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하게 하소서

10월에는 죽은 者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소서.

돌아오지 않게 죽어서

우리에게 다른 우리로 가는 고통을

없게 하소서.

골목에서 우리가 다른 우리로 가는 소리가

우리의 짧은 잠을 깨우고

창문을 깨우고 이슬을 깨우고 달빛을 깨우고

마지막에는 밤과 하늘까지 깨우는 소리가

되지 않게 하소서.

 

10월에는 산 者들이 홀로

사색하며 잠들며 그 사색의

편협한 小路와 의견을

만나게 하소서.

小路에서 그리고 방구석에서

10월에 죽을 者와 친하고 10월에

죽을 者와 농담할 여유가 생긴 사람은

龍山이나 光化門에서

나와 소주 한잔 하게 하소서.

 

- 오규원,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문학과지성사, 1981)

; 그 때 그 시절의 시인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은 개인의 몫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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