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게 부대찌개다. 좀 잊을 만하면 미군부대가 어쩌고저쩌고 하고 또 잊을 만하면 누가 먹다 버린 걸 공급하다가 어떻게 됐다느니 말았다느니 한다. 부대찌개만큼 한반도에 미군이 진주한 이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찌개가, 아니 음식이 있을까. 그런데 이 역사적인 부대찌개를 내가 처음 먹은 곳은 미군부대 근처가 아니라 광화문이었다. 하긴 거기도 미국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 담 밖에서 줄을 서있는 미대사관이 있고 보면, 또 미대사관을 지키는 전경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가 언제나 줄을 지어 서 있고 보면 미군부대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언제 진정한 '추억의 음식'이 될 수 있을까?-65쪽
당신이 어느 도시에 초행이고 배가 고픈데 그 도시의 음식 중에서 특출하고 유명한 것을 모른다면, 그런 건 말고라도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것을 먹고 싶어한다면 관공서 뒷골목 식당으로 가보라는 충고에 따르도록 하시라.-76쪽
십여년 전 직장생활을 하는 도중에 만난 사람 가운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냉면을 지독히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던가, 아니 조금 더 되어 사십대 후반쯤이었던가보다. 그는 사춘기에 냉면을 알게 된 뒤부터 근 이십여년 넘게 냉면을 먹어오면서 종내는 그 세월 속에서 태어난 아들까지 냉면광으로 만들었고 부자가 합동으로 전국 유수의 냉면집을 돌아다니면서 냉면을 맛보고 점수를 매겨 1위부터 50위까지 서열을 정해두었을 정도였다. 그게 책으로 나왔다면 한국의 미슐랭가이드가 따로 있었겠는가.
-143쪽
-> 음식에 대한 몇 가지 사실
;(냉면) 본디 냉면의 본향인 이북에서는 냉면 육수를 낼 때 꿩고기를 쓰는데 그 잘난 꿩이, 아무리 변두리라 해도 서울에서 쉽게 구해질 리 없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 불려나온 것이었다. ;(냉면)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돼"라고 했기 때문이다. "메밀이 햇거걸 랑은.." ;(라면) 이를테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968밀리그램 정도이고 미국은 1,500밀리그램, 한국은 3,500밀리그램인데 라면 한개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평균 2,075밀리그램이라는 것이다. 나트륨도 문제지만 MSG의 해악은 이전부터 유명했다. ;(소주) 우리나라에 증류주인 소주(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주-인용자)가 전해진 때는 몽골제국의 쿠빌라이칸이 고려를 침략한 13세기 후반이다. 당시 몽골 병사들의 주둔지였던 개성, 안동, 제주를 중심으로 소주가 만들어졌다... 안동소주는 1964년 정부의 양곡절약 정책에 따라 주세법이 개정되어 쌀을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생산이 중단... 1987년에 안동소주 제조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면서 생산이 재개되었다.-146 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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