기러기와 함께 대열에서 떨어져 그 기러기가 지상에 내려갈 때까지 도와주고 보호해준다. 같이 간 두 마리의 기러기는 낙오된 기러기가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아니면 죽을 때까지 함께 머문다. 그런 다음에야 두 마리의 기러기는 하늘로 날아올라 다른 기러기들의 대열에 합류하거나 자신들의 대열을 따라잡는다.-81쪽

확실한 것은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디지털 혁명의 장밋빛이 조금씩 먹구름과 거품으로 변해가면서 우리가 풀어야 할 양극화의 난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이념이나 빈부차의 양극화에 대해서는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보다 몇 배나 더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에 대해서는 한눈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세대일수록 컴퓨터와 인터넷의 정보환경에 익숙하고, 나이 든 사람일수록 아날로그의 삶에 익숙하기 때문에 디지털 디바이드는 곧바로 세대간의 격차와 신구 문명의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공간의 충돌을 의미하게 된다.

=> 쏟아지는 '양극화'의 난제와 새롭게 직면할 '정보격차'의 구분... 도식적인 발상은 아니신지...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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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보슬비 > [흔적] 디지로그 digilog
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절판


정보사회에서의 '미각'과 음식물은 디지털화할 수 없는 마지막 아날로그의 영토를 대표하는 성벽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사람은 동물처럼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먹는 행위는 생리적인 욕구나 물질적인 경제가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나타낸다. 음식물이 정보를 교환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보와 음식이 연결될수 있는 코드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주목할지 모르겠어요.-.쪽

먹는 것이 문명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과 문명론이 바로 그러한 보기의 하나이다.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사과(선악과)에서 기독교 윤리의 헤브라이즘이 나왔다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파리스 왕자의 사과에서는 심미적인 헬레니즘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빌헬름 텔의 사과에서는 독재 권력을 싸워 이긴 민주주의가 탄생했고 뉴턴의 사과를 통해서는 근대 인간의 이성과 질서를 상징하는 과학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문명의 시작만이 아니라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에 이르면 종말의 이미지까지도 담고 있다. 대중적인 사과 문명론은 이미 앞에서 본 대로 애플컴퓨터에까지 이어져 정보시대의 상징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과가 주는 상징이 꽤 크네요. 세계를 바꾼 사과니깐요.-.쪽

스팸은 햄 통조림 이름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정크 메일과 같은 쓰레기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장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스팸 통조림 맛은 백이든 천이든 그 맛이 똑같다.
(중략)
스팸 통조림 -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스팸 메일의 유래가 바로 통조림 브랜드, 스팸이다.
(중략)
스팸은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정보포식'상태와 그러한 정황 속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디지털의 '정보현실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스팸메일을 보면서 항상 왜 스팸메일일까? 궁금했는데 이제 이해가 가네요^^;;-.쪽

젓가락이 상호의존성과 관계를 중시하는 배려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면 포크와 나이프는 개체의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독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 근대의 개인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서양 사람들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것보다 우월한 것인가 열등한 것인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월성이 아니라 어느 것이 더 정보시대의 특성에 맞느냐 하는 '적합성' 면에서는 그 비교와 분석이 가능하다.

=>항상 문화의 우월성만 따졌지,특성에 맞는 적합성은 무시했던것 같습니다.-.쪽

한국 정치가 그냥 직선 궤도를 달리는 보통 열차였다면 단 한 번의 추락으로 산산조각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정말 롤러코스트의 기적 같은 원심력, 구심력과 좌우 균형감각을 가지고 역사의 궤도를 순발력 있게 활강한다. 천 번 만 번 추락해도 새로운 청룡 하나가 내일 다시 떨어진 그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를 것이다. 좌로 쏠리고 우로 부딪치는 이념 싸움과 전쟁 속에서 불안과 공포의 절규가 터져 나와도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며 땅에 내려온다. 그리고 또 그 무시무시한 청룡열차를 타기 위해서 줄을 선다.
한국인들의 행동양식은 언제나 극단으로 치닫는 것같이 보인다.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반대를 외치는 여당과 야당의 싸움을 보고 있는 외국인들은 양쪽에서 마주보고 달려오는 열차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딪치기 직전 그 열차들은 서로 교차하면서 빠져나간다. 그 선로는 단선이 아니라 복선이었던 것이다.
개발 독재 열차, 문민 독선 열차, 386 막가는 열차……. 그것이 무엇이든 정상에 오르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추락의 충격 속에서도 한국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훌륭한 정치가나 영민한 경제학자, 뛰어난 과학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한 번도 정상에 올라본 적은 없지만 놀라운 균형감각과 순환의식을 지닌 평범한 한국인들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도킨스가 이름 지은 바로 그 문화 유전자 밈(meme)의 힘인 것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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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책읽기 -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
김광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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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혹은 평론가 등의 저자가 간행한 '서평모음집'을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아마도 숱하게 쏟아지는 책 가운데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판단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고, 각종 언론에서 이뤄지는 서평의 빈약함이나 가벼움을 보충하고자 하는 경우이겠다. 또는 엔쏠로지 형태로 책을 다 읽지 않고도 그 맥락을 짚어보고자 하는 또다른 가벼움이거나...

서평집 역시도 그리 희박한 장르는 아니어서, 대개 저자의 편력이나 특장들을 확인하고, 그 '시각'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하고 책을 접하게 된다. '글쓰기, 특히나 서평 쓰기가 밥벌이'일 수 있는 기자 직업의 필자가 쓴 글의 깊이나 다양성은 어떨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약 백여 권씩 발간되는 단행본 가운데 엄선에 엄선을 거듭해서 고른 책...'(<책머리에>)에 대해서는 그 어려움에도 공감하지만(다 읽을 수는 없겠고, 일정한 자기선호나 시각이 당연히 작용할 터) 또한 직분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책무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저는 이 책에 실려 있는 책들을 우리가 종신형을 선고 받고 무인도로 들어갈 때 마지막에 골라야 하는 10권의 책처럼 골랐습니다. 무인도로 들어가는 빠삐용이 책을 10권만 사다 달라고 저에게 부탁한다면 그때 골라주고 싶은 책들'(<책머리에>)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그러할 것이고, 어떤 비장함이 느껴지는 서술 덕에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진지해진다.

다루고 있는 작품은 주텍스트, 보조텍스트를 포함하여 무려 예순 세 권이다. 그런데 독자들을 위해 상당히 친절하게 배려한, 자상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독서편중은 이 책의 특장이랄 수밖에 없겠다. 목록 일부분을 보면...

오쿠다 히데오 장편 <인 더 풀>/강병융 장편<상상인간 이야기>/김경 산문집 <뷰티풀 몬스터>/아멜리 노통브 <시간의 옷>/배빗 콜 <내 멋대로 공주>/알베르토 모라비아 장편 <권태>/마이클 프레인 <곤두박질>/존 그리샴 <톱니바퀴>/돈 드릴로 장편 <화이트 노이즈>/한네스 슈타인, <반 지성 독트린: 생각 없이 살기]/로랑 그라프 <매일 떠나는 남자>/캐롤라인 황 <스물일곱, 내 청춘이 수상하다>/윌 퍼거슨 장편 <해피니스>…

'빠삐용에게 줬다가는 다소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바꿔보면 어떨까.

<빠삐용의 이 시대 '사랑' 읽기>

저자의 박식함이 면면 드러나기도 하지만, '어설픈 주말 외출, 지지부진한 영화보다 당신을 열 배쯤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책읽기에 들인 시간만큼 제가 손들고 서있겠습니다'(92쪽)는 책을 검색했더니 '(기사를 보고 읽었는데..) 손들고 있으라고 하고 싶다'는 서평이 올라온다면...(올라있다^^) 두 가지겠다. 자타가 인정하는 영향력 있는 신문의 위력이 영향력이 별로 없거나, 필자의 시각일 텐데... 여하튼 일정한 주제(이 시대 '사랑'이라는 여러 양태들)에 대한 깊이는 인정해야 할 듯.

 두서너 권은 이미 읽었고, 이 [서평모음집]에 기대어 한 권의 책을 선택해본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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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05-0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쇄) 92쪽 2행의 따옴표(') 삭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