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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책읽기 -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
김광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 혹은 평론가 등의 저자가 간행한 '서평모음집'을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아마도 숱하게 쏟아지는 책 가운데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판단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고, 각종 언론에서 이뤄지는 서평의 빈약함이나 가벼움을 보충하고자 하는 경우이겠다. 또는 엔쏠로지 형태로 책을 다 읽지 않고도 그 맥락을 짚어보고자 하는 또다른 가벼움이거나...
서평집 역시도 그리 희박한 장르는 아니어서, 대개 저자의 편력이나 특장들을 확인하고, 그 '시각'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하고 책을 접하게 된다. '글쓰기, 특히나 서평 쓰기가 밥벌이'일 수 있는 기자 직업의 필자가 쓴 글의 깊이나 다양성은 어떨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약 백여 권씩 발간되는 단행본 가운데 엄선에 엄선을 거듭해서 고른 책...'(<책머리에>)에 대해서는 그 어려움에도 공감하지만(다 읽을 수는 없겠고, 일정한 자기선호나 시각이 당연히 작용할 터) 또한 직분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책무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저는 이 책에 실려 있는 책들을 우리가 종신형을 선고 받고 무인도로 들어갈 때 마지막에 골라야 하는 10권의 책처럼 골랐습니다. 무인도로 들어가는 빠삐용이 책을 10권만 사다 달라고 저에게 부탁한다면 그때 골라주고 싶은 책들'(<책머리에>)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그러할 것이고, 어떤 비장함이 느껴지는 서술 덕에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진지해진다.
다루고 있는 작품은 주텍스트, 보조텍스트를 포함하여 무려 예순 세 권이다. 그런데 독자들을 위해 상당히 친절하게 배려한, 자상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독서편중은 이 책의 특장이랄 수밖에 없겠다. 목록 일부분을 보면...
오쿠다 히데오 장편 <인 더 풀>/강병융 장편<상상인간 이야기>/김경 산문집 <뷰티풀 몬스터>/아멜리 노통브 <시간의 옷>/배빗 콜 <내 멋대로 공주>/알베르토 모라비아 장편 <권태>/마이클 프레인 <곤두박질>/존 그리샴 <톱니바퀴>/돈 드릴로 장편 <화이트 노이즈>/한네스 슈타인, <반 지성 독트린: 생각 없이 살기]/로랑 그라프 <매일 떠나는 남자>/캐롤라인 황 <스물일곱, 내 청춘이 수상하다>/윌 퍼거슨 장편 <해피니스>…
'빠삐용에게 줬다가는 다소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바꿔보면 어떨까.
<빠삐용의 이 시대 '사랑' 읽기>
저자의 박식함이 면면 드러나기도 하지만, '어설픈 주말 외출, 지지부진한 영화보다 당신을 열 배쯤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책읽기에 들인 시간만큼 제가 손들고 서있겠습니다'(92쪽)는 책을 검색했더니 '(기사를 보고 읽었는데..) 손들고 있으라고 하고 싶다'는 서평이 올라온다면...(올라있다^^) 두 가지겠다. 자타가 인정하는 영향력 있는 신문의 위력이 영향력이 별로 없거나, 필자의 시각일 텐데... 여하튼 일정한 주제(이 시대 '사랑'이라는 여러 양태들)에 대한 깊이는 인정해야 할 듯.
두서너 권은 이미 읽었고, 이 [서평모음집]에 기대어 한 권의 책을 선택해본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