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하게 하소서

10월에는 죽은 者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소서.

돌아오지 않게 죽어서

우리에게 다른 우리로 가는 고통을

없게 하소서.

골목에서 우리가 다른 우리로 가는 소리가

우리의 짧은 잠을 깨우고

창문을 깨우고 이슬을 깨우고 달빛을 깨우고

마지막에는 밤과 하늘까지 깨우는 소리가

되지 않게 하소서.

 

10월에는 산 者들이 홀로

사색하며 잠들며 그 사색의

편협한 小路와 의견을

만나게 하소서.

小路에서 그리고 방구석에서

10월에 죽을 者와 친하고 10월에

죽을 者와 농담할 여유가 생긴 사람은

龍山이나 光化門에서

나와 소주 한잔 하게 하소서.

 

- 오규원,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문학과지성사, 1981)

; 그 때 그 시절의 시인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은 개인의 몫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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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난 뒤의 팬티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읍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와져도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 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者도 아닌 죽은 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문학과지성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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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죽음은 버스를 타러가다가

걷기가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나는 할 일이 많아

죽음은 쉽게

택시를 탄 이유를 찾았다

 

죽음은 일을 하다가 일보다

우선 한잔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기 전에 우선 한잔 하고

한잔 하다가 취하면

내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무슨 충신이라고

죽음은 쉽게

내일 생각해보기로 한 이유를 찾았다

 

술을 한잔 하다가 죽음은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것도

귀찮아서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생각도

그만두기로 했다

 

술이 약간 된 죽음은

집에 와서 TV를 켜놓고

내일은 주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제일이지 ---

죽음은 자기 말에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그래, 신문에도 그렇게 났었지

하고 중얼거렸다

 

오규원,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문학과지성사. 1981)

 

; 수목장이 있던 날, 혼자 소주 한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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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자 손바닥에 손톱으로 마지막 시를 쓰고 떠나다
  • 타계한 故오규원 시인
    우리詩壇 언어탐구의 거목 20년간 서울예대 교수 재직
    젊은 시인·소설가에 큰 영향
  •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시인은 의식이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썼다. 지난 2일 폐질환으로 타계한 오규원 시인(1941~2007)이 병상에서 제목이 없는 4행시 한 편을 남겼다. 오 시인이 가르쳤던 서울예대 문창과 출신 문인들은 4일 “지난 1월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선생님이 손톱으로 마지막 시를 쓰셨다”고 전했다.

      당시 의식을 잃기 직전 상태였던 오 시인은 간병 중이던 제자 시인 이원씨의 손바닥을 찾았다. 그러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손톱으로 제자의 손바닥에 시를 한 자 한 자 새겼다. “선생님은 처음 3행을 썼다가 한참 시간을 들인 뒤 마지막 한 행을 썼다”고 제자는 전했다. 스승의 빈소에 모인 제자들은 “마지막 시구는 2연의 첫 행일지도 모르지만, 4행을 한 편의 시로 편집하자”고 뜻을 모았다.

    • 고 오규원 시인.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고 쓴 시인의 장례식은 5일 오후 2시 강화도 전등사에서 수목장으로 진행된다. 제자인 이창기 시인은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기 전까지 유골을 화장해달라고만 말씀하셨는데, 수목장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유족들이 결정한 것”이라며 “선생님의 시가 마치 사후의 일까지 내다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오규원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언어 탐구의 거목이었다. 초기시에서부터 ‘추상의 나뭇가지에 살고 있는 언어’(시 ‘몇 개의 현상’ 부분)를 탐구했던 그는 결국 나무 아래에 묻혀 영면을 취한다. 그는 ‘사랑의 기교’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등의 시집과 ‘현실과 극기’ 등의 시론집을 통해 시적 언어의 투명성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서 독특한 시세계를 일궜다. 또한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1982~2002)를 지내면서 수많은 제자 문인들을 키웠다. 80년대 이후 시단에 진출한 양선희 박형준 윤희상 장석남 함민복 이병률씨 등 젊은 시인들을 지도했을 뿐 아니라 소설가 신경숙 하성란 조경란 강인숙 천운영씨 등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규원 시인은 말년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희귀병을 앓으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공기가 맑은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에 칩거하던 그는 지난 2005년 9번째이자 마지막 개인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를 펴내면서 ‘날(生) 이미지 시’를 제창했다. “존재의 현상 그 자체를 언어화하자는 것”이라고 ‘날 이미지 시’론을 설명했던 그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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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itournelle > * 올해의 출판 트렌드 #2: 2006년 베스트셀러 열전

    * 지난 번 2006년의 트렌드를 이끈 핵심적 키워드 14개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를 소개해 볼까 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종합 베스트 셀러 20권 중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물론 8위에 랭크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영화로 본적은 있지만 말이다.

    1. 종합 베스트 셀러: 마시멜로와 '우행시'의 날갯짓

     * 선정위원들은 인터넷 서점의 판매부수를 통해 올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서적으로 {마시멜로 이야기}를 꼽았다. 하지만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의 대리 번역문제가 불거지면서 씁쓸한 뒷 맛을 남긴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셀러 2위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2005년 베스트 셀러에 들었다가 이번에 동명 타이틀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다시 베스트 셀러가 된 경우이다. 그밖에 3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긍정의 힘}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정도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우리 집에 책이 있기 때문이고(* 물론 나는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뭐 혹 읽을 날이 있겠지만 말이다) 후자는 평소 '한비야'라는 인물이 지닌 역동성과 진취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2. 분야별 베스트 셀러: 자기 개발서의 놀라운 힘

    * 선정 위원들은 분야별 베스트 셀러에서는 아무래도 자기 개발서가 많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문학, 인문 및 교양, 비즈니스, 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베스트 셀러는 다음과 같다.

    1)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가 종합 베스트 셀러의 대부분을을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공지영은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에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두 권이나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쥐스킨트의 {향수}는 출간된지 꽤 된 책이지만 이번에 다시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된 경우이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이미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2) 인문/교양 분야 :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글쓰기의 전략}과 신영복의 {강의}이다. 그밖의 책들은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다. 기독교 계의 베스트 셀러인 릭 워렌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삶}은 뭐 큐티 교재로도 사용될 정도니 할말 다했고, {긍정의 힘}은 정말 기독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비판적으로 독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양 분야의 베스트 셀러에 기독교 관련 책들이 3권이나 포진되어 있다. 그것도 1위와 2위, 그리고 5위가 모두 기독교 관련 책들이다. 이건 그 책들이 대중들의 교양수준을 고양할만한 수준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행을 따라서 많은 숫자의 기독교인들이 그 책을 '팔아 준것'에 불과하다.

     

     

     

     

     

     

     

    3)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역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물론 그 책이 최고로 훌륭한 책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는 {마시멜로 이야기}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분야의 상위권에 랭크된 책들이 종합 베스트 셀러에도 동시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유아, 어린이, 청소년 분야 베스트 셀러: 한 해 동안 한자 교육의 열풍이 계속된 것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2. 스테디셀러 열전: 2000년 1월 1일 이전에 출간된 책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책들을 선정위원들은 추천했다. 1위는 {모모}가 차지했다. 선정위원들에 따르면 여성 독자들의 비중이 70%나 돼 그 인기를 실감 할수 있다.  

    1) 스테디셀러 종합순위

     

     

     

     

     

     

      

     

     

     

     

     

     

     

    2) 인문, 교양 분야 스테디셀러: 얼마 전에 완간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참여정부의 문화재청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여전히 애서가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순위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노자의 {도덕경},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장자의 {장자},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문화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의 저서가 스테디셀러라니 정말 의외다) 등이다.

     

     

     

     

     

     

     

     

     

     

     

     

     

     

     

     

    3) 문학 분야 스테디 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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