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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김영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김영세, 트랜드를 창조하는 자 – 이노베이터(랜덤하우스중앙, 2005. 5)
- [12억짜리 냅킨 한 장](2001)의 개정판
디자인은 00이다.(39챕터)
Design is
Imagination/Visualizing/Making Difference/Creating New Use OF Tecnologies/Understanding The Needs Of Real World/Thinking Differently/Inventing/Getting Paid For What You Enjoy Doing/Making Ourselves Feel Good/Communicating/Making Comfortable Spaces/Selling Confidence/Entertaining Life/Forecasting/Finding Solution/Following Disigner’s Intention/Pleasing People/Creating Identity/Making Convenient Tools/Appealing TO Housewives/Protecting Ideas/Making Profit/Making Life Easier/Saving Lives/Helping Other People/Making Things Look Better/Negotiating/Compromising/Like Shooting For A Moving Target/Finding Better Ways Doing The Same Thing/Loving Others/So Complicated That Some People Don’t Really Know How Hard It Is/Emotinal Logic/Knowing How To Save Costs/Combining More Funtions/Making Job Opportunity/Inspring/Organizing Things/Making Change
변화를 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긍정적인 생각만이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평소 철학이기도 하다.(프롤로그)
종종 사람들은 나에게 아이디어의 원천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나는 평소에 생활화된 습관들, 즉 사물에 관심을 갖고, 사용자를 관찰하고, 스스로 경험하고, 또 관련 지식을 챙김으로써 머릿속에 축적되어 온 정보들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상이 습관화되면 일상의 사물들을 모두 상상 속에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상상을 통해서라면 기존의 사물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진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미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18)
오늘의 강자가 내일의 강자가 아니듯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미래의 산업 구도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이제 새로운 3년을 다시 시작한 레인콤과 이노디자인도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를 향해 다시 가치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단지 끊임없이 ‘차이를 만드는’ 도전만이 오늘 같은 내일을 보장해 줄 것이다.(32)
나는 흔히 디자이너를 요리사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비슷한 재료를 쓸 것이다.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야채, 고기 등 선택하는 재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는 요리사의 재량일 것이다. 요리사는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습득한 기술이 다를 터이다. 그 차이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즐길 수 있다.(36)
급변하는 디지털 신세계의 높은 파도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 이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앞으로 다 틀릴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지금의 시기는 기회이다.(37)
내가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디자인 프로세스였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구체적인 디자인 의뢰를 받지 않고도 가까운 미래의 소비 시장을 예측해서 디자이너가 먼저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그에게도 무척 흥미로운 디자인 프로세스였으리라 생각된다…(중략) 그 기사를 읽으며 나는 기업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그려주는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퍼스트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야 하는 디자인의 역할을 바로잡기 위한 나의 오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45)
요즘 경영인들의 화두에 자주 오르는 경영 기법은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이다. 마침내 경영인들은 그동안 굳게 믿어왔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이론’만 가지고는 더 이상 이윤 추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경쟁우위 이론이란 한 기업이 같은 분야의 경쟁 기업보다 더 많은 제품 혹은 서비스를 더 싸게 만들어서 경쟁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옴으로써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원리이다.(49)
옆집이 성공했다는 이유로 비슷하게 시작한 비즈니스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 생각에 승부를 거는 비즈니스는 부가가치와 수익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52)
그래서 나는 열여섯 살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하곤 한다. 디자이너로 말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디자인에 눈뜨고 디자인의 힘을 깨닫는 강렬한 경험 없이는 어느 누구도 평생을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다른 직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의지를 느낀다면 그는 바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없는 일.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일 것이다.(56)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디자인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처음 만나는 것은 어떤 브랜드라는 무형의 이미지가 아닌 상품이나 그 이미지를 드러내는 각종 시각물일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 사이는 엄청난 물량의 디자인이 메워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거나 인정받고 싶을 때 잘된 디자인 만큼 멋진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없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멋진 디자인이라면, 소비자에게 오랜 여운이 남는 감동을 줄 수 있다.(68)
나는 그(해리 앤드 어소시에이츠 회사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해리 마쓰다-일본계 미국인 3세)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디자인은 자신감을 파는 일’이라는 그의 말이다. 사실 디자인을 결정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디자인은 상품으로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무형이기 때문이다. 상품화하기 이전에 앞으로의 시장 반응을 예측하고 심도 있는 디자인 방향을 설정해 고객 회사를 설득시키려면 우선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이 만들어낸 디자인에 확신과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79)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교수회관에서 있었던 공식 인터뷰에서도 디자인에 관한 전문 지식을 묻기보다는 보통 때 사람들을 만나 노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내가 이야기를 주도해 가도록 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대화 주도 능력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83)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위험이 적고 안정된, 보장된 예측대로 결과물이 나온다면 우리는 그 디자인을 좋아할 수 있을까? 모험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만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즐거움’은 바로 디자인의 최종 목표인지도 모른다.(87)
1986년 실리콘밸리의 산타클라라에 조그만 사무실을 임대해서 결국 나의 브랜드인 ‘INNODESIGN’ 간판을 내걸었다. 내 회사, 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곳. 내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진짜 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게 바로 시작인 거야. 이제 나는 진짜 게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거야…. 나는 수없이 되뇌었다. 이노 간판을 달던 첫날, 그 때의 감격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비록 직원 한 명밖에 없는 작고 초라한 시작이었지만 ‘이노’라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은 강했다.(88)
그러던 어느 날, 고용된 입장의 디자이너로서 책상에 앉아 공상을 하며 노트에 이것 저것 끄적거리는데 갑자기 ‘INNO’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단어는 불쑥 내 마음속을 뚫고 들어와서 오랫동안 나를 흔들어놓았다. 평소 좋아하던 단어인 ‘INNOVATION’이란 단어에서 내 나름대로 창조한 또 하나의 단어 ‘INNO’. 나는 ‘INNO’를 언젠가 갖게 될 내 회사의 이름으로 결정했다. 그와 동시에 사각형과 삼각형, 그리고 원을 이용한 로고가 직감적으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떠오른 회사 이름과 로고 디자인은 나로서는 도저히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89)
“디자인은 기가 막히게 좋더군요. 그런데 만약 당신이 생산과 판매에 뛰어든다면 또 다른 좋은 디자인을 해낼 시간을 모두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그의 조언을 들으면서 비로소 나를 억누르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다. 단지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무모하게 생산과 판매까지 욕심을 부렸던 일,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조감…. 그동안 고집스럽게 껴안고 있던 것들을 떨구어내자 날아갈 것 같았다.(97)
예나 지금이나 나는 아티스트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나 혼자만의 취향을 위한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마치 대중가수 같아서 관객의 갈채를 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여기서 대중의 갈채란, 곧 상품을 구매함으로서 보여주는 소비자의 ‘반응’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척 즐기게 되었다. 이것은 돈까지 벌어주는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110)
지금 세계 디자인 시장은 엄청난 경쟁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 전장은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앞서가는 선진 기업은 이처럼 제품을 통한 기업의 이미지 전달에 디자인의 기초를 두고 있다.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CI작업이나 홍보, 광고 등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생산하고 있는 상품 디자인에는 기업의 철학이 담겨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113)
디자인 문화를 일구는 주요한 주체 중 하나인 소비자의 구매 형태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회사가 비슷하게 디자인된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비슷한 유형이 아닌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게 되어 비슷한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슷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어떻게 디자인 문화를 일구어나갈 수 있겠는가? 생각할수록 답답한 일이다.(115)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 구현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일도 자기 디자인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 모두는 자신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다. 아니, 그런 소극적인 자기 규정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멋있게 디자인하는 유능한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115)
‘와이 낫?’은 상상력의 출발이며 새로운 발상의 기초이다. 이것은 미래 사회를 향한 경쟁력의 첫걸음이 될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것이 부족한 것 같다. 그것은 교육 때문이기도 하고, 개성보다는 중용과 화합을 존중해 온 우리 사회 문화의 기조 때문이기도 하다.(122)
정보화된 현대 사회는 주위의 모든 정보를 같은 분야의 경쟁자들과 동시에 볼 수 있는 새로운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가령 A라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명품 디자인은 세계 시장에 소개되는 그 순간부터 모든 디자이너의 공유물이 된다. 경쟁사 디자이너들에게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 명품을 디자인한 A라는 기업도 경쟁사들의 후속 제품 출시를 예측하여 또 다른 신제품 개발에 착수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런 급박한 디자인 경쟁 시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보호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133)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발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디자이너가 새로운 것을 발명한다는 것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분위기이다. 디자이너가 진실로 아이디어가 생명인 직업이라면 발명, 특허 등의 일과 무관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분명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136)
사실 경영인들은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좋은 제품은 보기 좋고 쓰기 좋고 또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하는 나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일반인들이나 경영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경영인들은 ‘디자인’ 하면 ‘추가 비용’을 생각한다. 디자인을 잘하려면 비용이 올라간다는 고정된 생각을 누구든지 하고 있다.(138)
이미 유비쿼터스나 컨버전스라는 용어는 익숙한 개념이 되었고,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주거 환경에까지 큰 영향을 끼쳐 새로운 트랜드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미래 생활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가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술은 복잡해지지만 우리의 삶은 더욱 쉬어질 것이라는 사실.(144)
목표로 하는 시장의 연령대와 열 살, 많아도 열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면 곤란하다는 마케팅 이론이 있지만 그것은 수동적인 자세가 한몫 거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늘에서 우주선까지’ 디자인하려면 적극적으로 시장을 경험해야 하고, 열심히 사용자를 닮아야 한다. 머리로 추측만 하는 ‘사용자 중심’은 자신의 편견을 디자인할 뿐이고, 경험이 결여된 리서치는 통계의 맹점을 피해 가기 어렵다.(155)
“중세기에는 종교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21세기에는 디자인이 세계를 지배한다… ‘바로 지금(just now)’이 중요시되는 신세대들에게 디자이너는 철학자로 다가간다.”(159)
디자인은 여기에 논리성이 덧붙여 강조된다. 다시 말해 디자인이란 논리와 감성의 균형이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디자이너로 만드시려고 좌뇌와 우뇌를 주신 것 같다. 어떤 이는 논리의 뇌만, 또 어떤 이는 감성의 뇌만 사용하는데, 디자이너들은 논리와 감성의 뇌를 모두 사용한다. 감성과 논리는 좌뇌와 우뇌로 분리되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디자인은 반대의 두 개념을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시켜 완벽한 조화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작업에 빠져있다 보면 정말이지 신의 경지에 도전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160)
나는 이와 같은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면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CUPI(Creating User’s Personal Identity)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규정지은 바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소비자 상품 메이커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제는 거꾸로 그들이 소비자의 개성 창조에 커다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점점 확산되는 CUPI 디자인 개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2003년 디자인 컬랙션 브랜드인 INNO tm를 런칭했다.(161)
나는 가까운 미래에 제조 브랜드 못지 않게 디자인 브랜드가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Design by~’가 의미를 갖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나아가 ‘Design by INNO’ 제품을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노족’의 확산이 나의 꿈이다.(163)
그(애플사의 스티븐 잡스)는 필사의 노력으로 애플 사의 주가를 40달러로 끌어올렸고, 그와 애플 사는 다시 일어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 싸움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디자인 경영, 즉 디자인 전략이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남다른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그를 바탕으로 한 전략으로 죽어가던 애플 사를 기적적으로 살려냈다. 그의 디자인 전략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기술자는 디자인에 따라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전략의 결과물이 바로 아이맥에서 아이포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히트 상품들이다.(171)
디자이너가 먼저 디자인하고 엔지니어가 그에 따라 기술을 개발한다는 디자인 원칙을 완벽하게 실현시킨 애플 사의 사례는 기업 경영자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었다. 동시에 원칙을 지켜야 성공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173)
훌륭한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을 할 때 막연히 좋아서 내놓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측면을 최대한 고려해서 내놓는다. 최대 과제는 물론 ‘소비자의 사랑’이다. 이는 디자인과 경영이라는 두 가지 기술, 즉 마케팅과 디자인을 엮어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소수만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174)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눈에 보이게 전달하는 것, 그리하여 사용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바로 이것이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실제로 오늘날의 마케팅은 ‘소비자 만족’ 나아가 ‘소비자 감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90)
생산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 특히 디자이너는 500여 년 전의 다 빈치가 상상 속에서 낙하산을 그려냈듯이 무궁무진한 상상으로 미래의 세계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으로 혹은 예술에 대한 뛰어난 테크닉만으로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다.(197)
사실 디자인은 ‘장식’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특히 예전에는 ‘디자인 = 장식미술’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디자인 = 패션’이라는 개념이 무척 강하다. 디자인을 제품에 추가로 붙이는 과소비적인 작업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디자인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기업인들까지도 디자인은 비용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쉽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을 추가 장식품 정도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199)
좋은 디자인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 잘못되면 제품 개발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큰 금형비가 올라간다. 안타깝게도 이런 우매한 디자인이 우리 주변엔 참 많다. 기업들은 디자인 컨설팅 비용은 아까워하면서도 금형 제작에 수십만 불이 더 추가되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며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 디자인 비용을 아끼기 위해 디자인을 싸구려에게 잘못 맡김으로써, 또는 디자이너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이러한 결과가 생긴다.(201)
디자인을 제대로 알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다각도로 생각해보자)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창조한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기업에 이윤을 가져오는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이다. 정직해야만 남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다. 디자인이 독창적일 때라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203)
오늘날에는 이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 패션과 인테리어가, 가전과 자동차가 서로 트렌드를 넘나들고 있다. 즉 ‘컨버전스(Convergence)’ 컨셉이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품 디자이너가 종이 배터리 기술을 응용하여 재킷을 디자인하여 제품 디자인 상을 받고, 유명 스포츠카인 페라리 디자이너가 삼성의 휴대폰을 독특한 컨셉으로 제시, CES에서 전시한 것도 이러한 트렌드의 반증이다. 즉, 전 산업계에 걸쳐 여러 가지 상품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가며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204)
그렇다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과연 패션 트렌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직은 MP3플레이어나 휴대폰 등 단순한 디지털 기기들이 옷의 내부에 장치되거나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는 정도지만, 이미 안경, 시계, 장신구 등의 형태로 컴퓨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미래는 의심의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패션처럼 ‘입고 다니는’ 디지털 기기들이 지배할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과 편안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만남은 패션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더욱 과감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207)
금세? 금새?(금사이 전자로 표현)
몇 해 전 미국 헐리우드에서 거행되었던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서 공로 특별상을 받은 로버트 레드포드에 대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꿈과 열정의 힘으로 살아온 사람(He was driven by dream and passion)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꿈’과 ‘열정’은 배우나 디자이너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생명을 이어주는 원동력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 멋진 항해를 할 때가 아닌가 한다.(212)
내가 아이디어 스케치를 위해 종종 찾는 팔로알토 사무실 인근의 스타벅스에서는 노트북을 두드리고,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커피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조금 심한 표현을 하자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차만 마시는 손님은 거의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222)
이제 지구촌 젊은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간에 휴대용 디지털 기기, 즉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와 같은 음향기기, 또는 게임기, 아니면 노트북 컴퓨터를 배낭이나 서류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들은 움직이면서 일하고, 통화하고, 음악과 비디오, 게임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집에 돌아가서도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에 홈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편안하면서도 효율적인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힘은 인류의 삶을 하루가 다르게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222)(‘풍요롭게’라는 표현의 한계. 하지만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술의 흐름. 그 흐름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볼 것)(222)
디자이너에게도 이러한 환경은 마치 날개와 같아서 미래를 향한 무궁무진한 비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한다. 나는 내가 디자이너란 사실을 나도 모르게 감사하곤 한다.(222)
소비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이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진정한 소비자들의 세상이 된 것 같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속속 탄생하는 디지털 기술들은 ‘디자인’이라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손쉬운 상품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인이야말로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만나고 있는 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늘 이야기하곤 한다. 기술이 공장과 연구소에서 태어난다고 하면 디자인은 바로 시장과 소비자에게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시대에 들어와서는 과거보다 디자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224)
이제는 인간의 감성을 매료시키는 ‘그 무엇’을 창조해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것은 멋진 디지털 기술을 돋보이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은 물론, 어떤 기업이 내놓은 신선한 고객 만족 서비스일 수도 있다. 레스토랑에서 개발한 새로운 메뉴일 수도 있고 한국의 번화가를 활보하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일 수도 있다. 그렇게 끊임없는 변화와 함께 다가올 미래를 기다려 보자. 지금보다 멋진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230)
디자인의 창조성은 기획의 창조성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담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에서부터 어필하지 못한다면 상품일 수 있는가?