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도시 내분 격화

이사장 퇴진운동 비화 조짐



이왕구 기자 fab4@hk.co.kr  



파주출판도시내 3개 단체간 내홍이 출판도시의 산파역인 이기웅 파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퇴진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파주출판도시 입주사들의 모임인 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회장ㆍ이건복)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 이사장의 퇴진서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8일 회원사들에 보낸 공문을 통해 협의회가 관리해야할 지체상금(출판도시 입주 지연시 입주예정 업체가 물어야할 일종의 배상금) 4억5,900여만원중 2억4,800만원이 이 이사장의 영향력이 강한 입주기업협동조합을 통해 불법적으로 재단으로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이 이사장의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체상금의 처리권한은 협의회에 있으나 조합측이 협의 없이 이를 일방적으로 재단에 ‘기부’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조합측은 이 지체상금은 조합, 재단, 협의회가 3분의 1씩 사용하기로 돼있다며 지체상금의 용처 결정에 불법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전혀 불법성이 없다. 이와 관련된 회의록을 발췌해 다음주초 출판단지내 출판사들에게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출판도시내 단체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주출판단지 1차 사업이 마무리된 2006년말 상당수 회원사들은 입주기업협의회를 조직했으나, 재단과 조합측이 재단운영과 수입배분 등에서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다며 마찰을 빚어왔다.
급기야 지난 5월 출판단지의 대표 행사인 파주어린이책잔치에는 창비, 사계절, 보리 등 협의회 소속 주요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재단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반발하며 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의 프로그램구성, 출판도시내 영화ㆍ광고촬영에 관한 수입배분 등 여러 현안에서 협의회와 재단ㆍ조합측은 불협화음을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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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8-07-1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주출판도시 입주사들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기웅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우리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회원사들은 지난 해 6월에서 11월까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사업협동조합에서 교보문고의 지체상금을 일부 탕감, 일부 징수해서 그것을 그대로 출판도시문화재단에 기부 처리한 사태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1단계 입주(예정)사들의 재산이자 채권인 지체상금을 조합과 재단에서 입주사들의 대표기구인 협의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주거니받거니 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그 사실을 지난 4월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 반년 이상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이 출판도시에서 이미 도의가 땅에 떨어진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드러난 사태를 놓고 법률상의 배임, 횡령의 죄를 따지기에 앞서서 이 사태의 근본원인이 재단 이사장과 조합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기웅씨의 독단과 전횡에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고 지원과 1단계 입주사들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재단이 지난 4년여 동안 마치 이사장의 전유물처럼 운영되면서 엄청난 부실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입주사들의 대표기구인 협의회와 수많은 마찰을 빚어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 3월 13일 이기웅씨가 자리를 피한 '출판도시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모두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기웅씨는 자신의 독단적 경영에서 기인한 부실을 조금이라도 은폐하고 책임을 모면해보고자 재단과 조합이라는 두 기관의 장을 겸하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지금까지 협의회와 재단 사이의 여러가지 갈등적 현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단계 사업의 순탄한 진행과 출판도시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기다릴 것은 기다리면서 이기웅씨를 설득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내하고 양보하고 기다릴수록 이기웅씨의 독선적 태도는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교보문고 지체상금 건에서 드러났다고 봅니다. 우리의 인내와 기다림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우리는 지난 6월 23일 협의회 긴급이사회에서 결의한 재단 이사장 퇴진 요구를 확인하고 지지함을 밝히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밝혀둡니다. 이기웅씨는 교보문고의 지체상금을 비롯해서 절차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징수, 처리한 1단계 입주사들의 모든 재산과 채권을 협의회에 귀속시켜놓고, 출판도시문화재단의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 어떠한 지위와 자격으로든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2단계 사업에 전념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만이 파주출판도시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길이자 이번 사태가 자칫 민형사상의 법적인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기웅씨로서도 지금까지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자신의 공로가 있다면 그 공로를 훼손시키지 않고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7월
(사)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회원사 일동


** 쯧쯧...
 


억! 억! 소리나는 번역서 몸값

'마지막 강의' 先인세 6억원 넘어서
"한국 출판시장 외국社봉으로 전락"




이왕구 기자 fab4@hk.co.kr  






 



번역서에 대한 판권경쟁이 가열되면서 일종의 계약금인 선(先)인세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출간된 <마지막 강의>의 선인세가 64만 달러(약 6억4,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최고가로 알려진 <에너지 버스>(2007년)의 20만 달러(추정액)를 크게 상회하는 액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최고 1만5,000만 달러 수준이던 번역서 선인세는 2005년 <마시멜로 이야기>가 10만 달러를 넘으면서 껑충 뛰기 시작했다. 이후 <다빈치코드>와 <에너지 버스> 등 영ㆍ미 메이저출판사들이 적극 홍보하는 블록버스터급 서적들이 20만 달러선을 돌파했으며, <마지막 강의>는 이를 3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출판사들이 고만고만한 책들에 대한 분산투자 대신 ‘대박’을 낼만한 책 한 권에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강의>의 경우 10여개의 국내 대형출판사들이 입찰에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들의 판권경쟁은 국부유출 논란과 함께 중소출판사를 고사시켜 장기적으로는 독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랜덤하우스와 같은 외국자본과 웅진 같은 대기업의 ‘돈놓고 돈먹기 식’의 전략이 확산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출판시장은 이미 외국 출판사들의 ‘봉’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출판시장이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일본에서도 선인세가 1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국내 1급 작가의 경우에도 선인세는 5,000만~1억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영ㆍ미권 자기계발서는 물론이고 인문ㆍ교양ㆍ학술서적, 유럽서적을 가리지 않고 선인세가 크게 높아졌다. 8년째 번역에이전시를 운영중인 A(51)씨는 “통상 200만원 정도에 계약을 맺던 프랑스 인문출판사가 다국적기업 관련 비판서를 1,000만원 이상으로 계약할 출판사를 찾아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인기를 얻고있는 독일어 자기계발서인 <파블로 이야기>의 선인세도 1,500만원(추정)이상으로, 3년 전에 비해 3,4배 가량 올랐다. 500만원 수준이던 철학입문서는 2,000만원선으로, 250만~300만원 수준이던 과학교양서도 1,000만원 선으로 뛰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중인 B(38)씨는 제작비 이외의 부대비용의 증가로 인한 소규모 출판사의 고사를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서점의 배너광고 점령, 대형서점 주요 매대 책 배치 등 대형출판사들의 물량 공세가 커지면서 작은 출판사책들이 책을 알릴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사들이 외국 출판사에 지급한 선인세만큼 국내 필자들을 키우는 데 투자해봤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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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사람들의 기억에서 먹거리만큼 오감을 갖춘 것이 또 있을까? 더군다나 그 기억을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글을 통해서 확인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본문 가운데 작가도 밝혔듯이 그 대상에 속하는 먹거리들 가운데 일부는 '옛맛'을 재현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러한 기억을 문장으로나마 생생하게 엮어낸 글모음은 비록 살아온 내력은 다를지라도 많은 이들의 기억을 온전히 재배치하는 역할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글맛이 생생히 살아있는 아래 '밑줄긋기'의 인용문들을 보시라)

** 각 꼭지의 서두에 마치 잡지 기사에서처럼 중요한 대목을 강조하여 따로 뽑아낸 듯한 문장을 배치하였는데, 본문과 구별이 되지 않으니 읽다가 그 문장이 재차 나오면 '턱 걸리는' 느낌. 그리고 158쪽 마지막행 '얻어다 싶었다.' -> '~ 심었다.'가 맞겠지요. 159쪽도 점검하시길... 210쪽 '고들빼기'와 '꼬들빼기' 어느 쪽으로라도 일관성이 있었으면...

- 뒷산 매바위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고 내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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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구판절판


봄에서 여름 그리고 햅쌀이 나올 때까지는 그야말로 집 안에 쌀 한 톨이 없었다. 어쩌다 제사나 생일날만 빠꼼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쌀들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쌀이 얼굴을 내밀 때는 늘 조신하게 몸을 숨기던 보리가 이제는 당당히 주인노릇을 할 바로 그때인 것이다. 아침에는 주로 감자를 넣은 보리밥을 해 먹었다. 그래야 부드러운 감자 힘을 받아 푸실한 보리밥을 목구멍에 넘길 수가 있었으므로. 보리밥에 감자 대신 돈부를 넣어 먹기도 하였다. 포근포근한 붉은 돈부가 점점이 박힌 보리밥. 그럴 때 아직 목구멍이 여물지 않은 어린애들은 보리는 다 밀쳐두고 돈부만 골라 먹기 십상이었다. -46쪽

엄마들은 떫은 감들을 뜨듯한 소금물이 든 항아리에 쟁인다. 그것이 이름하여 우린 감. 며칠이 지나면 그 푸르고 떫기만 하던 감들이 노랗게, 짭잘달콤하게, 우린 감 특유의 향기를 내뿜게 되는 것인바, 소금물에 우려져서 떫은맛은 싹 가시고 단맛만 남은 그 아삭한 우린 감을 포식한 덕분에 필히 겪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변비였다. 운동회 당일 내 동생이 측간에서 엄마를 부르며 징징 울어대던 이유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울 엄마 대젓가락 하나 들고 측간으로 달려가야 했던 이유는, 바로 우린 감이 빚어낸 조홧속 때문이었던 것이다. 먹을 때는 좋고 '쌀' 때는 괴로운, 이름하여 우린 감의 공포.-54쪽

집이랄 것도 없는 아버지의 거처에서 나는 열흘을 살았다. 새벽이면 아버지는 연탄불에 시래깃국을 끓여놓고 일을 나갔다. 나는 하루 종일 햇빛도 들지 않는 방에서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 먹고 아버지를 기다렸다. 밤이면 아버지가 또 용접 일을 하느라 붉게 충혈된 눈으로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시래기 된장국은 데우고 또 데워서 거의 달여질 정도가 되어서 짜디짰다. 짜디짠 시래기 된장국에 만 밥은 그렇게 그해 겨우내 아버지의 유일한 일용할 양식이었다. -129쪽

어느 해 겨울 아침에는 눈밭에 고춧물 벌겋게 든 고들빼기김치가 엎어져 있었다. 필시 부모 몰래, 오빠 몰래, 동생들 몰래 살짝 퍼가지고 나온 것이었을 텐데. 전날 밤, 눈밭에 미끄러져 아까운 고들빼기김치를 달팍 엎어버린 큰애기는 누구였을까. 남순이였을까, 이순이였을까, 연순이였을까. 그런데 왜 우리 동네 큰애기들은 죄다 순이였을까. 그 순이들은 지금쯤 모다들 할머니들이 되었겠다. 우리 순이 고모, 우리 순이 이모, 우리 순이 언니들은.-209쪽

해는 햇무리에 가려 허여멀건하고 저녁때가 다 됐는데도 풀밭의 성에가 녹지 않는 그렇게 추운 동짓달의 장날. 엄마는 행까치에 꼭꼭 싼 돈을 쥐고 장옥들 한가운데쯤에 있는 단팥죽집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곳에서 '딱주(더덕) 깨는 아낙네'들과 어미들을 따라 나온 아이들이 단팥죽을 먹는다. 단팥죽을 먹는 손등과 뺨이 단팥죽 빛깔이다. 단팥죽집을 온통 채운 허연 김이 싸여 단팥죽 먹는 여인들과 아이들 모습은 바로 옆사람도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여인들은 아이들이 새알을 다 먹고 배가 둥둥같이 부른 다음에야 붉은 단팥죽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그날의 풍경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일도 그 여인들은 홀쭉한 허리에 베보자기를 차거나 망태기를 둘러메고 산으로 딱주를 캐러 갈 것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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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삼국지 대회전’…판매량 예년보다 60 ~ 70% 늘어
입력: 2008년 07월 13일 17:27:48
 
ㆍ올림픽·영화 ‘적벽대전’ 연계 10여종 대대적 홍보전

동아시아의 영원한 고전 ‘삼국지’ 출판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에 이어 지난 10일 우위썬 감독의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등 삼국지를 텍스트로 한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소설 ‘삼국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최근 ‘삼국지’를 텍스트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되고, 베이징올림픽과 맞물리면서 삼국지 출판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인터넷 서점들에 따르면 최근 삼국지 전집류의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60~70% 정도 성장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 6월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삼국지 번역본인 황석영의 ‘삼국지’와 이문열의 ‘삼국지’ 전집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미영 마케팅 팀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문학 전체는 30%가량 증가했지만, 삼국지 전집의 판매 증가율은 두 배가량 높은 수치”라며 “특히 영화 시사회와 개봉 등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증가는 예스24에서도 비슷하게 관측된다. 같은 기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영화관람권 증정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황석영의 ‘삼국지’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8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수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스24 문학담당 이지영 대리는 “7월 들어 올림픽과 영화 개봉 등이 맞물려 대표적인 중국 역사 소설인 ‘삼국지’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판매 증가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번역본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 4월 월북 소설가 박태원의 ‘삼국지’가 완역복간된 데 이어 소설가 김홍신씨도 과거에 작업했던 ‘삼국지’를 새롭게 수정·번역해 펴냈다.


현대어로 된 ‘삼국지’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가 박태원의 ‘박태원 삼국지’(깊은샘, 전 10권)는 복간 이후 초판으로 찍은 3만부가 모두 팔렸다. 이 판본은 월북 이후 1959년부터 1964년까지 북한에서 발간된 번역본을 바탕으로 재출간됐다. 박현숙 깊은샘 대표는 “규모가 작아 독자 이벤트는 엄두도 못내지만 특히 국문학도들을 비롯해 수차례 삼국지를 읽은 삼국지 마니아들에게 환영받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10여년 전 10권 구성의 ‘삼국지’를 펴냈던 김홍신씨는 이를 대폭 손질해 최근 아리샘 출판사에서 발표했다. 1·2권이 지난주 출간됐고 적벽대전을 다룬 3권이 이번주 나온다. 8월 말까지 모두 5권으로 완간될 예정. 출판사 측은 작가의 거침 없는 필치와 호쾌한 문장을 기존 번역본과의 차별점으로 들었다. 강주연 아리샘 대표는 “인쇄광고 등 전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선주문이 꽤 들어오고 있다”며 “완간 후 독자를 위한 작가강연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삼국지’를 펴냈던 출판사들은 대대적인 홍보와 이벤트로 ‘삼국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증폭시키고 있다. 가장 발빠른 곳은 2003년 황석영씨의 ‘삼국지’를 펴낸 출판사 창비이다. 이미 영화 ‘적벽대전’이 개봉하기 전 온라인 서점 독자 250명을 초청해 시사회를 갖고 황석영씨의 강연회를 함께 열었다. 이어 전집 구매 독자 선착순 600명에게 영화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5개 인터넷 서점에서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또한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회원에 가입하면 50% 할인된 가격에 전집을 판매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황석영의 ‘삼국지’는 초판출간 후 현재까지 250만부가 출고됐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시작된 영화 연계 마케팅 이후 10만부가 더 팔렸다.


한학자 황병국씨가 번역해 1984년부터 20만부가 팔린 ‘원본삼국지’(범우사, 전 5권)도 최근 흐름을 타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주문과 독자들의 문의가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범우사 측은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구매 고객에게 ‘삼국지’ 관련 도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터파크도서 측도 이달 중순부터 ‘삼국지’ 세트기획전을 마련한다. 시중에 판매 중인 다양한 판본의 ‘삼국지’ 전집을 한 자리에 모아 특가 할인 판매하고 추첨을 통해 영화예매권을 증정한다.

그렇다면 어떤 판본을 골라 읽을 것인가. 현재 ‘삼국지’ 번역본은 10종이 넘는다. ‘삼국지’ 번역은 크게 김구용, 황병국 등 한학자들이 번역한 판본과 황석영, 이문열, 박태원, 김홍신, 장정일, 박종화 등 소설가들이 번역한 판본이 있다. 한학자들의 본역본은 원문에 충실하다는 강점이, 소설가들의 번역본은 문학적 재미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누적판매부수 1700만부로, 최고 ‘삼국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문열의 삼국지(민음사, 전 10권)의 경우 작가의 시각이 지나치게 개입된 평역류로, ‘삼국지’ 입문자들에게는 적당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번역된 ‘삼국지’ 판본 분석작업인 ‘삼국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측은 최고의 번역으로 박태원과 박종화, 김구용, 황석영의 ‘삼국지’를 꼽았다. 교수신문이 2005년 실시한 ‘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에서도 원전번역에 충실한 김구용 역과 황석영 역을 꼽았다.

<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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