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돌고돌면 돈이 된다

구전신화→소설→영상→게임→테마파크 순환 패턴… 반지의 제왕 등 高부가 창출 문화콘텐츠로

‘경성스캔들’ ‘원스어폰어타임’ ‘라듸오데이즈’ ‘모던보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모두 일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줄줄이 쏟아지는 작품들이다. 이들은 시대적 배경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념지향적인 내용을 탈피하고 당대의 풍속사와 일상사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독립군 아니면 친일파라는 이분법이 없다. 엄혹한 제국주의의 칼날을 피해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술 마시고 연애하며 멋을 내고 돈을 버는 평범한 생활들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배경과 설정의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일까. 당대 대중의 흥미를 돋우는 이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태어나서 이제야 ‘짠~’하고 나타난 것일까. 이야기산업이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으로 떠오른 시대다. 이야기의 탄생과 순환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이야기, ‘구전’으로 탄생해 테마파크에서 영생하다

돈이 회전하면 이윤을 낳고 이야기가 돌고 돌면 돈이 된다. 이윤 낳는 돈은 자본이고 돈을 낳는 이야기는 문화콘텐츠다. 이야기는 태초에 입에서 시작됐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이야기는 처음엔 글로, 다음엔 영상으로 부활해 돈을 낳는다. 게르만족의 설화에 기초한 ‘반지의 제왕’이 대표적이다. 거인 지그프리트 신화는 바그너시대에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로 이어졌고 라인 강의 황금 반지를 얻기 위한 영웅의 서사는 J.R.R 톨킨의 1954년작 소설 ‘반지의 제왕’의 근간이 됐다. 소설은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이 팔렸고 이를 스크린에 옮긴 피터 잭슨 감독의 3부작 ‘반지의 제왕’시리즈는 29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 한편으로 뉴질랜드는 ‘프로도 효과’라고 불리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얻었다. 이야기 하나가 나라의 경제를 바꾼 것이다.


‘반지의 제왕’은 ‘구전신화→소설→영상→게임→테마파크(관광지)’로 이어지는 현대 이야기산업의 흐름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연대기’ ‘황금나침반’ ‘베오울프’ 등은 이 순환 과정의 일부를 거쳤다. ‘서유기’ ‘삼국지’ 등 아시아 공동의 유산으로 발전한 중국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에 옮겨졌다. 국내에선 이무기설화에 기초한 ‘디워’나 단군설화에 바탕한 ‘태왕사신기’를 들 수 있다.


▶이야기를 사냥하라


고대 설화나 대규모 서사만이 이 같은 이야기 순환과정을 거쳐 꽃피는 것은 아니다. 보다 일상적이거나 역사의 단락에 불과한 이야기들의 생성과정은 좀더 현실적이고 순환 사이클도 짧다.


최근 붐을 이루는 식민지 시대극의 발원지는 학계다. 대개가 ‘학술연구→출판(소설, 논픽션)→영상’의 순환경로를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는 젊은 인문학도 사이에서 일제시대의 신문, 잡지 등 옛 출판물을 강독하는 모임이 불 붙듯 만들어졌다. 살림출판사의 강심호 기획팀장은 “당시 젊은 연구자들은 심심하면 둘러앉아 당시 신문이나 ‘학지광’ ‘조광’ ‘삼천리’ 등 잡지들을 읽었다”며 “이 잡지들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여성월간지나 ‘선데이서울’같은 대중지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연애의 시대’ ‘학교의 탄생’ ‘황금광 시대’ ‘경성기담’ ‘럭키경성’ 등 2000년 이후 봇물을 이룬 출판물들이다. 영화 ‘모던보이’의 곽신애 PD는 “관련 연구서가 출판되면서 대중에게 그 시대에 대한 학습효과와 정서적인 기반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사회적 맥락은 다르지만 영.정조 시대도 비슷한 조명과정을 거쳤다. 1993년 소설 ‘영원한 제국’이 히트한 이후 ‘방각본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원행’‘정약용 살인사건’ ‘조선왕독살사건’ ‘바람의 화원’ 등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연구서들이 출판가에 유행했고 ‘이산’ ‘정조 암살 미스터리-8일’ ‘한성별곡’ 등 드라마가 뒤따랐다. 영화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다수 기획 중이다. 출판이 영상콘텐츠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자 일부 영화사에서는 아이디어개발팀이나 기획팀을 두고 수시로 출판가의 동향을 체크하기도 한다. 일부 인기 출판물의 경우에는 영화사들끼리 저작권을 선점하려는 신경전이 치열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부가가치 극대화하는 이야기산업의 순환구조 만들어야


이야기의 순환구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내 문화 콘텐츠산업의 문제는 그 주기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이용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때 ‘반짝 유행’이나 트렌드가 됐다가 사라지곤 한다. 반면 할리우드와 일본의 경우에는 소설이나 만화 등을 통해 한번 생명을 얻은 이야기는 영상매체를 거쳐 캐릭터, 게임, 관광, 테마파크사업으로 이어져 부가가치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결국 이야기산업의 세계화 시대에 승부는 단순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뿐 아니라 그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확대 재생산의 순환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쉿! 성공의 비밀 알려주마… 서점가 '시크릿 신드롬'
독특한 자기 계발서… '미국서 시작된 돌풍 한국서도 태풍'
"생각이 현실 만든다는 것 실제 경험" 젊은 독자들 푹 빠져





 




   e시대 e사람


차인표 부부 또 아이 입양
 
Good 275명 Bad 36명
 
 
총투표자수 : 311명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책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책의 힘은 정말 세다. 한 순간 사람을 빨아들여 정신세계를 지배하기도 하고, 나아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국내 독서시장에서는 한 권의 책이 조용하지만 무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단지 일부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당신’에게 귀 기울여 줄 것을 나지막하게 권유하고 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척 매력적이다. 아니 마력적이다. 당신의 인생을 당신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을 속삭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 자체가 ‘시크릿’(The Secretㆍ살림출판사 발행)이다. 정관사 ‘The’가 붙은 데서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여러 가지 비밀 중에서 한 가지 비밀을 전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감춰져 있는 ‘유일한 비밀’을 펼쳐 보인다. 생각해보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면서도 가장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움켜쥐지 않겠는가.
‘시크릿’의 저자는 전직 TV 프로듀서인 호주 여성 론다 번(Rhonda Byrne)이다. TV 프로그램을 만들던 어느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큰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마 궁금할 것이다.
사실 그 비밀은 그녀가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이미 존재해 왔고 일부 사람들은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비밀의 문을 저자 번이 열심히 노크했고 그 정성에 비밀이 문을 열어준 것이다.
번은 서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1년 전 모든 일이 힘겨웠다.(중략) 그 때 나는 ‘위대한 비밀’, ‘삶의 비밀’을 어렴풋이 보게 되었다. 내게 ‘비밀’을 어렴풋이 알려준 것은 딸아이 헤일리가 준 100년 된 책이었다. 나는 역사를 추적하며 ‘비밀’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톤, 셰익스피어, 뉴턴, 위고, 베토벤, 링컨, 에머슨, 에디슨, 아인슈타인.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물들이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니.(이하 생략)”
독자들도 놀랄 것이다. 아니 어떤 비밀이기에,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나라에 살던 많은 위인들이 똑같은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대체 그 비밀은 무엇일까.
번이 밝혀낸 비밀은 어찌 보면 비밀이 아니다. 잔뜩 기대했는데, 맥이 빠지는가. 그럴 이유는 없다. 비밀은 아닌데 그게 진짜 비밀이다. 생각해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게는 수많은 교훈이 주어졌다. 그 중에는 사람들이 실천하는 교훈도 있고 그렇지 못한 교훈도 있다. 분명 뼈와 살이 되는 영양분임에도 그저 흘려 들어 섭취하지 못하는 교훈이 있는 것이다.
번은 서로 다른 현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한 교훈에서 한 가지 일관된 공통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인데, 저자 번은 이를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정리했다. 물론 그녀에게 비밀을 말해준 당대의 선각자들도 법칙의 명명에 대해 동의한다.
‘시크릿’은 232페이지의 분량을 초지일관 이 법칙을 풀어내고 설명하고 예시하는 데 몽땅 할애하고 있다. 매우 다양한 정의와 사례가 나오지만 모두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압축된다.
그렇다면 대체 ‘끌어당김의 법칙’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존 아사라프는 이렇게 말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바라보는 가장 쉬운 관점은, 나 자신을 자석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자석은 물체를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저자 번은 책의 초두에서 이 법칙을 더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당신이 끌어당긴 것이다. 당신이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들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마음에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지, 바로 그것이 당신에게 끌려오게 된다.”
낯설지 않은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배워 거의 100% 잊지 않고 살아가는 과학적 명제를 떠올려 보라. 바로 만유인력(萬有引力ㆍUniversal Gravitation) 말이다.
뉴턴이 1665년 발견하고 아인슈타인이 1915년 그 원인을 일반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밝혀낸 만유인력은 ‘우주의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이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정신적 적용’을 통한 ‘실체(實體)적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의 생각과 감정, 의지 등이 그에 해당하는 어떤 현상을 실체화한다는 뜻이다.
6년 전 한국의 여름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군 월드컵을 한 번 기억해보자. 그 때 붉은 악마의 슬로건이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의 ‘4강 다짐’과 온 국민의 ‘염원’이 말 그대로 꿈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과학적 증명은 불가능하지만 그 때 그 열망과 의지가 4강신화를 창조했던 것은 분명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의 요체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사람의 ‘생각’은 우주에 그 내용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날리고 그 주파수를 접수한 우주는 이를 ‘현실’로 구현해준다는 것이다.
언뜻 황당한 궤변 같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늘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항상 긍정적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단순명료한 비밀에 많은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크릿’은 2006년 말 미국에서 출간돼 최단 기간 500만 부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무명의 저자 론다 번은 단숨에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의 독자들도 ‘시크릿’에 열광하고 있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한 명의 독자가 또 다른 독자에게 권하는 입소문 방식으로 퍼져나가 부지불식 중에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후 9월 첫 주에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처음 오른 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딱 2주만 1위를 내준 것을 빼고 19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그 여세로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들이 선정하는 ‘2007년 올해의 책’에 수 차례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크릿’의 주 독자층이 젊은 층이라는 점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시크릿’을 구매하는 독자 중 20~30대가 74%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자기계발서가 통상 남성들에게 많이 팔려나가는 흐름과 달리 여성들의 구매 비율이 54%로 좀 더 높게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시크릿’ 신드롬의 비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임수정 예스24 마케팅팀 파트장은 “성공과 행복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현대인에게 부와 성공과 행복 등이 특정인에게만 허락된 행운이 아니라 누구든지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호응을 얻어낸 바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긍정’의 키워드가 2007년 ‘시크릿’을 통해 보다 폭 넓은 독자와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보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시크릿’ 돌풍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미국인이 ‘시크릿’에 빠진 것은 9ㆍ11테러 이후 서양문명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많이 약해져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한 흐름과 관련이 있으며, 국내에서 젊은이들이 ‘시크릿’에 몰입하는 이유는 ‘88만 원’ 세대로 불릴 만큼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에 대한 탈출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크릿’을 읽은 독자들은 과연 삶의 비밀을 얻어냈을까. 놀라운 것은 실제 상당수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난 뒤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이준석(가명ㆍ38) 씨는 “동양사상에 심취한 친구로부터 모든 심오한 사상의 완결판이라며 선물을 받았는데 책을 읽고 난 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실제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또 이를 믿으니까 놀랍게도 현실이 달라졌다. 인생을 ‘선택 당하며’ 사는 게 아니라 ‘선택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작가로 활동 중인 나성미(가명ㆍ32) 씨는 “지인의 소개로 ‘시크릿’을 접했는데 처음에는 좋은 말만 짜깁기한 허접한 책으로 판단했지만 읽을수록 그 비밀에 빨려 드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은 내게 성경이나 다름없다.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다시 읽으며 ‘시크릿’의 비밀을 곱씹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론다 번은 “인생을 창조할 모든 힘을, 당신은 다름아닌 ‘지금’ 사용할 수 있다”고 충심어린 조언을 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원하는 것을 ‘찾고’, 그 소원이 이미 이뤄졌다고 ‘믿고’, 마지막으로는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느끼기’다. 이 3가지가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다.


 


■ "독자들 입소문이 베스트셀러 만든 일등공신이죠"
인터뷰 살림출판사 강훈 기획주간


2007년 초가을 독서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지금껏 베스트셀러 1위로 롱런하고 있는 '시크릿' 신드롬의 애초 진원지는 미국이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살림출판사 측은 은근히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대박'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시크릿' 돌풍은 다소 뜻밖이며 또한 강력하다. 강훈 기획주간으로부터 '시크릿' 출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크릿을 국내 번역 출간하기로 기획한 동기는.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한국의 여러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원서를 받아보기 전에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는 완전히 매료됐다. '이거다' 싶더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문장들과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결국 판권을 따낼 수 있었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고 하던데.
"미국에서 2006년 11월말에 출간됐는데 그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소개된 후에는 판매가 더욱 증가했다. 방송 후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오프라 윈프리 쇼'는 이례적으로 바로 다음 주에 '시크릿, 그 거대한 반응'이란 제목으로 2차 특집방송을 내보냈을 정도다. 당시 출판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해리포터' 마지막 편보다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면서 시크릿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불리며 경이적인 판매기록 행진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는지.
"솔직히 베스트셀러가 되리라 기대는 했어도 이만큼 반응이 폭발적일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30만부를 1차 판매목표로 설정하고도 예상이 어긋나면 어쩌나 하며 마음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있었다. 독자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시크릿이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과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시크릿은 광고나 홍보에 의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독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소망을 이루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찾아 나서도록 해주는 책 내용이 원동력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성공하고 싶다는 나름의 절박함도 갖고 있다. 시크릿의 성공 비결이라면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 삶의 원동력을 찾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책에서 느낀 감동과 용기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독자들의 정성이 아닐까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독자들의 입소문이 일등 공신인 셈이다."
-책의 디자인, 편집 방식도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어판은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제목에서도 비밀스러움이 느껴지지만 표지와 본문 디자인에서도 이런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킨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신비로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붉은색 시크릿 인장, 고풍스러운 색채와 손글씨, 다양한 문양들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을 것이다."
-시크릿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비밀'과 그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크릿에는 인생의 많은 비밀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분에 강조점을 두게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항상 감사하라', '소원을 마음에 그려라' 등등. 개인적으로는 그것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가 아닐까 한다. 마음을 닫고 들으면 "늘 하는 피상적인 소리 아니야" 하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무언가를 갈망해봤던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경험해봤던 사람들은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의 의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였을까'라는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그래, 다시 한번 해봐야지'라는 용기를 심어주는 게 바로 시크릿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달빛푸른고개 2008-02-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본문이 잘리는 걸 어떻게 방지할지... 쩝!

마노아 2008-02-0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구성을 3단이 아니라 2단으로 쓰시면 본문 너비가 넓어져요~

달빛푸른고개 2008-02-0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꾸벅.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21)영국 웨일스 헤이 온 와이
입력: 2008년 02월 01일 17:33:58
ㆍ책마을 제국의 성채, 마음은 갈 곳 모르고…

마을에서 택시를 내리자마자 비바람을 피해 아무 집이나 뛰어들었다. 대낮인데도 전등을 켠 침침한 실내에서 카운터를 지키는 할머니의 인사를 받기도 전에 거대한 곰 인형과 마주쳤다. 조막만한 사자와 토끼 인형들도 드럼통을 채웠다. 층층이 쌓인 상상의 도시와 인물이 뒤엉킨 퍼즐그림상자들은 백화점 코너를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다. 동화책과 퍼즐만을 취급하는 집이다. 잠시 빗방울을 털며 걸리버가 있나 찾아보았지만 허사였다.

부스 캐슬의 안뜰에서 내다본 마을 거리의 표정.

빗줄기가 잦아든 틈을 타 길 건너 종탑 밑 카페로 건너갔다. 문을 잡아당기자 울리는 종소리에 묻혀 바짝 구운 머핀의 고소한 탄내가 밀려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장작 냄새도 뒤섞여왔다. 그 옆에서 노인이 책을 읽고 있었다. 다리가 짧은 강아지가 바닥을 주름잡고 있는 사이, 두툼한 나무 탁자 뒤로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아주머니 둘이 과자 반죽을 하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창밖을 내다보니 꽤 먼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다. 유로를 쓰다가 파운드를 쓰니 그렇고, 지도상으로는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도 열차의 계속되는 연착과 갈아타기 때문에도 그랬지만, 이 고장 사람들의 억양과 발음 때문이기도 했다.

표기는 사전을 따르고 있을망정 입에 올릴 때만큼은 어떤 표준어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네 모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존경스러웠다. 곳곳에 병기된 웨일스어뿐만 아니다. 풍경까지 프랑스의 브르타뉴와 아주 흡사했다. 상수리나무와 겨울에도 촉촉하고 푸른 잔디와 키 작은 돌집, 물가에 늘어진 관목, 양떼들 곁에서 우아하게 거니는 조랑말이 그려내는 전원이다. 습지와 개울이 더욱 흘러넘치는 점만 다르다고 할까? 또 다른 점이 없지는 않다. 칙칙한 길가에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고어스‘라는 가시금작화는 유난히 애틋한 방점을 찍어나가며 풍경에 정감을 더한다.

부스 서점에 수집해 놓은 픽처 포스트 화보신문.

비비람이 잔잔해져 밖으로 나오자 행인마다 애견을 동반하고 다닌다. 코요테를 닮은 커다란 놈부터 뒤뚱대는 테리어 종과 코코스파니엘, 달마시안 등 별의 별 개들이 다 활개를 치지만, 주둥이를 봉하지 않은 채 끌려 다니는 불독은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아무튼 짐승과 다정하게 지내는 주민의 사랑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찻잔이나 접시에서 늘 개털에 놀라게 되는 부산한 긴장을 풀 수 없다는 점이다.

마을 어디에서나 높이 올려다 보이는 성채는 문고판 추리소설의 표지를 장식하는 다 허물어지다시피한 망루였다. 사진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성문의 안뜰로 들어서자 시즌이 아닌지라 텅 빈 서가들이 벽에 기대서 있고, 버려진 책 몇 권이 비를 맞고 있다. 마을 아래로 흐르는 와이 강을 바라보면서 성채 주변에서 좌우로, 지그재그로 펼쳐지는 골목으로 한두 집 서점, 그 다음은 옷가게나 상점, 그 다음 집은 ‘팝’, 그 다음은 ‘비 앤 비‘ 민박집, 그 이웃은 다시 서점… 그런 식이다. 이렇게 반경 200여 안에 서른 군데 가까운 서점이 빼곡하다.

영국 풍경화집의 훌륭한 디자인을 보여준 존 컨스타블의 화집이 보인다.

1962년에 리처드 부스의 주도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나선 뒤로 그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높여온 이 책의 왕국은 책을 주제로 한 관광촌의 전형이 되었다. 방문객은 봄가을의 축제와 성수기에 비해 겨울에는 거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러나 겨울에 찾는 사람들이 더 진지한 고객이고, 우편 판매의 비중이 크니까 계절의 차이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한다. 성채와 별도로 ‘마켓 스트리트’ 골목에 자리 잡은 부스가 창업했던 가게는 검은 철골과 목조로 틀을 삼고 박공을 올려 언뜻 보기에는 파리, 바스티유에 있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매장의 축소판이다. 지상 3층과 지하를 합쳐 40만 권을 수용한다는 자랑처럼 연면적이 300평은 넘어 보였다.

구석방을 찾아들자 발송을 전담하는 방에 포장용 상자가 그득하다. 천장 밑에 붙여 놓은 세계지도가 그 제국적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한 모퉁이에 사진화보 ‘픽처 포스트’지가 연대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부스의 손에서 얼마나 더 고평가될지 아무도 알 수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 왕은 출타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말리의 팀부쿠 마을에 제2의 책마을을 조성하면서 더욱 활동 폭을 넓히느라 분주하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말리는 대통령과 측근이 문화부흥에 적극적이어서 최근 미술과 사진 분야에서 괄목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이 영화와 스포츠에서 약진하는 것을 만회하려는 정책이다. 이 주역들이 주로 친 프랑스 계열인 불어권 나라인데 그 틈으로 파고들어간 부스의 수완이 대단하다. 사하라 이남의 영어권 시장을 겨냥한 전초기지로서 삼았을 법하다. 어쨌든 그가 말리의 문화적 역동성과 젊은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부스는 세계지도상에서 책마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만큼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 조만간 만나게 되지 않을까.

1층과 2층은 역사와 문학, 학술서 코너가, 지하층은 가벼운 읽을거리가 차지한다. 다니엘 데포, 스티븐슨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소년시절을 사로잡았던 걸작이 수북하고, 리처드슨처럼 고전적인 작가의 원본은 입을 딱 벌어지게 할 만큼 값이 나간다. 그러나 최근에 발간된 역사서들도 8·9판을 넘겨 찍으며 반세기 넘게 속간되었고, 보수적인 고전과 나란히 진보 성향의 신식민주의를 다룬 서적도 여러 판을 거듭하는 모습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시아·아프리카 지식인들이 쓴 수많은 ‘영어책’을 탐독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더욱 흥분할 만하지 않았을까. 검소한 형태로 빼어난 기록문학과 사진의 새 차원을 연 펭귄 사의 정기간행물 ‘그란타’의 과월호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책갈피 속에서도 아시아·아프리카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완곡하게 세련된 냉소와 방관자의 시선은 여전하다. 선정성이 어느덧 사진의 본질 비슷해진 탓은 아닐까.


양서점’의 올리브 쿠크.
그런데 워낙 명성이 대단해서 그럴까, 아니면 유통이 활발해서 물건이 즉시 빠지기 때문일까. 적어도 미술사나 화집, 앨범 같은 것은 의외로 썰렁하다. 너무나 중쇄를 거듭한 나머지 어느 집에서나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흔해져버린 파이돈 출판사 등에서 펴낸 대중적 역사서들이 간간이 보일 뿐이다. 물론 5세대를 이어온 롱맨 출판사가 예전에 발간한 책들도 풍부하다. 1869년 윌리엄 롱맨이 지은 ‘성 바울에 바친 런던의 대성당 3채’처럼 독창적인 책도 보인다.

스페인 내전에서 6·25전쟁에 이르는 냉전기에 현장 속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살았던 체험담은 지금은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때로는 스파이와 변절자로, 때로는 영원한 추방자로 갈팡질팡하면서 질곡 속에 살면서도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이념을 넘어 실패와 좌절과 자기부정의 쓰라림에서 나온 인간적 기록이다. 특이한 형태로 운영되던 독자 연합에서 펴낸 책자에서 이런 증언이 풍부하다. 하지만 1940년에 나치의 런던 대공습과 나란히, 동구권에서 독어를 사용하던 유대인 집단이 영국 출판계에 대거 정착하면서 출판의 지형도 급격히 바뀌었고 혼란스레 판권이 이동하고 음모와 계략도 넘쳤다.

이 전후 혈투의 시대에 살아남은 출판사들은 이미 18세기부터도 끔찍한 환경이던 영국 출판계를 더욱 각박하고 비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살아남은 자의 미소는 파렴치한 술수를 감추는 씁쓸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들 또한 기존에 잘 나가던 출판사에서 펴낸 고전적 번역서, 즉 네덜란드어·불어·독어판을 해적질하다시피 제목을 바뀌고 역자를 바꾸어 다시 내곤 했고, 여기에 맞서 미국의 대학출판부 등에서 새 번역판을 내놓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대중성이 높은 르네상스를 둘러싼 인물전기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더 헤이 북 컴퍼니에서는 쪽문으로 통하는 창고에서 골동품도 함께 취급한다.

이런 대형 출판사가 일찍부터 인도의 잉크, 홍콩의 노동력 등으로 경영을 국제화하고서 지식산업의 꽃이라는 출판시장을 쥐고 흔들게 되면서 우리의 출판사와 독자 또한 적지 않게 예속된 꼴이다. 잘 찾아보면 적은 저작권료를 내고도 펴낼 수 있는 것을 대형이나 권위에 주눅이 들고 또 경쟁심에 휘말려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서점별로 취급하는 장르의 차이가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도매서적상이 있고 제본소와 레코드 전문점이 있는 점은 특이하다. 그 중에서 성채의 뒤안길에 박혀 있는 ‘마리야나 드보르스키’ 서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백 종의 언어를 다룬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영화책 방 문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책방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과연 크다. 하지만 거창한 스타를 내세운 화보집은 덤핑물이 대부분이고 알짜배기야 이미 런던의 고서적상 등으로 팔려나갔을지 모른다.


추리소설의 명작들을 고루 갖춘 ‘머더 앤 메이험’ 서점. 수수께끼 같은 실내장식 사이로 아가사 크리스티, 파트리샤 하이스미스 등의 추리물이 넘친다.
리처드 부스 폐하의 성전 앞 모퉁이에 도전장을 낸 듯 작은 ‘양서점(良書店)’이 짭짤하다. 주인은 쾌활하고 잘 생긴 토박이 청년 올리브 쿠크. 올리브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책방 사이에서 뛰놀며 컸기 때문에 그의 꿈이었던 지금 생활에 대만족이다. 미래에 대해서는 완전히 낙관했다. 대륙의 마을들을 돌아보며 ‘왕’(부스)의 비리 소문을 챙겼노라고 그의 장기집권에 들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지자, 대관식에 초청하겠노라고 응수하는 표정이 귀여웠다. 이 집 창가에 멋진 책 한 권이 나와 있었다. 화가 존 컨스타블의 ‘영국 풍경화첩’이다. 한 세기 이상 출판사들이 다양한 이본을 펴내며 그의 그림과 일기와 편지로서 또 다른 걸작을 빚어내려 고심한 결과였다.

이탈리아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수천 년간 천하를 덮었던 신화를 벗겨내고서, 쟁기로 밭을 가는 사람이 사는 자연으로 돌아왔던 컨스타블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우마와 양떼, 거위, 물고기와 더불어 사는 당대인을 그렸다. 이렇게 사람이 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화가가 그린 비취빛 하늘과 황토를 앞에 두고서 출판사들이 흙탕물을 끼얹곤 했던 것은 당연지사 아닐까. 1985년 존 머레이 출판사 판의 시원한 판형에 본문을 3단으로 짠, 실용적인 영국인의 기질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이 책은 그 디자인에 저작권을 붙였다는 점에서도 기억할 만한 사건이 되었다.


어쨌든 출판관광으로 완전히 자족하는 이 마을에서 보낸 하루는 아주 잘 짜인 한 편의 ‘트릭’속에 빠졌던 날이었다. 마주치던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맞잡으며, “헤이 온 와이를 즐기고 가시게”라고 덕담을 던지곤 했다. 제법 그럴싸한 책을 진열장에 내세운 ‘더 북숍’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어정대고 있자니 점심을 차려주었던 식당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한 마디 던졌는데 그 참 걸작이었다. “아니 여기서 돈 다 쓰고 갈 참이구려!”

〈 글·사진 정진국 | 미술평론가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달빛푸른고개 2008-02-0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도서 <헌책방마을 헤이 온 와이>, (원저, 1999), 씨앗을뿌리는사람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370311

소나무집 2008-02-0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 이 책을 읽고는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파란여우 2008-02-0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헌책방 거리를 도시 재개발이라는 이유로 밀어 버리는 것은 너무 슬픕니다.
지하철 간이서점도 없어진다는군요.
다른 나라의 책문화 소식을 접하다보면 정말 우리에겐 '돈' 밖에 없나 합니다.
알라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인데 늦게 알게 되었군요.
종종, 마실 와서 호들갑떨지 않고 놀다가겠습니다.

달빛푸른고개 2008-02-0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월 서강 근처 폐교를 빌려 관의 지원 없이 책박물관을 열고 계신 박대헌 관장님이 생각나는군요. 그리고는 인사동과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헌책방들, 그리고 이와 연관된 최종규님의 몇몇 저서들...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
 

책 안읽는 어른, 자녀엔 전집 안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07년도 출판 통계’는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자녀에게만 책 읽기를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 발간된 신간도서는 총 4만1094종, 1억3259만3119부로 2006년에 비해 발행 종수에선 9.7% 줄고 발행 부수는 17.1% 늘어났다. 신간 현황을 보면 아동도서가 5674만부로 168.9% 늘어났다. 전체 신간의 절반으로서 그 증가율은 전체 증가율의 10배 가까우며 그처럼 늘어나게 한 동인은 홈쇼핑 판매 확대와 전집 등 방문 판매의 활성화라고 한다. 그에 비해 어른을 대상으로 한 순수과학·기술과학·예술·어학·역사 분야의 도서는 23.8~48.7% 감소했다. 발행 종수는 더 크게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전집류 등을 떠안기다시피 해온 것이다.

출판시장의 왜곡을 이렇듯 심화시킨 가장 큰 원인은 어른들이 점점 책을 멀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출판계 안팎의 일치된 분석이다. 1년에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국민이 4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2006년 가구별 도서구입비는 월 7631원에 그쳐 외식비의 5%에도 미치지 않는다(통계청). 독서 시간도 TV시청의 4분의 1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곧 리더라는 독서 캠페인 ‘리더스 아 리더스(Readers are Leaders)’를 펼쳐온 문화일보는 갈수록 황량해지는 독서문화를 안타까이 여기며,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그 시리즈를 통해 “이제 책을 읽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 기대섞인 지적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본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출판의 과거·현재·미래를 세계 출판인들과 함께하는 책문화 축제의 장으로 준비 중인 5월12~15일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의 주제가 책을 통해 세계가 공존한다는 의미의 ‘책의 길, 공존의 길’이듯, 우리 역시 책을 통해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는 ‘독서 한국’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기사 게재 일자 2008-02-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출판 철학 '빈곤'… 아동·번역서만 '비만'
2007년 출판 통계
논술 영향 아동 서적 168% 폭증
종교·과학書는 전년의 절반 수준 출판 불황·젊은층 독서기피 심화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Url 복사하기
스크랩하기
블로그담기






◆출판 철학의 빈곤, 종교·과학서 급감

한국은 아동서와 번역서가 출판시장을 주도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가 1일 발표한 '2007년 출판 통계'는 출판계의 이런 현실을 재확인해 준다. 아동서는 168%가 증가한 반면 종교·과학 서적의 신간 발행부수는 무려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문화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널뛰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판가 일각에선 "부모세대가 입시 압박감을 대물림해 도서시장의 '아동 비만'을 낳고 있다"거나 "빈곤한 출판 철학이 번역물을 범람시키고 지식 경쟁력을 죽이고 있다"며 우려한다.

출판협회가 지난해 국립도서관·문화관광부·국회도서관 등에 납본한 도서자료 집계 결과, 지난해 발간된 신간 도서는 모두 4만1094종, 1억3250만3119부로, 2006년에 비해 발행 종수는 9.7% 감소했으나 전체 발행부수는 17.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아동 분야의 발행부수는 5674만7059부로 전체의 50.16%나 됐고, 만화(15.99%) 문학(15.31%) 학습참고서(11.85%) 사회과학(8.22%) 분야 도서 순으로 발행부수가 많았다.

아동도서의 신간 부수는 전년보다 168.9%, 철학 분야는 25.3% 늘었다. 반면 이 두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의 신간 발행부수가 전년보다 하락한 가운데, 종교(-54.2%) 순수과학(-48.7%) 기술과학(-27.3%)은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아동서의 폭발적인 증가도 문제이고, 종교서·과학서의 급감도 문제다.







▲ 지난해 6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어린이들이 아동도서를 구경하고 있다. 국내 출판시장에서 아동서와 번역서 비중은 높아진 반면 종교·과학서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특정 쏠림 현상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방해

출판협회는 "386 세대가 자녀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홈쇼핑·방문을 통한 전집 판매 등이 확대돼 아동서 강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초판 납본 통계만으로 전체 출판시장 동향을 읽을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출판 경기 불황과 젊은층의 독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종교·과학 분야의 신간 부수 발행 급감은 뜻밖이다. 기독교 서적을 내는 규장의 김응국 편집장은 "특정 도서에 대한 독자의 쏠림과, 불경기에 타격을 입은 중·하위권 출판사들의 출간 부진에 따른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과학도서 출판사인 사이언스 북스 노의성 편집장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양과학 도서 시장에 2006년 출판사들이 대거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자연도태가 이뤄진 결과가 이듬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란 전반적 흐름이 계속되고 있었고, 이전에도 정권 교체기나 올림픽 같은 큰 이슈가 있는 해에 발행부수가 현저히 떨어지곤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괜찮아질 것이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국내 아동서 시장, 비정상 비대

한편, 전체 발행종수 중 번역서의 비중은 2006년과 비슷한 23.1%로 여전히 높았다. 번역서 중 아동서가 2811종으로 가장 많았고, 만화(2646종) 문학(2349종) 사회과학(1433종)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일본(4544종) 미국(3753종) 영국(970종) 프랑스(775종) 독일(681종) 중국(350종) 순이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아동 도서시장은 성인 시장과 비교해도, 외국과 비교해도, 모두 비정상으로 비대하다"면서 "독서 교육이 책 읽는 습관을 일찍 길러줄 수는 있지만 대입 논술 같은 강박감 때문이라면 책 읽는 즐거움으로 이어질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출판시장을 주도하는 학습참고서·아동서는 일본의 경우 판매량 측면에서 하위권이며, 일본처럼 문고본을 활성화해 성인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덧붙였다.

외국서적 번역판이 전체 종수의 4분의 1, 베스트 셀러 목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역량 있는 국내 필자를 발굴하는 대신 쉬운 번역서를 택해 외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저자들의 저서를 주로 내는 휴머니스트 선완규 주간은 "우리도 시장을 국내에 국한해서는 안 되고 장기적 안목으로 우리의 지식과 가치에 기반한 유능한 필자를 외국 시장에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2.04 00: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