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올림픽·영화 ‘적벽대전’ 연계 10여종 대대적 홍보전
동아시아의 영원한 고전 ‘삼국지’ 출판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에 이어 지난 10일 우위썬 감독의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등 삼국지를 텍스트로 한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소설 ‘삼국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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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국지’를 텍스트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되고, 베이징올림픽과 맞물리면서 삼국지 출판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
인터넷 서점들에 따르면 최근 삼국지 전집류의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60~70% 정도 성장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 6월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삼국지 번역본인 황석영의 ‘삼국지’와 이문열의 ‘삼국지’ 전집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미영 마케팅 팀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문학 전체는 30%가량 증가했지만, 삼국지 전집의 판매 증가율은 두 배가량 높은 수치”라며 “특히 영화 시사회와 개봉 등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증가는 예스24에서도 비슷하게 관측된다. 같은 기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영화관람권 증정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황석영의 ‘삼국지’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8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수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스24 문학담당 이지영 대리는 “7월 들어 올림픽과 영화 개봉 등이 맞물려 대표적인 중국 역사 소설인 ‘삼국지’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판매 증가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번역본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 4월 월북 소설가 박태원의 ‘삼국지’가 완역복간된 데 이어 소설가 김홍신씨도 과거에 작업했던 ‘삼국지’를 새롭게 수정·번역해 펴냈다.
현대어로 된 ‘삼국지’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가 박태원의 ‘박태원 삼국지’(깊은샘, 전 10권)는 복간 이후 초판으로 찍은 3만부가 모두 팔렸다. 이 판본은 월북 이후 1959년부터 1964년까지 북한에서 발간된 번역본을 바탕으로 재출간됐다. 박현숙 깊은샘 대표는 “규모가 작아 독자 이벤트는 엄두도 못내지만 특히 국문학도들을 비롯해 수차례 삼국지를 읽은 삼국지 마니아들에게 환영받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10여년 전 10권 구성의 ‘삼국지’를 펴냈던 김홍신씨는 이를 대폭 손질해 최근 아리샘 출판사에서 발표했다. 1·2권이 지난주 출간됐고 적벽대전을 다룬 3권이 이번주 나온다. 8월 말까지 모두 5권으로 완간될 예정. 출판사 측은 작가의 거침 없는 필치와 호쾌한 문장을 기존 번역본과의 차별점으로 들었다. 강주연 아리샘 대표는 “인쇄광고 등 전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선주문이 꽤 들어오고 있다”며 “완간 후 독자를 위한 작가강연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삼국지’를 펴냈던 출판사들은 대대적인 홍보와 이벤트로 ‘삼국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증폭시키고 있다. 가장 발빠른 곳은 2003년 황석영씨의 ‘삼국지’를 펴낸 출판사 창비이다. 이미 영화 ‘적벽대전’이 개봉하기 전 온라인 서점 독자 250명을 초청해 시사회를 갖고 황석영씨의 강연회를 함께 열었다. 이어 전집 구매 독자 선착순 600명에게 영화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5개 인터넷 서점에서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또한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회원에 가입하면 50% 할인된 가격에 전집을 판매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황석영의 ‘삼국지’는 초판출간 후 현재까지 250만부가 출고됐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시작된 영화 연계 마케팅 이후 10만부가 더 팔렸다.
한학자 황병국씨가 번역해 1984년부터 20만부가 팔린 ‘원본삼국지’(범우사, 전 5권)도 최근 흐름을 타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주문과 독자들의 문의가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범우사 측은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구매 고객에게 ‘삼국지’ 관련 도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터파크도서 측도 이달 중순부터 ‘삼국지’ 세트기획전을 마련한다. 시중에 판매 중인 다양한 판본의 ‘삼국지’ 전집을 한 자리에 모아 특가 할인 판매하고 추첨을 통해 영화예매권을 증정한다.
그렇다면 어떤 판본을 골라 읽을 것인가. 현재 ‘삼국지’ 번역본은 10종이 넘는다. ‘삼국지’ 번역은 크게 김구용, 황병국 등 한학자들이 번역한 판본과 황석영, 이문열, 박태원, 김홍신, 장정일, 박종화 등 소설가들이 번역한 판본이 있다. 한학자들의 본역본은 원문에 충실하다는 강점이, 소설가들의 번역본은 문학적 재미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누적판매부수 1700만부로, 최고 ‘삼국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문열의 삼국지(민음사, 전 10권)의 경우 작가의 시각이 지나치게 개입된 평역류로, ‘삼국지’ 입문자들에게는 적당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번역된 ‘삼국지’ 판본 분석작업인 ‘삼국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측은 최고의 번역으로 박태원과 박종화, 김구용, 황석영의 ‘삼국지’를 꼽았다. 교수신문이 2005년 실시한 ‘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에서도 원전번역에 충실한 김구용 역과 황석영 역을 꼽았다.
<윤민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