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채소로 만든 맛있는 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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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아 부엉아 뭐하니? 잘짝쿵 윙크한다.(양배추)양아 양아 뭐하니? 기있나 저기있나 보물찻기한다.(콜리플라워)하마야 하마야 뭐하니? 쉬!우리아기 코~~~~오잔다.(감자)악어야 악어야 뭐하니? 찰박찰박 물놀이 한다.(오이)코뿔소야 코뿔소야 뭐하니?쿵쾅 쿵쾅 걸음마한다.(피망)생쥐야 생쥐야 뭐하니?숨박꼭질 한다 어디어디숨었나?(고구마)멧돼지야 멧돼지야 뭐하니?통통통통 공놀이한다.(애호박)넌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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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신나는 책읽기 2
채인선 글, 강을순 그림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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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친구라 난동물친구가 업는데 도마뱀은 내가 TV나 책에서 본건 작은건데 이 책도마뱀은

꼬마아이 보다 크다. 도마뱀이 친구면 엄청창피하겠다. 실제로는 친구하려면 엄청작아야하는데 도마뱀 처럼

만약 진짜로있는일이면 놀이터에서 놀때 엄청 놀기가힘들겠다.

왜냐하면 도마뱀은 작고 크다고해도 나10살많하진 않다.

크면 느리고 작으면 않보이고 참 놀기가 힘들겠다.

난 동물이 진짜 말을 했으면 좋겠다.

왜냐 강아지가짖을때 가뭐가뭔말인지 못알아듣겠다.

만약 도마뱀이 진짜 뜨게질하면 그도마뱀은 진자 천재다.

가르켜줘도 못하는데 난 이책이 신기하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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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구판절판


이 새로운 시장 지향 모델을 수용하게 만드는 데 5년 이상 걸렸다. 단 하루도 안심할 수 있는 날이 없었다. 이 과제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다. 누구에게 위임하겠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외로운 싸움이다.(IBM을 회생시키고 퇴임한 루이스 거스너 전 회장)-32쪽

(현 삼성라이온스 사장인 김응용) 전 감독은 불필요한 선수는 절대 보유하지 않았다. 그뿐인가. 필요 없다 싶으면 냉혹하리만큼 가차없이 내쳤다. 앞으로 중용할 선수는 야단치며 엄하게 대하고, 쓸모 없다 싶으면 눈길 한 번 안 줬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냉정하게 버렸다. 기회가 오지 않으면? 그래도 버렸다.
...
CEO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이고, CEO의 존재 이유는 이익의 실현이다. 사람 좋으면서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리더는 이미 가치를 잃은 셈이다.-58쪽

지금 우리는 커다란 곤경에 빠져 있다는 태도로는 조직을 전투장으로 끌고 갈 수 없다.-89쪽

기업은 경쟁을 통해 활로를 찾는 경향이 있다.(...) 시장 경계선 내에서만 보지 말고 경계선 너머에 있는 새 수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고객,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가 경영자의 고민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면 안된다. ([블루오션] 창안한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 한경 인터뷰)-105쪽

달리고 있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L.W.피어슨)-110쪽

자신의 힘만 쓰는 사람은 관리자에 불과하다.(...) 명령이나 지시를 하면 손발만 움직입니다. 리더십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게 하는 힘 아닙니까.(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118쪽

초보 CEO나 초보 리더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맡기는' 겁니다. 일단 리더가 되면 실적이 자신의 24시간을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죠. 때문에 실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기란 정말 이를 악물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120쪽

죄다 자기 할 일만 하는 거예요. '이거 하라'고 하면 이것만 하고, '저거 하라'고 하면 저것만 하고... 너무 힘이 들더군요. 어느 날인가 집엘 들어가다 술을 한잔 했어요. '왜 그럴까',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계속 이런 생각만 떠올라요. 한 잔 두 잔,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 어느 순간 뒷목이 쭈뼛해지더군요. 생각해보니 나 혼자였어요. 나 혼자만 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멀리. 뒤돌아보니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건 완전히 돈키호테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아무도 없었어요.-134쪽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농업생산력을 높이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농사직설]이라는 책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책을 읽어야 할 농민들은 글을 몰랐다. 그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최만리를 필두로 한 신하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당시 최만리의 소속은 한글 창제의 본산이었던 집현전이었다. 미래를 보는 왕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신하. 미래를 보지 못하는 신하가 미래를 보는 임금에게 대든 셈이다. 역사는 지금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솔선수범은 그래서 어렵다. 말은 쉬워도 행동은 쉽지 않다.-136쪽

악어는 제 몸무게의 절반 무게만 먹어도 1년을 산다.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강변에 다다른 누 떼가 6시간 동안을 그저 머뭇거리고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우두머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때문이다.-157쪽

흥미로운 것은 유능하고 조직에 헌신적인 임원일수록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흥분하는 데 비해, 무능력하고 헌신적이지 않은 이사들은 애석해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그들은 '나도 그렇게 말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유감을 표시하지만 상황을 바로잡는 데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시 말해, 충격을 받는 이사들일수록 유능한 사람들이다.(피터 드러커, [의사결정의 순간]에서)-164쪽

전략적 변곡점(Stragetic inflection point) - 앤드류 그로브, [승자의 법칙]

hit and run 작전, 즉 남보다 빨리 신제품을 내서 시장을 휩쓴 후, 경쟁사들이 쫓아오면 가격을 대폭 내려버리는 전략.

표적이 이동하면 사냥꾼도 이동해야 한다.-169쪽

소화불량에 걸려 약을 잔뜩 먹더라도 자신의 '육감'을 믿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99.99% 확신할 만큼 충분한 자료를 갖고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때의 결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175쪽

'몇 번 오락가락하자 조직원들은 피곤해졌고 조직이 뭘 지향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구심점이 없어진 셈이라고나 할까.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은 어디나 같다. 자신에게 떨어진 일만 수행하는 '안정적인' 모습들이 일반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져 부서와 부서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 조직과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고객과 내부 조직 간의 연결고리가 실종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개별 기능을 관리하는 '기능 관리자 funtion manager'는 존재하지만 경영 프로세스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연계시켜주는 '프로젝트 관리자 project manager'가 없는 분절형 조직 silo organization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각각은 열심히 일하는데 전체적인 구도는 없는 꼴이다. 이쯤 되면 수장이 아무리 지시를 내려도 조직은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서광원, [사장으로 산다는 것], 2005. 216~217쪽)

-215쪽

조직은 현상 유지를 원한다. 전진하면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죽고 다친다. '새로 임명된 자리'에 걸맞는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리더와 '문제'를 원치 않는 부하들의 신경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런 눈치가 횡행할 때 리더들은 손을 번쩍 들어 '내가 해보겠다'고 말하는 부하가 있기를 바란다. 이때가 중요하다. 능력 있는 리더는 손을 든 부하에게 큰 성공을 바라지 않고 '작은 성공'에 힘쓴다. 능력 있는 부하는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헛된 꿈을 꾸지 않고 '작은 성공'을 착실하게 이뤄낸다. '되는 조직'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224쪽

나는 GE와 도요타를 존경한다. 그들은 세계 최고이면서 여전히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잭 웰치를 존경하는 것은 그의 헝그리 정신, 끊임없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물론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벼랑 끝에 섰을 때 기발한 생존법이 떠오르고 악착같이 할 때 창의력이 나온다. 소직은 '붕' 뜰 때 망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강한 리더쉽과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언제나 중요하다. - 김쌍수 LG 부회장-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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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기인 > [퍼온글] 문제의 본질은 번역가다

필요 때문에 번역 문제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작년 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 18호(2005년 4월) 특집이 '번역출판의 오늘을 말한다'였다는 걸 알게 됐다. 특집기사들 중에서 한기호 소장의 글 '문제의 본질은 번역자다: 번역출판의 제도적 측면'을 옮겨온다.

 

 

 

 

-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내내 나는 <아나 트롤>(창비, 1991)의 경험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자 정치풍자시의 대가 하인리히  하이네의 대표적 장편풍자시 <아나 트롤>과 12편의 시사시를 번역 수록한 이  책은 1991년에 시인 김남주의 번역으로  창비에서 출간됐다(*이 책은 현재 절판중이다). 당시 그 회사 영업책임자이던 나는 교정지에서 접한  번역문의 유려한 문장에 반해 <아나 트롤>에 대해 더 상세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아나 트롤>을 다룬 석사논문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논문 속의 인용문은 교정지의 번역문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석사논문 속의 인용문은 그냥 뜻이나 통하게 옮겨놓았다고나 할까? 내가 만약 그 인용문 수준의 글부터 읽었다면 과연 <아나 트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게 되었을지, 책이 만약 그런 수준이었다면 책을 구해 읽었을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 표면적으로는 번역출판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체 발행종수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5%에서 2003년 29.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만화와 아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두 분야를 제외하고는 역사 분야가 평균 성장률과 비슷하고 나머지는 모두 밑돌고  있다. 결국 출판시장의 성장에 비추어보면 질적으로 상당한 퇴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번역출판을 놓고 단순한 통계수치만으로 ‘상당한 양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은 2004년에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2004년에  번역서는 전체 발행종수 35만394종의 28.5%인 10만88종으로 2003년과 비슷하다. 만화(3108종)와 아동(2245종)을 합하면 여전히 번역서의 절반을 넘는다. 단지 아동은 늘어나고 만화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번역서의 번역 수준은 우리 출판의 아킬레스건이다. 한 마디로  앞에서 예를 든 석사학위논문 인용문 수준의 번역문을 그대로 담은 책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이 영미 문학 대표작 가운데 ‘친숙하게 읽혀온’ 작품의 변역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영미문학의 번역은 양적인 풍요와 질적인 빈곤으로  요약될 수 있다. 대상 작품들의 번역서로 최종 검토 대상이 된 완역본은 총 573종인데 이중 추천할 만한 번역본은 모두 61종(11%)에 불과하다.

-대략 10권  중 한 권 정도가 믿고  읽을만한 번역본인 셈이다. 추천본이 없는 작품도 전체 작품의 3분의 1이 넘는다. 소설의 경우에는 추천본이 전체 번역본의 6%에 불과”했다. “비소설의  경우는 추천본 비율이  높으며(29%), 추천본의 종수가 가장 많은 것도 ‘햄릿’(10종)”이었지만 “검토본 가운데 반수 이상(54%ㅎ310종)이  표절본으로 그대로 베낀 것부터 짜집기, 윤문潤文까지 다양한 형태를 확인” (1) 할 수 있었다.

-여기서 표절의 책임은 대부분 출판사에 있다. 특히 잘 팔리는 책, 독자에게 친숙하게 읽혀온 문학서적의 경우에는 출판사가 기존에 출간된 책을 적당히 윤문해 중복 출판하는 경우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번역출판으로 꽤 명성을  날린 출판사들도 실제로 이런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을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영미문학연구회의 평가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책임은 먼저 번역가가 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 평론가 변정수는 그 자신을 비롯해 수많은 편집자들이 “번역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거의 ‘공역자’ 수준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지적한다. “명목상의 역자는 결과적으로 고작해야 초벌 번역의 수고를 해 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게 되고 편집자가 “사실상의 번역자 노릇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 저작물에  빗대자면 거의 ‘섀도 라이터’에 해당될 정도의 역할”(2)을 하고 있는 셈이다.

-꼼꼼하게 공들인 번역으로 소문난 유명 역자들은 편집자가 거의 손을 볼 필요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겠지만 대부분은 편집자가 ‘공역자’에 준하는 역할을 하거나 심지어 거의 ‘재번역’을 해야 하는 수준의  번역문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편집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대다수의 편집자는 원문대조도 하지 않고 오탈자나 잡아내는 수준의 교열에  머무른다. 그래서 전문편집자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그런  편집자들이라도 ‘교수’의 직함을 달고 있는 학자 번역자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재번역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교수들과 일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학자들이 번역에서 그들만이 이해하는 용어로  그들만의 ‘언어게임’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아나 트롤>
수준의 번역보다 못한 번역 원고가 그대로 출판사로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편집자들은 ‘교수’가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조교’나 다른 대행자들이 번역을 대신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편집자들이 ‘사실상의 번역자’ 노릇을 감수하면서 십중팔구 믿지 못하는 교수에게 매달리는 것은 ‘손을 볼 필요가 없는’ 번역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능한  몇몇 번역가들은 밀린 일이 많아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전문번역회사다. 한 출판번역전문회사의  대표는 “국내 산업번역 규모가  1조원 대에 달하고 그리고 영상미디어 번역이 5천억 원, 출판번역시장이 5천억 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는데 시장은 이렇게 크지만 양질의 번역을 빠르게  해줄 수 있는 번역가가 많지 않아 이런 업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번역전문회사는 대부분  번역지망생과 출판사를 연결시켜주고  커미션을 챙기는 중간업자에 불과하다. 이 회사들은  보통 번역료의 30% 가까이를 챙긴다.  출판사가 지급번역을 요청할 경우에는 원고를 여러 사람에게  쪼개서 번역한 것을 모아 한두  사람이 죽 읽어가면서 획일성만 기하기 마련인데 이런  원고의 수준은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전문번역회사들은 출판사와 번역자들이 만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 번역자들이 편집자와 만나 번역의 질을 상승시키는 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고 번역자가 교열을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병폐가 있다. 하지만 속도를 요하는 분야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출판사들까지 이런 전문번역회사를 애용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전문번역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번역료가 낮기 때문이다. 상위 출판사의 경우 영어는 3500-4000원, 일본어는 2500-3500원, 프랑스어나 독일어는 3500-4000원 수준이다. 물론 수준이 보장되는 전문번역가는 이보다  높은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낮은 경우가 더 많다.  일본의 법인 또는 단체가 일본책의  한국어 번역료를 통상 10,000-15,000원 수준에서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번역료가 어느 수준인가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의 번역료는 몇 년  전의 수준에 머문 것이어서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갈수록 뒤쳐지고 있어 번역에 ‘목숨’을 거는 번역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최근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전 번역 지원사업에서는 번역 원고료를 10,000원 안팎으로 책정하고 있다. 나도 신청중인 과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의 대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번역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인세일 경우 한달 평균 100여 만원 정도의 보상을 기대하면서 번역에 '목숨' 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특히 전문영역에 속하는 책들을 맡아주어야 할 학자들은 번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사명감에 충만하거나 특별한 인간관계가 아니면 일부러 나서려  들지 않는 것이다. 우선 번역료가 너무 싸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번역을 학문적  업적으로 여겨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출판사는 고육책으로  번역료와 인세를 병행하는 정책을 쓰기도  한다. 기본 번역료는 보장하되 번역료 이상으로 책이 팔리는 경우에는 인세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추가 인세가 지급되는 경우가 흔치 않아 확실한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사례처럼 인세로 계약한  대중서가 1백만 부나 팔려 평생의 고생을 보상할 수준의 인세가  나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기는 해도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번역자가 어느 정도 번역에 책임을 지려 들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는 기본 번역료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인문학, 철학, 과학 분야의 전문분야 출판사인 이제이북스는 지난 3년 동안 60권의 책을 펴냈지만 2쇄를 발행한 책이 단 2종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3)  이 출판사가  나름대로 번역에 매우  많은 공을  들여왔고 초판을 1000부 밖에 발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출판사의 출혈투자가 없이는 도저히 책 출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제이북스의 경우는 며칠 전에 다룬 바 있다). 15,000원  정가의 책인 경우 1000부가 다 팔린다  해도 매출액은 1천만 원 내외다. 이 금액 모두가 번역료로  지급되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여기에 제작비, 인건비, 일반관리비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출간 즉시 적자가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니 대다수 출판인은 출판을 기피한다.

-번역료가 낮은 근본적인 원인을 출판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탓해야 할까? 물론 탓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독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독자들은 철학을 쉽게 풀어주고 독해가 가능한 책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부실한 번역이 독자들을 떠나가게 만들었다는 이제이북스 전응주 사장의 뼈아픈 지적을 더 수용하려 들 것이다.


-결국 이 땅의 번역출판 부실은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수시장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후원시스템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선험적인 연구자들이 결론내린 바  있다.

-김선남(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 연구논문(4)에서 “전문 번역가의 부족, 낮은 번역료, 오역 및 중복 출판, 출판사의 과도한 저작권 확보 경쟁 등과 같은 출판사 내·외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번역출판이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번역인 양성 프로그램 개발, 번역활동 지원 단체의 확충, 번역 출판물 기획의 다양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런 결론은 지난 수십 년간 내려졌고 물론 간헐적인 대응책은 있어왔지만 근원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문 번역인은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지원자만 모아놓고 교육만 시키면 해결이 될 것인가? 그보다는 전문적인 번역자가 전문편집자와 함께 일을 해가면서 번역의 질적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문출판사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번역학교를 따로 꾸리고 있는  것은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 이 단체는 이미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책을 여럿 내고 있으며 고전을 재해석한 ‘리라이팅’ 시리즈처럼 저작의 단계로도 올라서서 인문출판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모임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한데, 이 리라이팅 시리즈도 작년부터는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출판시장이 갈수록 자본의 논리에 지배되는 상황에서 상업성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번역출판이 이뤄지려면 공공적인  지원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국가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근원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비단 이것은 번역서뿐만이 아니라 출판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도서관의 기본적인 존립목적인 정보 접근 평등성을 위해 도서관 스스로가 양서를 다양하게 구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공도서관은 너무 ‘빈약’하다.

-따라서 소기의 성과를 빨리 이루려면 각급 학교도서관의 활성화가 시대적 소명이다.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고 이를 지역 주민도 이용하는 기초생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다음  공신력 있는 기구가 선정한 우수도서를 학교도서관이 의무적으로 구비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어 양서의 경우 5000-10,000부 정도가 소비될 수 있다면, 출판사들은 구태여 시류에 영합하는 책을 만들지  않고도 안정된 경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출판뿐만 아니라 기초학문과 교육이 사는 길이고 결국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 일이다. 우수한 번역서를 여기에서 제외시킬 이유가 없기에 번역출판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예산타령만을 일삼지만 이런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일 뿐이다.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다. 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전문성도 중요하다. 지금 구조에서는 번역출판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어떤 약삭빠른 출판사가 입도선매식으로 저자권계약을 맺어놓은 다음”에 “자격 없는 역자들을 동원하여 오역·졸역본의 출판을 남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보호함으로써  마구잡이 번역을 막겠다는 원래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역설적 결과”(5)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물건이나 언어에는 반드시 그 배경에 주류와 계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계통도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책을 먼저 계약해놓고 책을 출간하지 않으면 하위에  해당하는 책을 펴낸 출판사는 고통만 겪을 확률이 높다. 이것은 원저작은 보지 못하고 비평서만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호 협조와 양해를 통해  바람직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매우 열악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앞의 ‘연구공간 수유+너머’도 희망적인 사례지만 영미문학연구회가 분석한 책들이 출간된 같은 시기에도 “고전  번역에 가담한 새로운 세대 전문연구자들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또  초기에 나온 번역본이 이후 어떤 번역본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경우도 적지 않아 우수한 번역진의 층이 얇다고 만은 할 수 없다. 더 좋은 번역환경이 마련되고, 다수의 독자들이 좋은 번역을 선별해  읽을 수 있다면 번역 풍토의 획기적인 개선도 기대”(6)할 수 있다는 지적도 우리에게 기대를 갖게 만든다. 따라서 바람직한 비평을 통해 좋은 책을 선별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다양하게 정착되는 일 또한 바람직한 번역출판이 이뤄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다.

(1)「번역 평가 왜 필요한가」<한국일보> 2004.2.16
(2)변정수,「번역 출판의 원숭이들」<기획회의> 8호 2004.11.5
(3)김현미,「우리말로, 철학하기, 출판으로 철학하기 - 이제이북스 전응주 사장」
   <기획회의>10호 2004.12.5
(4)김선남,「국내 번역 출판물의 현황과 화성화 방안 연구」<한국출판학연구> 제43호 2001
(5)한정숙,「학술서적 번역 이것이 문제다」<국민일보> 1996.8.12
(6)김영희, 같은 글

06.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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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출판계의 입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출판계 성명서 발표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를 비롯한 총 9개 출판단체는 지난 7월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과 관련하여 출판계의 입장을 공식 표명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는 ‘지적재산권 문제는 국제 조약에서 정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해당국가의 법 정책에 따라야 할 문제이지 무역 거래의 조건이 될 수 없으며, 미국문화자본의 로열티 회수 기간 확대를 위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한국의 출판 및 학문 발전을 저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출판을 비롯한 이 땅의 문화산업 발전과 진정한 문화적 주권 수호를 위해 출판계의 입장을 밝힌 성명서를 아래 붙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서명 단체 명단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불교출판문화협회, 학습자료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청소년도서출판협의회, 한국출판경영자협회, 한국학술도서출판협의회 이상 9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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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출판계의 입장

- 지적재산권에 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선언한 후, 협상의 근본 성격과 그것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를 둘러싸고 사회적 우려와 반대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이같은 우려와 반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를 위한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근본적으로 경제 통합, 사회문화 통합을 일방적 힘의 논리로 강제하는 ‘경제통합협정’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와 사회에는 자기 나름의 사회 문화적 질서가 있다. 그런데 한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질서가 무역 자유화란 이름으로 일방적 자본의 논리에 의해 획일적으로 강제될 땐, 이는 한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물론, 문화적 정체성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여러 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현재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진행과정 및 협상 의제도 무엇 하나 제대로 공개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쿼터 문제, 수입차의 배기가스 기준 완화 등을 미국이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걸었고, 이를 한국 측이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이번 협상의 절차와 진행 과정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또한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관련해 가장 강조해온 것은 경제 파급효과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수출증가와 성장, 생산,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의 여타 부문과의 선순환 구조, 다시 말해 수출이 생산을 증가시키고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를 유인”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주장을 하며 제시한 몇몇 자료들은 급조된 것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히려 사실상 가장 체계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경제효과 보고서라 할 미국제무역위(USITC) 보고서는, 협정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 적자국에서 흑자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발표 보고서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대미 무역수지 감소폭이 72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됐는데, KIEP의 공식보고서는 이런 사실이 누락”된 채 발표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신자유주의를 강화시켜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무엇보다도 무역자유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주요 협상 의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고 법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 사회가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방식에 맞게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지, 무역거래의 전제 조건이거나 협상의 대상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적인 저작권 조약인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협정(TRIPs)의 보호규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저작권 모범 국가이다. 현재의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 협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한 창작의 장려와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서의 저작물의 공공성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틀로 만들어낸 국제적 규약이고 약속이다.

이런 국제적 규범을 충분히 존중하는 한, 각 개별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장려 조치는 그 사회의 발달 정도와 문화적 토양에 맞게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이런 문화적 토양과 한 사회의 사회 문제적 제도와 규범마저 모든 것을 일방적인 자본의 논리로 환치시키고 강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적재산권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0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무역수지는 54억 달러 흑자인 반면 서비스 수지는 82억 달러 적자였고, 그 중 약 30억 달러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였다. 세계은행은 지적재산권을 미국 기준으로 강화했을 때 가장 피해가 큰 나라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연간 약 153억 달러 적자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의 상품 수출을 추가로 이루어야 하는데, 상품 수출액 가운데는 7, 80% 이상의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지적재산권에는 아무런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500억 달러 이상의 상품 수출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지적재산권으로부터 야기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처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을 중심의제로 설정해 밀어붙이는 것은, 소위 디즈니 사를 비롯한 미국 자본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도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받고 있는 ‘소노보노법’을 한국에 관철시켜 자국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미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려는 목적은, 소수의 미국 문화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독점적 문화 상품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의 회수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런 몇몇 초국적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한 사회의 문화정책이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몇 가지 예외적인 저작물의 보호를 위하여 대부분의 저작물에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창작자에게도 문화 수용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며 결국 한 사회의 문화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의 지적 재산권 협상은 우리 출판계로서는 받아들일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국제 조약에서 정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해당국가의 법 정책 판단에 따라야 할 문제이지 무역 거래의 조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출판계는 지난 1995년 국제적 수준의 저작권 소급보호를 위해 한 해 수백 억 원의 로열티 추가부담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작비용이 평균 7% 이상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보호기간 소급보호 시점을 미국 측의 의도대로 연장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학술서적의 출판은 고사상태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학문 및 출판문화의 발전이 없이 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문화에 대한 것이고, 한 사회의 발달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선택일 때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강요하는 자가 누구이든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적 주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 출판계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주장한다.

1. 지적재산권에 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하라. 
  - 대한민국은 세계가 요구하는 표준 계약을 이미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개별국가와의 협상은 국제협약을 무시하는 처사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2. 정부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3. 지적재산권은 문화적 주권의 문제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국제 규범을 넘어서는 강요행위를 중단하라.

4. 저작권 보호기간은 현행대로 50년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 국제조약에서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저작권 역사 및 특수성을 고려하여 저작권 보호기간은 현행 50년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200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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